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반면교사로"... 하나은행, 소비자보호 '초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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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반면교사로"... 하나은행, 소비자보호 '초집중'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1.01.27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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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판매 재개... "실재성 검증 후 취급"
소비자리스크그룹 신설, 외부 임원 초빙
상품 의무숙지제 도입, 불완전판매 근절
지성규 행장 "강력한 내부통제 나설 것"
KEB하나은행 전경, 지성규 행장. 사진=시장경제신문DB
하나은행 전경, 지성규 행장. 사진=시장경제신문DB

하나은행이 사모펀드 악재를 딪고 내부통제와 금융소비자 보호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소비자리스크 그룹을 신설해 외부 임원을 선임하고, 상품 의무숙지 제도를 도입해 불완전판매를 사전에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연일 사모펀드 피해자들의 항의시위가 이어지고 금융당국이 징계 범위를 금융지주까지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하나은행이 과거 자산관리의 명가(名家) 지위를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은행 지성규 행장은 지난 22일 비대면 '금융소비자 보호실천 다짐' 행사를 통해 금융소비자 보호 체계를 한층 강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날 지성규 행장은 "조직 개편을 통해 은행권 최초로 소비자리스크관리그룹을 신설했다"면서 "지속적으로 소비자편의를 위한 제도를 강화하고 불편사항은 제거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하나은행은 금소법 시행에 대비해 은행권 최초로 '상품숙지 의무제'를 도입을 예고했다. 해당 금융상품의 내용을 숙지한 직원만 금융소비자에게 상품을 판매하도록 해 불완전판매를 사전에 근절하겠다는 취지다.

최근 하나은행 측은 기존의 소비자보호그룹은 금융소비자보호를 담당하는 '손님행복그룹'과 소비자리스크관리를 담당하는 '소비자리스크관리그룹'으로 확대했다. 신설된 '소비자리스크관리 그룹'의 수장으로 이인영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를 영입했다.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정관을 개정해 이사회 직속으로 '소비자리스크관리위원회'를 만들어 그룹 전체의 소비자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기존 리스크관리 업무가 은행 자산건전성을 관리하고 위험 대비 적정 수익률을 확보하는데 집중했다면 이번 그룹은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 실질적인 소비자 보호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하나은행은 21일 상반기 정기인사를 통해 고액자산가 고객 전담점포 '클럽원(Club1)' PB센터의 센터장과 소속 골드PB 3명의 교체를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센터장으로 영업 경험은 물론 리스크관리 경험이 풍부한 인물을 선임하고 신규배치될 골드PB 역시 실적 외에도 판매 경험에 방점을 두고 선발했다는 후문이다. 

 

"사모펀드 반면교사로 소비자 민심 되찾아야"

업계 안팎에선 하나은행의 일련의 행보를 놓고 "사모펀드 판매 재개를 위해 첫 단추부터 다시 매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나은행은 2019년과 2020년 사이 해외 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 등 일련의 사모펀드 부실 사태로 '된서리'를 맞고 펀드판매도 중단해야 했다.

복잡한 다층구조를 가진 사모펀드들이 화근이 됐다. 하나은행은 향후 최종 투자자산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이 불분명한 해외재간접투자 형태의 상품은 지양할 방침이다. 외부 전문사모운용사로부터의 상품 소싱도 크게 줄일 예정이다. 

절치부심 끝에 하나은행은 2020년 11월 하나금융그룹 청라 하나글로벌인재개발원의 선순위 대출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을 약 500억원 규모로 출시하며 사모펀드 판매를 재개했다. 향후 그룹 계열사와 연계한 인컴형 상품 중심으로 라인업을 꾸릴 계획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펀드가 실제로 어떻게 구성되고 운용되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이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 실재성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상품만을 취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촉발된 사모펀드 사태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은행·증권사는 물론 금융지주에도 중징계 방침을 시사했고 피해자들의 항의시위도 계속되고 있다.

25일 참여연대, 금융산업노조,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단체들 역시 여의도에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및 라임·옵티머스 펀드를 판매한 금융지주회사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앞서 21일에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정부와 대통령이 직접 착오로 인한 취소를 검토하도록 지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를 통해 하나은행의 위기관리능력과 소비자보호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지적했다. 

26일 금융권 관계자는 "사모펀드 사태는 크게 볼때 국내 금융권의 '성장통'이 되고 있다"면서 "관련 제도를 정비해 등 돌린 소비자들의 민심을 되돌리는 금융사가 향후 업계에서 주도적 위치를 점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상품숙지 의무제 외에도 전 영업점에 녹취 시스템을 도입해 불완전판매를 예방할 것"이라면서 "금소법에 따라 앞으로 판매사가 손님에게 직접 상품설명서를 작성해 제공해야 한다. 현재 TF팀을 중심으로 고강도 교육과 제도정비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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