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행장·부행장 모두 디지털通... NH금융, '플랫폼 선점' 기치
상태바
회장·행장·부행장 모두 디지털通... NH금융, '플랫폼 선점' 기치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1.01.08 07: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손병환 농협금융회장, 스마트금융부장 출신
권준학 농협은행장은 빅데이터 전문가
이상래 디지털금융 부행장도 前삼성SDS 상무
NH證, 3Q 디지털 계좌 100만... 사상최대 실적
업계 "축적된 브랜드 밸류 무시 못해"
NH농협은행 전경. 사진=시장경제DB
NH농협은행 전경. 사진=시장경제DB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과 권준학 NH농협은행장이 취임하면서 내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이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앞서 NH투자증권은 이미 지난해 3분기 디지털 계좌 100만개를 돌파하는 등 농협금융과 계열사들은 전방위적 디지털 혁신을 예고하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병환 회장과 권준학 행장이 지난 1일 취임해 본격 행보를 시작했다. '내부출신' 손병환 회장은 지난해 농협은행장으로 발탁된 후 9개월 만에 지주 회장으로 직행했다.

손병환 회장은 2015년 농협은행 스마트금융부장으로 재임 당시 NH핀테크혁신센터 설립, 국내 최초 오픈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도입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임 권준학 행장은 1989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후 2016년 농협은행 퇴직연금부장 재직중 빅데이터 기반 퇴직연금 전용 로보어드바이저 'NH로보-프로(Pro)'를 도입해 자산관리(WM) 서비스를 한 단계 상향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농협은행은 농협금융 디지털 전환의 '중추 역할'로, 다음달부터 본격 시행되는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를 중심으로 디지털 전환을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앞서 농협은행은 농협 금융 계열사와 함께 농협 컨소시엄을 꾸려 마이데이터 실증 서비스 지원 사업자로 선정되는 등 은행권 중에서도 마이데이터 참여에 관심이 많다. 현재 마이데이터 예비허가를 받고 이달 본허가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두 수장은 모두 취임사에서 디지털을 공통의 키워드로 내걸며 디지털 금융사로의 전환을 예고했다. 손 회장은 "농협금융은 디지털금융 혁신을 발빠르게 추진하고, 농협금융만의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쟁력 있는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권준학 행장 역시 "디지털금융 혁신은 농협은행의 미래가 달린 생존과제"라며 "데이터 기반 마케팅 강화, 빅테크 제휴, 디지털 신사업 육성 등으로 언제, 어디서나 고객과 함께 하는 생활금융 플랫폼을 구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손병환 NH금융그룹 회장, 권준학 NH농협은행장,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이상래 NH농협은행 디지털금융부문 부행장. 사진=각사 제공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손병환 NH금융그룹 회장, 권준학 NH농협은행장,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이상래 NH농협은행 디지털금융부문 부행장. 사진=각사 제공

 

NH농협은행, 한 발 앞선 디지털 '체질개선' 돋보여

지난해 7월 농협은행은 이상래 전 삼성SDS 상무를 디지털금융부문 부행장으로 선임했다. 농협은행에서 준법감시인을 제외하고 외부 출신 부행장이 영입된 첫 사례다. 농협은행은 최근 디지털 역량 강화에 방점을 둔 조직개편안을 확정하고 실행에 들어갔다.

이후 12월 22일 SK C&C와 함께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NH농협은행 '개인종합자산관리 플랫폼' 1차 구축 사업을 완료했다.

농협은행 스마트뱅킹 앱에 탑재된 이 플랫폼은 106개 금융기관의 자산 정보를 수집하고 은행·증권·보험·카드·저축은행·연금·부동산·자동차 등 흩어져 있는 고객의 자산 현황을 조회·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연초 농협은행은 블록체인 기업과 손잡고 디지털자산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여건상 아직 은행이 독자적으로 디지털 자산 사업에 진출하는 데 한계가 있어 외부와 협업 모델을 구축하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이미 지난해 7월 법무법인 태평양, 블록체인 기업 헥슬란트와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공동대응하기 위한 컨소시엄을 출범시켰다. NH농협은행은 가상자산 커스터디 서비스, 블록체인 보안 등 신규 비즈니스 모델 공동 연구와 서비스 개발 및 출시를 예고한 바 있다.

업계에선 권준학 신임행장이 6일 새해 첫 업무로 청년 스마트팜 농가 '팜엔조이 농장'을 찾아 격려한 것을 두고 농협 본연의 소임을 디지털 시대의 방식으로 지속한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했다. 

 

NH투자증권, 4년 준비해온 디지털 전환 '결실' 

NH농협은행과 함께 그룹 핵심 계열사인 NH투자증권은 동학개미 열풍 이전부터 약 4년간 준비해온 체질개선 결과 지난해 3분기 디지털 계좌 100만을 돌파하고 사상최대의 분기 실적을 기록해 순항을 예고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3,537억원, 순이익 2,396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1.3%, 197% 상승한 수치다. 

지난해 동학개미 열풍에 힘입어 NH투자증권 디지털 채널의 자산 보유 고객은 2020년 11월 말 기준 84만명(140%), 자산은 27조(+145%)로 늘어났다. 작년까지 각각 35만명, 11조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11개월 만에 무려 2배 이상이 증가한 수치다.

앞서 NH투자증권은 2016년 업계 최초 모바일증권 브랜드 '나무'를 출시했고, 현재 모든 인터넷전문은행(카카오뱅크,케이뱅크)과 제휴한 국내 유일 증권사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올해 NH투자증권의 디지털 계좌 개설은 총 109만 건이며, 이 중 최초신규 고객은 97만명"이라면서 "2030 젊은 세대들의 특성을 파악해 카카오뱅크 연계계좌 개설 고객에 대해 즉각적인 투자지원금을 제공하는 등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고 현장상황을 전했다. 

전문가들은 금융사와 빅테크 사이의 '기울어진 운동장'과 관련, 첨단기술의 시대라 할지라도 오랜 시간 쌓아온 금융사의 인지도와 '브랜드 밸류'는 여전히 큰 '변수'라고 지적한다.

7일 한 증권가 애널리스트는 "금융권 플랫폼 시장을 단순히 '플랫폼'을 제작하고 운영하는 기술적 측면만 보는 것은 수면 위 빙산만을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랜 시간 함께하며 신뢰의 토대를 닦은 금융사의 '브랜드 밸류'는 신생 빅테크 기업들이 단시간에 따라잡기 어려운 요소"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