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ESG경영' 막올랐다... "바이든發 친환경 주도권 선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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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 'ESG경영' 막올랐다... "바이든發 친환경 주도권 선점"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1.01.1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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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병 회장, 4개 키워드 '계모형세' 제시
지난해 금융권 최초 '탄소제로' 선언
박성현 부사장·장현기 본부장 전면에
신한은행은 은행권 최초 '적도선언'
왼쪽부터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사진=각사 제공
왼쪽부터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사진=각사 제공

신한금융그룹이 2021년에도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부문에서 공세적인 행보를 계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업권 최초로 ESG를 위한 체질개선에 나섰던 신한금융은 연초 ESG 전문인력을 전면에 등용하고 본격적인 정책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4일 신한금융 그룹 조용병 회장은 '2021년 신한경영포럼'에서 현 시대를 복잡성의 시대(Age of Complexity)'로 규정하고 혼란한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4개 핵심 키워드로 '계모형세(計謨形勢)'를 제시했다.

계모형세는 명료한(Simple & Clear) 전략인 계(計), 능숙한(Skill & Expert) 전술을 의미하는 모(謨), 이기는(Force & Win) 조직인 형(形), 신속한(Speed & Agile) 실행을 뜻하는 세(勢)를 뜻한다.

최근 코로나로 인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전방위적 지각변동에 따라 '유연함'과 '민첩함'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지난해부터 금융권의 최대 관심사로 부상한 ESG(친환경, 사회공헌, 건전한 지배구조)를 한 발 앞서 준비해온 신한금융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7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공시에 의하면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ESG우수기업'에서 최우수 '지배구조 우수기업'에 선정됐고 'ESG통합등급'에서도 최고점(A+)을 받았다.

신한금융지주는 금융권 ESG '선발주자'였다. 이미 2015년 3월 이사회 내 소위원회로 '사회책임경영위원회'를 설치했다. 위원회는 총 5인으로 이윤재 사외이사가 위원장을, 조용병 회장이 사내이사를 맡고 있으며 공직자 출신 금융전문가 변양호 사외이사, 회계 경영 전문가이자 유일한 여성 사외이사인 윤재원, 공직 출신의 금융전문가 이윤재 사외이사, 재일 동포 경영인 최경록 사외이사가 참여했다.

2020년 위원회는 총 3차례 회의를 열었다. 1차 회의(4월 28일)에선 1분기 지속가능경영(ESG) 추진실적 공유, 사회책임경영위원회 확대 운영안 마련, 글로벌 벤치마크 및 주요추진과제 등을 추진했다.

작년 5월 22일에 있었던 두 번째 회의에선 '2019년 그룹 사회책임보고서' 발간 현황과 '사회적 가치 측정 모델 개발' 결과를 공유했다. 8월 14일 세 번째로 열린 위원회에선 그룹 사회책임경영 전략 'Framework'를 수립하고, 상반기 지속가능경영(ESG) 추진 실적을 공유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이를 통해 지난해 11월 13일 동아시아 금융그룹으로선 최초로 'Zero Carbon Drive'를 공표하며 저탄소경제에 신호탄을 올렸다. 지난달 9일에는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가 발표한 'CDP Climate Change' 부문에서 국내 금융그룹 최초로 7년 연속 최고등급인 'Leadership A'를 획득하기도 했다.

동시에 지난 2018년부터 2019년 신한금융희망재단을 통해 취약계층 등에 119억3,000만원을 지원하는 등 사회공헌사업 희망프로젝트를 통해 378억원을 사회에 환원했으며, 수해복구 성금과 이웃사랑성금으로 130억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매년 지배구조와 보수체계를 투명하게 담은 연차보고서를 발간해 지배구조와 이사회 활동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착실한 ESG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ESG 전문인력 그룹 전면배치..."말 뿐 아닌 행동으로"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지난달 연말 경영진 인사 및 조직개편을 통해 박성현 부사장을 그룹 전략·지속가능경영부문장으로 선임하고 산하에 ESG기획팀(부장 1명, 실무 담당 직원 4명)을 신설했다. 박 부사장은 그동안 그룹의 전략·지속가능경영부문 최고책임자로서 ESG전략을 총괄해왔다. 

박성현 부사장은 유엔 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UNEP FI) 글로벌운영위원회(GSC) 아시아태평양뱅킹 부문의 대표다. UNEP FI는 ESG경영 확대를 목표로 하는 글로벌 금융기관 300여곳이 참여하는 단체다.

