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명시장' 청년상인 "이모들이 자식처럼 대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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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명시장' 청년상인 "이모들이 자식처럼 대해줘요"
  • 박진형 기자
  • 승인 2017.06.07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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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구는 청년상인이 운영하는 5개 점포가 지난 1일 대명여울빛거리시장 청년광장에서 개소식을 갖고 영업을 시작했다고 5일 밝혔다. 사진=금천구청

서울 금천구 대명여울빛거리시장에서 청년상인이 운영하는 5개 점포가 기존 상인과 마찰 없이 기존의 전통시장 상인과 협력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그동안 청년상인들은 정부의 창업 지원 사업에 선정돼 전통시장으로 진출했지만 기존 상인들과의 경쟁 관계에 따른 마찰과 적응 실패로 안착하지 못하고 폐업하는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이곳은 사업 초기 단계부터 기존 상인들과의 충돌 없이 진행됐다고 한다.

금천구청 경제일자리과 남은송 주무관은 지난 5일 "보통의 경우 기존 상인들은 (청년 상인이 입점함에 따라) 경쟁자가 늘어서 싫어하는 경향이 있지만 대명시장이 외곽진 곳이고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어 청년상인들이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켰으면 하는 기대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남 주무관은 또 "트렌드에 민감한 청년상인들이 운영하는 점포가 입점해 전통시장보다 대형마트를 자주 찾는 젊은이들을 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언론도 관심을 가져줘 홍보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대명시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청년 사장들은 사업 경력이 없어서 여러모로 힘든 점도 있지만 기존의 전통시장 상인들이 응원도 해주는 등 환영하는 분위기라서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박진형 기자.

청년 사장들은 사업 경력이 없어서 두려울 때도 있지만 기존의 전통시장 상인들이 응원을 해주는 등 환영하는 분위기라서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다 튀겨'를 운영하는 김동우(21) 사장은 "장사한 지 4일째인데 포장마차, 미용실 등 이모들이 여기 들러 자식 같은 마음으로 조언과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전했다. '아줌마떡볶이' 권소현(23·여) 사장도 "모든 시장 상인들이 다 찾아온 것처럼 느낄 만큼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면서 "어떤 이모들은 일부러 찾아와 음식을 시켜주고 간다"고 말했다.

기존의 상인들은 청년상인들이 잘 돼서 시장이 붐볐으면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이들의 눈에는 청년상인들이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응원의 대상이었다. 사진=박진형 기자.

기존의 상인들은 청년상인들이 잘 돼서 시장이 붐볐으면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이들의 눈에는 청년상인들이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응원의 대상이었다.

청년점포가 들어와서 매출이 줄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곱창장사를 하고 있는 김옥순(65·여) 씨는 "청년점포가 소문이 나서 많은 사람들이 시장을 더 찾아줬으면 좋겠다"며 손사레를 쳤다. 그는 또 "겹치는 메뉴가 없어서 매출 타격 같은 건 걱정 안 한다"고 했다.

강순애(70·여) 씨도 "우리하고는 취급하는 음식이 다르니까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저기에 사람이 많으면 우리도 좋지"라면서 "개업한지 얼마 안 되서 모르겠지만 청년점포에 사람이 없어서 안타깝다. 젊은 사장들이 고생이 많다"며 오히려 걱정했다.

청년상인들이 운영하는 청년점포는 △현장에서 직접 만든 떡으로 만든 떡볶이를 파는 ‘아줌떡볶이’ △시장의 모든 재료를 활용한 청년 튀김집 ‘다-튀겨’ △직접 만든 떡으로 만든 팥빙수와 디저트를 파는 카페 ‘디저트 카페 유벤투스’ △신선한 재료를 활용한 꼬치집 ‘전갈 꼬치’△특별한 수제맥주를 제공하는 ‘금천 맥주’등 시장에서 바로 구할 수 있는 신선한 재료를 사용해 음식을 제공한다.

한편 청년점포 앞에 설치된 테이블에는 20대 초반에서 중반으로 보이는 단체 손님과 대학생으로 보이는 커플 등이 주문한 음식을 먹고 있었다. 바로 반대편에 위치한 곱창과 순대볶음을 파는 점포 7곳에는 중년의 남성들이 소주를 기울이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 행인은 "청년점포가 들어선 곳에는 젊은이들이 가는 곳이고 반대편은 나이 많은 사람이 가는 곳 같다"고 말했다. 고객 타깃층이 서로 달라 윈윈할 수 있는 모델로 비춰졌다.

이들과 인터뷰를 하던 도중에 시흥상회를 운영하는 사장이 '다 튀겨' 청년상인에게 찾아왔다. 좀 전에 시킨 아이스티 뚜껑을 반납하기 위해서였다. 이것도 다 돈이라며 자신한테 팔 때는 뚜껑을 빼서 달라는 것이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애들이고 자식 같은 마음에 조금이라도 비용을 아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고 말했다.

청년점포에 설치된 '금천구 대명 여울빛거리 시장과 청년상인의 도약을 함께합니다'라고 적힌 2층 높이만한 천막을 뒤로하고 시장을 빠져나왔다.

사진=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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