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기심 재판부의 모순(矛盾)... '이재용 실형' 문제점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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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기심 재판부의 모순(矛盾)... '이재용 실형' 문제점 넷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1.01.19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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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준법위, 실효성 기준 충족 못해"
변호사들 "실효성 판단 기준, 뭔지 모르겠다"
법령상 근거없는 임의기구, 태생적으로 한계
'뇌물 성격 관련 판시내용 상충' 지적도
"대통령 요구 거절 어렵다"면서 '뇌물 적극성' 인정
변호인단 "재판부 판단에 유감... 상고 여부는 검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변호인 이인재 변호사. 사진=시장경제DB

이재용 부회장이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날 판결로 이 부회장은 2018년 2월 2심 재판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지 2년 11개월여 만에 다시 영어(囹圄)의 몸이 됐다. 이 부회장 구속으로 삼성은 다시금 최악의 총수부재 사태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재판부는 자신들이 설치를 권고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와 관련돼 '실효성 부족'을 이유로 동 제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을 양형에 반영치 않았다고 밝혔다. 이같은 판시에 대해서는 '재판부의 자기 부정'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18일 오후 2시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는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사장)도 이 부회장과 같은 형량을 받았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과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는 각각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초범이고, 박 전대통령이 먼저 뇌물을 요구한 점, 범죄 피해액이 모두 회복된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대통령의 뇌물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한 점과 묵시적이긴 하나, 승계작업을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사용해 달라는 취지의 부정청탁을 했다”고 판시했다. 

삼성준법감시제도를 양형조건으로 고려할 것인지에 대해선 “기업 총수 재판에서 총수 자신도 대상이 되는 준법감시제도를 실효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범행 후 정황’에 해당하므로 형법상 양형조건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전문심리위원이 제출한 보고서 등을 종합한 결과, ▲각 계열사에 독립적으로 설치된 준법감시위의 권한과 역할 ▲준법감시조직과의 유기적 연계 ▲위법행위 신고 시스템 구축 등 실효성을 제고하려는 노력과 진정성은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삼성의 준법감시제도가 양형에 참작하기 위한 '실효성 기준'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 이유로는 ▲향후 발생 가능한 새로운 위험예방 및 감시활동까지는 이르지 못한 점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하는 조직에 대한 준법감시방안이 제시되지 못한 점 ▲각 계열사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법행위의 감시 체계가 확립되지 못한 점 등을 들었다. 

재판부는 “모든 사정을 감안하면 피고인 이재용에 대해선 실형선고 및 법정구속 불가피하다”면서도 “삼성의 자금 횡령한 것은 대통령이 삼성 명의로 후원을 요구한 때문인 점과 업무상 피해액이 전부 회복된 점, 대통령이 뇌물을 요구할 시 거절이 매우 어려운 점 등을 참작해 형량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삼성 준법위 법령상 근거 없는 임의기구... '실효성 판단 기준' 모호

재판부는 삼성 준법감시위와 관련돼 "위법행위 신고 시스템 구축 등 실효성을 제고하려는 피고인의 진정성과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함은 분명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앞으로 발생 가능한 새로운 위험예방 및 감시활동까지 이르지 못했으며, 컨트롤타워 및 협약 체결 7개 계열사의 위법행위 감시 체계가 확립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위원회의 실효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이어 "삼성 준법위는 실효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으므로, 이를 양형조건으로 참작하는 건 적절치 못하다"고 결론내렸다.   

"삼성 준법위가 실효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재판부 판시에 대해서는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납득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다수의 현직 변호사들도 이런 견해에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들이 지적한 재판부 판시 문제점은 다음의 4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 삼성 준법감시위는 법령에 설치 근거를 둔 필요적 기구가 아니라 임의기구라는 점, 두 번째 임의기구가 강제력을 갖지 못한다는 이유로 실효성을 부인하는 태도는 현행 법체계와 모순된다는 점, 세 번째 출범 1년도 안 된 임의기구에 '업종이 상이한 7개 계열사에서 각각 발생가능한 위법행위 유형화'를 요구한 것 자체가 무리하는 점, 네 번째 삼성은 3대 컨설팅사 중 하나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주요 계열사 위법행위의 유형화를 비롯한 준법감시 강화 방안 수립을 의뢰했다는 점 등이다. 

 

재판부, "대통령 요구 거절키 어렵다"며 뇌물 적극성은 인정

'뇌물의 성격'과 관련돼 재판부는 다음의 세 가지 사실을 인정했다.

첫 번째 박 전 대통령이 먼저 뇌물을 요구했다. 
두 번째 피고인은 대통령의 요구에 (뇌물을) 적극적으로 제공했다. 
세 번째 대통령의 뇌물 요구 시 이를 거절하는 건 매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위 판시사항에 대해서는 "모순된다"는 지적이 있다. '뇌물을 먼저 요구한 자가 대통령이며, 그 요구를 받은 사람은 이를 거절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인정하면서, 동시에 '피고인은 적극적으로 뇌물을 공여했다'고 판시한 부분은 상충된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실형을 선고받은 이 부회장과 최 전 부회장, 장 전 사장은 최후 진술에서 정면만을 응시할 뿐, 침묵을 지켰다. 

재판이 끝난 후, 변호인단은 재판부 판단에 유감을 표했다. 이 부회장측 변론을 맡은 이인재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는 “이 사건 본질은 전 대통령의 직권 남용으로 기업이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당한 것”이라며 “그런 점을 고려할 때, 재판부의 판단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재상고 여부와 관련해선 “판결을 검토해봐야 할 문제”라며 “판결문 안에 상고 이유가 있으면 할 수 있는 것이고, 없으면 못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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