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코로나 이후 삶을 준비하라, 農山村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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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코로나 이후 삶을 준비하라, 農山村의 재발견
  • 오창균 기자
  • 승인 2020.12.25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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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촌유토피아를 아시나요' 신간 출간
이상 속 유토피아, 현실의 농산촌과 연결
농산촌 가치, 지구촌 난제 해결 활용할 때
사진=농민신문사 제공
사진=농민신문사 제공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전염병이 지구촌을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다. 과학자들이 꼽는 주범은 바로 우리, 21세기 인류다. 자연을 파괴해 도시를 넓히는 동안 야생동물은 서식지를 잃었고, 야생동물에 기생하던 바이러스는 변이를 거쳐 새로운 숙주인 인간에게 달려들었다. 인류가 이뤄온 산업문명은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우리는 마스크를 낀 채 하루하루 견디며 힘겹게 깨닫는 중이다. 백신이 나온다고 끝이 아니다. 그 사이에 또 다른 변종 바이러스가 생기면 사태는 원점으로 돌아간다. 이제 거시적인 안목의 대책이 필요하다. 

이 책은 ‘농산촌유토피아’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청사진으로 제안한다. 농협중앙회 임원, 농민신문사 사장을 역임하며 우리 농업·농촌의 현실을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해온 저자 현의송 한일농업농촌문화연구소 대표는 “인류사회가 농산촌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함으로써 지구촌의 난제를 푸는 데 활용할 때가 됐다”고 본다. 

농산촌유토피아는 말 그대로 ‘농산촌에 건설한 인류의 이상향’이다. 1차 산업이 영위되는 현실 공간인 농산촌(農山村)을 꿈의 공간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아지랑이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유토피아(Utopia)를 현실 사회와 연결시키는 개념이다. 농협이 2020년 초 이성희 회장 체제가 출범하면서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농(農)토피아’와도 일맥상통한다. 

현실에서는 경제적으로 윤택하고 자연환경이 청정하며 복지수준이 높은 유럽이나 일본 등지의 생태도시가 될 것이다. 저자는 자연과 인간이 친화적 관계를 만들어 인간이 안식을 얻고 문명의 폐해를 멀리할 수 있는 곳으로 농산촌유토피아를 제시하며, 이를 찾기 위한 관찰과 여정을 40여 편의 칼럼에 담아 책으로 엮었다. 

먼저, 제1장 ‘농산촌유토피아의 꿈’에서는 농산촌이 지닌 원형적 아름다움과 공동체적 가치를 문명사적 관점에서 조명한다. 코로나는 21세기 인류 문명에는 엄중한 경종이지만, 동시에 농산촌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지역 순환형 사회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특히 저자는 ‘농토피아, 광암마을의 꿈’이라는 글을 통해 고향 마을에 대한 절절한 사랑과 함께, 코로나 이후 우리가 추구해야 할 농촌의 모습을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제2장 ‘협동조합 복지사회 쿱토피아’에서는 미래 사회 디자인을 위한 협동조합의 역할을 진지하게 탐색한다. 유엔은 2030년까지 도달해야 할 ‘지속가능한 발전목표(SDGs)’를 정하고 우리가 환경과 빈곤,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최후의 세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할 조직이 상호배려와 지역사회 공현을 이념으로 하는 협동조합, 그중에서도 농협이다. 이 장에서는 일본 농협 현실에서 우리가 배울 점, 농민의 경제·사회·문화적 지위 향상을 위한 농협의 사명 등을 구체적 사례와 함께 모색한다.

제3장 ‘아름답고 살기 좋은 생태공동체’는 국내의 대표적인 생태공동체 마을을 통해 농산촌유토피아의 가능성을 엿본다. 충북 괴산 눈비산마을, 충남 홍성 문당리 등을 둘러본 저자는 ‘1차 산업과 함께 영위되는 건강한 생태사회의 재구축’을 힘주어 말한다. 그래야 자연도, 마을도 회복될 수 있다는 것. 

제4장 ‘신토불이와 윤리소비 그리고 농산촌유토피아’는 농산촌유토피아를 앞당기는 다양한 경제적 실천 방법을 살펴본다. 우리나라의 신토불이, 이와 비슷한 일본의 지산지소, 나라 안팎의 로컬푸드 운동과 윤리적 소비 등을 소개한다. 또한 일본 현지에서 보낸 여러 기고문을 통해 코로나를 극복하기 위한 일본 농업계의 자성과 실천을 볼 수 있다. 

제5장 ‘세계 농산촌유토피아를 가다’는 저자가 취재한 각국의 사례를 엮었다. 스위스 알프스의 산촌농가, 이스라엘의 집단농장 키부츠, 일본의 생태공동체와 이를 이뤄온 사람들의 노력을 다각도로 탐색한다. 이를 통해 현실의 농산촌을 이상적인 삶의 터전으로 가꾸기 위해서는 농업·농촌에 대한 국가적 지원과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함을 알 수 있다. 또 1930년대부터 ‘농촌유토피아 창조’를 목표로 노력해온 일본 시호로농협의 사례는 농협이 지역 활성화의 주축이 돼 농산촌유토피아를 만드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책에 실린 30점의 그림은 저자의 작품이다. 제주 곶자왈에서 출근하는 의사, 원시림에서 재택근무 하는 IT 직원, 온갖 동물이 노니는 서울 서대문 농협중앙회 인근 풍경, 농업유산으로 지정된 다랭이밭과 둠벙 등에서 농산촌유토피아를 향한 저자의 오랜 염원을 확인할 수 있다. 280쪽, 18,000원.

사진=농민신문사 제공
사진=농민신문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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