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빗장' 풀자 이틀 만에 3400억... 당국, 칼집 만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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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빗장' 풀자 이틀 만에 3400억... 당국, 칼집 만지작
  • 김태영 기자
  • 승인 2021.01.08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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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규제 강화 예상... "최대한 미리 받아두자"
시중은행 "수익성과 정부 규제 사이서 고심 중"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시장경제신문 DB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시장경제신문 DB

지난 연말까지 막혔던 대출규제가 완화되면서 연초 은행권 신용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그 동안 억눌렸던 대출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자 금융당국은 증가세를 주시하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 신용대출 잔액은 5일 기준 133조9927억원이다. 지난해 말보다 2800억원 가까이 증가한 규모다.

특히 새해 영업 시작 첫날인 4일 하루 동안만 신용대출 잔액이 2798억원이 늘어났다. 이틀간 취급한 신용대출을 합치면 약 3400억원 규모다. 통상 보너스와 성과급이 지급되는 1월에는 대출 상환이 시작돼 신용대출 잔액도 감소하는 추세다. 하지만 올해는 오히려 폭증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 빗장이 풀리자 몰리기 시작했다"며 "기록적인 저금리 수준에 주택·주식 등 개인 투자자금을 마련하려는 대출 수요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1분기 가계부채 관리 선진화 방안을 마련해 유동성을 관리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대출 규제 강화가 예상됨에 따라 새해부터 대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말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아예 대출을 틀어막는 극단적 조치도 대출 수요 급증에 한 몫했다. 앞으로 규제가 더 강화될 것이란 판단 아래 최대한 미리 돈을 끌어다 놓으려는 심리가 대출시장에 팽배하다. 

전문가들은 최근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어려워진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대출 수요가 많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등을 쉽게 예측할 수 없는 경기 추세를 고려하면, 대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에 시중은행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과거 소상공인에게 지원됐던 대출금을 회수할 때 맞을 충격파를 관리하는 것은 물론이고, 고소득·고신용 금융소비자 대상 대출 진행은 당국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3월 코로나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위해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를 받도록 결정했다. 해당 조치는 당초 지난해 9월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올해 3월까지 연장된 상황이다.

또한 지난해 말 정부는 가계대출을 억제하고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규제하고 대출 한도를 축소했다. 정부 지침에 따라 은행들은 고소득자의 신용대출 한도와 우대금리를 대폭 축소시켰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대출 재개는 대출 부문 수익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과 정부 대출 관리 정책에 발맞춰야 한다는 눈치보기에서 고심한 결과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일단 은행권 대출 형태를 주시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용대출 증가율을 중심으로 수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며 "실물경기 회복에 미치는 영향 등을 살펴보면서 은행권 대출 관리에 고삐를 어느 정도 죌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조만간 각 금융사의 대출 계획서를 받은 후 올해 대출 관리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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