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독립이 거기서 왜 나와?"... 논란 부른 윤석헌 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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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독립이 거기서 왜 나와?"... 논란 부른 윤석헌 간담회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0.12.27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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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독립·기능 강화" 송년 간담회 발언 구설
금융권 "이미 무소불위... 뭘 더 강화?" 비난 봇물
"재발방지안 내놓을 자리... 되레 금융위 강화해야"
라임·옵티머스 사태엔 "아직 결론 없어, 내년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시장경제DB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시장경제DB

금융감독원 독립과 권한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윤석헌 금감원장의 송년 기자간담회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금융권에서는 "이미 무소불위 감독기관이 무엇이 더 필요한가"라는 반응과 함께 사모펀드 사태 재발방지보다 부처 이기주의를 앞세운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비대면 방식으로 열린 출입기자단 송년간담회에서 윤석헌 금감원장은 사실상 금융위원회로부터의 독립과 권한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피력했다.

우선 윤 원장은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 "이원화된 금융감독체계로 인해 감독 정책과 집행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며 "사후 개선이 어렵고 금융감독의 비효율이 발생해 소비자 피해를 일으켜 금융감독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금감원의 독립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금감원의 권한을 대폭 확대하는 '편면적 구속력' 도입의 필요성도 재차 언급했다. 이른바 편면적 구속력은 금감원의 분쟁조정 결정에 대해 금융기관이 불복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윤 원장은 "정보와 소송비용 측면에서 소비자는 금융사에 절대적으로 열위에 있다"면서 "해외 선진국 또한 편면적 구속력이 인정된다.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제한 가능한 것으로 법학자들로부터 이야기 들었다"고 말했다. 

반면 앞서 10월 국감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금감원에 편면적 구속력을 부여하는 방안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10월 12일 은 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소비자보호 측면에서 이해가 되지만 헌법에서 보장하는 재판상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 맞느냐 하는 의문도 있다"면서 "금감원 소비자보호처가 있고 금융위도 소비자를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기관만 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라임·옵티머스 결론 아직"... 금융권 "오히려 금융위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윤석헌 금감원장은 사모펀드 사태에 대해 감독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음을 인정하면서도 일부 금융사들의 과열경쟁에 문제가 있다고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발언을 했다.

윤 원장은 사모펀드 사태를 "한국 금융 (구조가) 갖고 있는 취약한 단면을 축약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으로 규정하면서 "금융상품 설계, 제조, 판매 과정에서 내부통제와 사기 등이 있었고 판매사는 소비자보호 대신 판매 경쟁에 열을 올렸다"고 말했다. 

사진=금융감독원 제공
사진=금융감독원 제공

이어 "사모펀드가 은행 창구를 통해 일반 투자자에게 팔리면서 감독 장치가 불비해 대응하지 못했다. 소비자 피해에 매우 송구스럽다"면서 "소비자보호는 금감원의 중요한 정책방향으로 이를 달성하기 위해 금감원의 역량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옵티머스 사태에 대해선 "아직 답을 얻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지만, 사실상 '불완전 판매'로 결론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윤 원장은 "만일 계약 취소로 가기 어렵다면 불완전 판매로 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손실 추정이 되지 않아 판매자와 소비자간 합의가 가능할 시에 분쟁조정위원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라임 제재에 은행지주사도 포함되는지에 대해서도 "아직 결론을 내지 못했으며 내년 본격적인 논의가 있을 예정"이라고 답했다.

24일 복수의 금융권 관계자들은 윤 원장의 송년 간담회 발언에 공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금감원 권한 강화와 관련해 "금감원은 이미 무소불위의 감독기관인데 무엇을 더 강화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면서 "금감원 전현직이 사모펀드에 연루됐으니 오히려 금융위의 견제와 감시기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금감원은 사모펀드 시장을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은 것은 물론, 전현직 직원들까지 사기행각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체면을 구겼다. 금감원의 윤모 전 국장은 2018년 3~4월 경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에게 펀드 수탁사 관계자 등 금융계 인사를 소개해주는 대가로 수천만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청와대 행정관으로 파견된 김모 팀장은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3,700만원을 받고 금감원 내부 검사 자료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전 수석조사역인 변모 씨도 지난 5월 옵티머스 부실을 검사하는 금감원 국장과 팀장에게 전화를 걸어 로비를 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같은 전·현직 금감원 직원의 사모펀드 비리 연루에 대해 윤 원장은 "청와대 파견된 김모 팀장과 광주지원장인 윤모 전 국장 등 두 건에 대해 금융감독원장으로서 송구스럽다"고 사과하면서 각종 내부기강을 바로잡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인 금감원의 감독권 독점 폐해와 권력 분산에 대해서는 아무런 쇄신책을 내놓지 않았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 독립과 관련해 "공익목적이라기 보다 인사와 예산을 마음대로 하겠다는 부처 이기주의라는 인상을 받았다"면서 "피해자들이 이 추위에 거리로 나서서 해결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은 모양새"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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