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슈퍼, '중진공-이마트' 업무협약 불만 토로
상태바
골목상권 슈퍼, '중진공-이마트' 업무협약 불만 토로
  • 서진기 기자, 연찬모 기자
  • 승인 2017.05.31 08: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기업 골목상권 침투 빌미 제공..."특혜보다 피해 많을 것"
사진=시장경제신문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이하 수퍼조합)가 중소기업진흥공단과 이마트의 자체 브랜드(PB)인 '노브랜드'의 업무협약에 대해 섭섭함을 토로했다.

대형마트의 골목상권 침투에 관한 명분을 중진공에서 제공했다는 이유다.

이들은 실제 혜택을 받는 중소기업보다 피해를 입는 영세상인들이 더 많을 것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진공과 이마트의 노브랜드는 우수 중소기업 성장 플랫폼 기반 조성을 위한 '중소기업진흥공단·이마트 노브랜드 업무협약식'을 30일 개최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이마트는 노브랜드 상품의 중소기업 생산 비중을 지난해 60%에서 올해 70%로 확대한다. 

또 노브랜드 상품으로 연간 10억원 이상 매출액을 거둔 중소기업 수를 지난해 20곳에서 올해 39곳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중진공 관계자는 "이번 협약으로 올해 노브랜드 중소기업 협력업체 수는 150곳까지 확대될 예정"이라며 "지난해 8곳에 불과한 수출국가를 2배 가량 늘리고 수출 규모도 100억원으로 확대키로 했다"고 말했다.

중진공은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이 수요처 확보 등을 통해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 중이지만, 수퍼조합 측은 노브랜드의 제품이 영세슈퍼에서 판매되는 것과 유사해 골목상권 침투의 우려가 있다는 의견이다.

실례로 노브랜드는 물티슈, 건전지, 과자 등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가격도 저렴해 많은 소비자들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마트가 오는 2020년까지 현재 28곳의 노브랜드 전문샵을 100여곳으로 확장할 계획을 세우면서 이들의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다.

조합 측에 따르면 지난 1990년대 초 15만개에 달했던 영세수퍼는 지난해 말 기준 4만5000여개로 감소했다.

조합 관계자는 "전국에 있는 동네수퍼들이 모두 대기업 브랜드로 가득 차는 게 아닌가 매우 걱정된다"며 "일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수혜를 입을 수도 있지만, 피해를 입는 곳들이 대다수일 것"이라고 토로했다.

강갑봉 수퍼조합 회장은 "지속되는 경기불황으로 많은 소상공인들이 힘겨워하는 가운데 이같은 협약은 불합리한 결정"이라며 "생계형 상인이 대다수인 골목상권이 아닌 해외로 나가는 것이 옳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상생을 일부분 인정하면서도 이 과정에서 영세상인이 피해를 입지 않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 유통업계 연구원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상생 사례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지만, 유통업계의 범위가 넓기 때문에 이해관계도 확실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