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수첩] 롯데제과 '죠스바' 명성으로 '죠스껌' 선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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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수첩] 롯데제과 '죠스바' 명성으로 '죠스껌' 선전할까
  • 박진형 기자
  • 승인 2017.06.03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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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제과가 지난달 18일 아이스크림 죠스바를 ‘왓따 죠스바’ 껌으로 시장에 처음 선보였다. 30년도 넘은 장수 상품인 죠스바의 인지도를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롯데제과 측은 “익숙한 제품을 다른 형태의 제품으로 선보이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기존의 친숙한 맛과 함께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기대했다.

그러나 잘 알려진 브랜드나 '제품명'을 다른 분야에 그대로 쓴다고 해서 꼭 스타상품이 탄생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영역으로 진출할 때 기존의 브랜드 이미지에 묶여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나 인상을 심어주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 식품마다 판매 전략이 다를 경우 같은 브랜드를 사용함으로써 역량을 집중시킬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두 제품은 가공식품이라는 점에서 동일하지만 제품의 특성과 소비자 기호 등에서 명확히 분류돼 시너지효과를 기대하기 힘들 수 있다.

저명한 마케팅 전문가인 잭 트라우트도 이를 강조했다. 그는 판매 촉진에 있어 ‘분할의 법칙’을 준용할 것을 당부했다. 이 법칙이란 한 제품이 하나의 영역에서 시작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분할된다는 의미다. 《마케팅 불변의 법칙》에서 이렇게 밝혔다. “리더가 기존의 힘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각각의 신규 영역에 저마다 다른 브랜드를 붙이는 것입니다”

이와는 다른 전략을 활용한 '왓따 죠스바'는 소비자에게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모양새다. 우리나라 국민 88%가 이용하고 많은 블로거가 활동하는 인터넷은 우회적으로 시장 반응을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네이버 블로그에 출시일 기준으로 현재 6월 2일까지 해당 제품이 언급된 글은 8건에 불과했다. 한 게시물에는 ‘떠먹는 죠스바’와 ‘왓따 죠스바’에 대한 후기가 적혀있었다. 댓글은 59개가 달렸다. 이 중 댓글 4개만이 껌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나머지는 막대기 형태가 아닌 숟가락으로 떠먹는 죠스바에만 애정을 표했다.

주스·곡물/두유·껌/캔디/초콜릿 등 식품군별로 브랜드를 론칭해 타깃팅하고 있는 웅진식품의 '사장껌'과 비교해 봤다. 블로그에서 출시일을 기준으로 위와 동일한 기간을 설정해 검색했다. 죠스 껌과는 달리 2배가 넘는 19개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출시일 2주 만에 판매량이 2만개를 달성했다는 소식도 함께 전해졌다. 하지만 롯데제과의 ‘왓따 죠스바’가 목표 판매량을 넘겼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어떠한 성과도 알 수 없을 만큼 조용한 상황이다.

화장품 제조업체 아모레퍼시픽은 라네즈, 이니스프리, 리리코스, 설화수, 마몽드, 아이오페, 헤라, 에뛰드 등 나열하기도 벅찰 정도로 다양한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이것들이 모두 아모레퍼시픽 브랜드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브랜드를 세분화하면서 아모레퍼시픽을 강조하지 않은 까닭이다. 이 기업은 분할의 법칙을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사례로 꼽힌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 조사결과 '화장품 상장기업 브랜드평판'에서 아모레퍼시픽이 1위를 차지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물론 '원 소스 멀티 유즈'는 마케팅 비용도 낮추면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렇지만 모든 경우의 수에서 만병통치약처럼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브랜드의 상품 적합성과 시장 규모, 경쟁 제품 분석 등 다각적으로 검토해 결정할 일이다. '왓따 죠스바'가 출시된 지 한 달이 고작 넘어서 쉽게 성공 여부를 단정지을 순 없다. 추후에 평가 단계를 거쳐 마케팅 효과를 점검하는 과제가 남아있다는 점만이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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