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전쟁' 앞둔 금융권 수장들, "불균형 해소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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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전쟁' 앞둔 금융권 수장들, "불균형 해소 시급"
  • 오창균 기자
  • 승인 2021.01.0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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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 가득한 4대 금융 수장의 신년사
최대 화두는 디지털 전환과 플랫폼 구축
"규제 형평성 관련 지속적인 협의 필요"
좌측부터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시장경제 DB
좌측부터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시장경제 DB

국내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이 내놓은 신년사는 위기감으로 가득했다.

정부의 지원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빅테크들이 금융권 곳곳을 파고들고 있다. 하지만 기존 금융권은 수십겹에 달하는 규제에 묶여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 속에서 다시 한 번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하는 4대 금융그룹 수장들의 신축년(辛丑年) 신년사에는 답답함이 고스란히 묻어나 있었다.

최대 화두는 디지털 전환과 플랫폼 전쟁으로 요약된다. 4대 금융그룹 수장들은 하나 같이 "미래 경쟁력 확보와 고객 기반을 확대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코로나로 기존의 패러다임이 송두리째 무너졌고 디지털 전환에 의해 신한의 운명(運命)이 좌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금융과 비금융을 아우르는 혁신적인 디지털 플랫폼을 성공적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한경영포럼에서는 임원진에게 "신한의 트레이드 마크인 도전 정신을 다시 한번 일깨우고 변화를 이끄는 리더가 돼 달라"고 당부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신년사에서 디지털과 혁신을 무려 7번씩이나 언급했다. 윤종규 회장은 "금융의 디지털화와 정부의 규제 완화 흐름 속에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로 업종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Big Blur) 시대가 도래해 새로운 위협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객 중심의 디지털 혁신으로 넘버원 금융플랫폼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업권의 붕괴로 인한 다수의 경쟁자 등장, 국내시장의 포화와 규제의 심화, 저금리 기조의 지속은 이자이익 기반 성장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플랫폼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고도 했다. 김정태 회장은 "우리가 상품 공급자로 전락하기 전에 직접 주도할 수 있는 생활금융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전통적인 금융그룹의 경우 기존의 3저(低) 현상이 더욱 고착되는 가운데 코로나 사태까지 장기화하면서 건전성은 물론 수익성과 성장성 모두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는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올해는 마이데이터나 종합지급결제업 서비스가 본격 시작되면서 수많은 빅테크와 핀테크 기업들이 금융업의 벽을 허물고 우리와 혁신 경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그룹 회장들은 빅테크와 금융권 간 규제 불균형 완화를 거듭 요구했다. 특히 디지털금융 협의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개선 방안들을 거론하며 "기존 금융사와 빅테크가 건전한 경쟁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규제의 형평성과 관련한 지속적인 협의가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디지털금융 협의회 운영에 대해선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하지만 현재까지 도출된 방안으로는 빅테크를 둘러싼 문제가 모두 해결될 수 없다는 시각이 많았다. 기존 금융권을 옭아매고 있는 규제사슬을 먼저 해소해야 제대로 된 논의를 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금융사와 빅테크 간 상생(相生)을 넘어 금융시장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서도 경쟁의 공정성이 좀 더 고려돼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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