오비맥주 카스, '투명병' 카드 만지작... "공병회수? 문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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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맥주 카스, '투명병' 카드 만지작... "공병회수? 문제 없다"
  • 이준영 기자
  • 승인 2021.01.2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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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바뀌는 '10년주기설'에 위기감 고조
하이트진로 맹추격... 점유율 40%까지
"맥주병 디자인 제각각... 애초부터 공용사용 불가"
사진= 각사
사진= 각사

오비맥주가 카스 맥주병을 투명병으로 교체하기 위해 연구 중이라는 것이 알려지자 업계 촉각이 쏠리고 있다. 이전 하이트진로가 '진로이즈백'을 투명병으로 출시하자 업계 협약을 어겼단 이유로 공병회수에 어려움을 겪은 일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비맥주 관계자는 "소주와 맥주는 기본적으로 병의 디자인에 차이가 있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10년 주기설·테라 돌풍... 조급한 오비맥주

27일 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카스의 기존 갈색병을 투명병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준비중이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투명병 교체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하지만 경쟁사인 하이트진로가 테라를 초록병으로 출시해 돌풍을 일으킨 것을 보고 오비맥주도 병의 색을 교체해 이와 같은 효과를 얻고자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맥주 판매량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오비맥주는 최근 테라 열풍을 등에 업은 하이트진로에게 맹추격을 당하고 있다. 

맥주 업계에는 '10년 주기설'이란 속설이 있다. 10년을 주기로 맥주 1위가 바뀐다는 내용이다. 실제 90년대 오비맥주는 점유율 70%를 넘어서는 절대강자였다. 하지만 1991년 두산전자의 낙동강 페놀 오염사건이 발생하며 두산그룹은 국민적 비난을 받았고,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다. 이후 하이트진로는 1993년 '깨끗한 천연 암반수로 만든 맥주'를 내세운 하이트를 출시했고, 3년만에 시장 1위에 올라섰다. 2000년까지 하이트가 1위자리를 지켰지만 오비맥주가 1999년 진로쿠어스(cass맥주)를 인수하고 Cass를 국민맥주로 성공시키며 2010년에 다시 1위 자리를 찾았다. 

지금까지 10년 주기로 맥주 선두가 교체됐고, 이번엔 하이트진로가 1위에 올라설 차례라는 인식이 업계에 번져있다. 하이트진로의 '테라'는 이러한 속설을 뒷받침하는 제품이다.

업계에 따르면 60%까지 올라갔던 오비맥주 카스는 2019년 기준 40%대까지 내려갔다. 반면 하이트진로의 테라는 초기 20% 중반 수준에서 40%까지 급증했다. 

10년주기설과 테라의 상승이 겹치며 조급해진 오비맥주가 1위 수성을 위해 '투명병' 카드를 내놨다는 분석이다.

맥주 시장에서 투명병은 흔하지 않다. 카프리와 코로나 정도가 투명병일 뿐 짙은 갈색 또는 어두운 색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맥주가 자외선에 오래 노출되면 산화반응을 일으켜 역한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산화취' 현상으로 업계에서는 투명병을 선호하지 않는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투명병으로 제작된 맥주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며 "맥주의 주성분중 하나인 '홉'을 어떤 종류를 쓰느냐에 따라 산화취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디자인 다른 맥주병... 공용사용 불가

공병 회수 논란도 불거졌다. 주류업계는 제작비용 보존과 환경 문제 등으로 병을 공용으로 사용하고 이를 재사용한다. 통상 병 하나당 7~8번 정도를 재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이트진로가 진로이즈백을 투명병으로 내놨을때 이러한 업계 자율협약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공병 회수에 어려움을 겪은바 있다. 당시 롯데주류가 약 200만 병의 소주병을 하이트진로에게 반환하지 않고 창고에 쌓아두기도 했었다. 결국 환경부가 중재하며 일단락 됐다. 

맥주도 병을 재사용하고 있어 투명병이 출시되면 같은 사태가 벌어지는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소주병과 맥주병은 다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소주는 일률적으로 병 모양이 같고 라벨만 달라 공용 사용이 가능하지만 하이트와 카스는 병의 디자인이 달라 애초부터 공용사용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투명병으로 제작해도 공병 회수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한편, 업계는 이번 카스의 투명병 출시를 놓고 긍정적인 반응이다. 튀는 색의 병은 소비자에게 다르게 여겨지고, 브랜드 이미지나 마케팅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테라가 초록병을 차용하며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은 것처럼 카스도 투명병으로 출시되면 색다른 느낌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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