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수첩] 예보의 조직 이기주의
상태바
[현장수첩] 예보의 조직 이기주의
  • 김흥수 기자
  • 승인 2017.06.01 09: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시장경제신문

예금보험공사는 지난 달 29일 서민들의 재기 지원을 위해 △적극적 채무조정, △과감한 채권정리, △불법추심 원천 차단 등 3대 중점목표를 선정해 금년내 완료를 목표로 조속히 진행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새 정부의 주요 정책 기조인 서민금융지원에 발맞춰 서민이 조기에 재기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금융권 일각에서는 예보가 조직이기주의 때문에 새 정부의 서민금융정책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예보가 소멸시효 관리를 통해 개인채무자의 경제적 자활을 지원하겠다고 하는 내용이 문재인 정부의 장기·소액 채권 일괄소각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며 조직이기주의를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시절 1000만원 이하 10년 이상 장기연체 소액 채권을 탕감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었다.

장기·소액 채권의 일괄 소각에는 위헌논란을 비롯한 여러 가지 법률적 검토가 뒤따라야 하고 해결방안에 따른 비용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게다가 9년 11개월 된 채무자와 10년 1개월 된 채무자 및 999만원의 채무자와 1001만원의 채무자간 형평성 문제 논란을 피해가기도 쉽지 않다.

새 정부의 인수위를 대신하고 있는 국정자문위원회에서도 채권소각과 관련해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사유 재산권 침해 및 사법부의 고유권한인 채무조정 등에 얽힌 위헌 논란과 성실상환자에 대한 형평성 및 이에 따른 도덕적 해이 논란 등을 피해가는 방안을 찾기가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학계와 법조계 일각에서는 소멸시효를 완성시킨 후 소각시키는 방안과 파산제도를 이용하는 방안 등이 가장 합리적이지 않겠느냐는 시각이다.

소멸시효와 관련해서는 시효완성 채권의 매각 금지 및 추심 금지 등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 국회에 상정중이므로 법안이 통과되면 시효완성 채권은 소각할 수 밖에 없게 된다.

999만원의 채무자와 1001만원의 채무자에 대한 형평성 논란도 자연스럽게 피해갈 수 있는 방안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민간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의 정리와 매입에 따른 비용 문제 등에 대해서는 아직 해결방안이 없는 실정이다.

파산·면책제도를 이용해 장기·소액 채권을 탕감하는 방안은 도덕적 해이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사법부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설득력이 힘을 얻는다.

그러나 재판이라는 절차를 이용하기 때문에 비용이 발생하게 되는 문제점도 발생한다.

예보의 입장에서 보자면 전자에 거론된 방안이 가장 속편해 보인다. 부실채권을 일괄 소각하게 되면 예보가 보유하고 있는 채권의 대부분이 사라지게 돼 그에 상응하는 일거리를 잃게 된다. 조직축소가 불가피해 질 수 있기 때문에 일괄소각은 편치 않다.

반대로 시효를 완성시켜 소각하는 방안은 시간을 두고 정리해야 하고 선별작업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일거리나 조직축소 등을 걱정할 이유가 없다.

민간기관의 부실채권 정리문제는 어차피 예보와 관련이 없기에 염두에 둘 ‘꺼리’도 되지 못한다.

후자의 경우 발생되는 비용과 예보의 감당여력 등의 문제로 결코 달갑지 않은 방안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예보가 보유한 채권들은 대부분 악성채권으로 시효연장에 소요되는 비용이 회수금액에 버금간다”며 “채무자를 선별해 시효연장을 하겠다는 것은 휴지조각과 씨름하며 일거리 만들겠다는 취지”라고 비난했다.

하늘이 두 쪽 나도 조직은 지켜져야 한다는 관료들의 조직이기주의는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