박성현 부사장과 ESG기획팀은 앞으로 그룹이 전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탄소제로 프로젝트, ESG 통합 평가모델 구축 등을 이끌 예정이다. 앞서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오는 2050년까지 그룹 자산포트폴리오의 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떨어뜨리는 '제로 카본'을 선언한 바 있다.

이 외에도 장현기 신한은행 AI유닛장을 지주 전략기획팀 본부장으로 발탁해 차세대 플랫폼 구축 작업을 주도하도록 했다. 장현기 본부장은 삼성전자 SW센터와 IBM코리아에서 모바일 플랫폼 설계를 주도했고 SK C&C에서 AI 개발 총괄을 맡았던 AI·디지털전략 전문가다.

장현기 본부장은 과거 IBM왓슨 한글화와 SK의 AI 플랫폼 '에이브릴' 개발을 총괄했고 신한은행에는 2017년 디지털전략본부장으로 합류했다. 신한금융의 애플리케이션인 '쏠(SOL)'과 '페이판(PayPan)'을 금융과 비금융을 아우르는 혁신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신한은행 공격적 ESG행보... 은행권 최초 '적도원칙' 가입

핵심계열사인 신한은행 역시 지난해 9월 시중은행 최초로 '적도원칙'을 도입하는 등 ESG경영의 선두에 나서고 있다. 한국판 뉴딜에 26조원을 투자할 방침을 시사하는 등 공세적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이른바 '적도원칙(Equator Principles)'은 대규모 개발사업이 환경 훼손이나 해당 지역 인권 침해와 같은 환경·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경우 해당 프로젝트에 자금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금융회사의 자발적 행동협약이다. 이러한 대규모 개발사업이 주로 적도 부근 열대 우림 지역의 개발도상국에서 시행되는 경우가 많아 적도원칙이란 명칭이 붙었다.

2020년 9월 현재 38개국 109개 금융회사가 적도원칙에 가입했다. 국내는 KDB산업은행이 소속돼 있고 시중은행 가운데에선 신한은행이 첫 회원사가 됐다.

신한은행은 2019년 5월부터 적도원칙 4차 개정본 내용을 바탕으로 프로세스를 준비해왔다 △적도원칙 가입 요건 분석 △선진은행 벤치마크 △세부 개선과제 도출 △솔루션 수립 및 이행 △전산시스템 개발 등의 과정을 사전에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적도원칙 적용 대상은 1,000만달러 이상인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미화 5,000만달러 이상인 기업대출 등이다. 이로서 신한은행은 향후 대규모 프로젝트 관련 금융 지원 시 발생할 수 있는 환경적 사회적 리스크를 관리 할 수 있게 됐다.

이 외에도 신한은행은 환경문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촉구하는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해오고 있다. 27회째를 맞은 '신한환경사진공모전'은 일상생활 속의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다는 취지로 지난해 12월 시상식을 진행했다. 

신한은행은 이번 공모전을 △SNS를 통한 작품 접수 △실물을 출력하지 않는 온라인 전문가 심사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대중 참여형 전시 등 공모전의 전 과정에서 종이를 사용하지 않는 ‘제로 페이퍼 공모전’으로 기획했다.

지난 4일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신년사에서 '금융업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강조하며 회복 탄력성을 언급했다. 진 행장은 "위기에 대한 예측과 대비 또한 중요한 시점이다"라면서 "과거 건전성·리스크관리 명가의 명성을 반드시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향후 금융권의 ESG관련 성과는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이슈로 부각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ESG 성과와 이행여부가 기업지배구조원의 경영 평가는 물론 신평사의 신용평가에도 직결되는 만큼 금융사들은 저마다 체질개선을 서두르는 모양새다.

문제는 ESG가 투자전략, 인력관리, 예산집행 등 경영 전반의 광범위한 체질개선을 요구하는 과업이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ESG가 부상하는 트렌드를 먼저 읽고 준비한 금융사가 향후 다방면에서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한 증권가 애널리스트는 "바이든 당선인이 이미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탈퇴했던 파리기후협정에도 재가입할 방침을 시사한 만큼 ESG는 일시적 유행으로 끝나지 않을 공산이 크다"면서 "한 발 앞서 ESG를 위한 체질개선에 나선 금융사들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많은 인센티브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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