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참사 책임' 은행에?... 금감원, "대출 더 조여라" 호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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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참사 책임' 은행에?... 금감원, "대출 더 조여라" 호통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0.12.17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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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창구 막으니 제2금융 '풍선 효과'
저축銀 중금리잔액 8조, 가계대출 29조
생명보험사 담보대출 9월 48조 육박
금융권 "시장 인위적으로 통제할 수 없어"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시장경제DB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시장경제DB

금융당국이 시중은행 임·직원들을 불러 가계대출 급증과 관련해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최근 시중은행 대출 조이기에 나섰지만 제2금융권 '풍선효과'까지 막지는 못했다. 업계 안팎에선 부동산 정책 실패의 '불똥'이 금융권으로 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돌고 있다는 전언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시중은행의 임원들과 함께 진행한 '가계대출 관리 동향 및 점검' 화상 회의에서 은행들의 관리 소홀을 질책하고, 개별 면담을 요구하는 등 전방위적 압박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번 회의에서 금융당국은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들에게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대출 증가세가 가파른 특정 은행을 지목해 질책했다는 후문이다.

대출량이 급증했던 지난 10월 이후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관리 지침에 따라 신용대출 금리를 높이고 한도를 축소하는 등 대출의 문턱을 높여왔다. 그러나 업계에선 현실적으로 정상적인 대출수요까지 통제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지난 한달 간 늘어난 가계대출 총액은 집계가 시작된 2004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정부의 신용대출 규제 강화 방침이 나온 직후 '막차' 수요가 몰린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총 982조1,000억원으로, 한달 사이 13조6,000억원 증가하며 역대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가계대출의 최후 수단인 신용대출의 경우 같은 기간 7조4,000억원이 늘어났다.

 

은행 대출 조이자 제2금융으로... '풍선효과' 

금융당국의 호통에 은행들은 이례적으로 대출 창구의 문을 걸어 잠그기 시작했다. 앞서 신용대출 금리를 높이고 한도를 축소했음에도 몰려드는 수요를 막기 위한 마지막 수단을 동원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자 대출 수요가 제 2금융권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우선 저축은행의 중금리대출 규모가 1년 새 두배 가까이 늘었다. 13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중금리 대출을 취급하는 저축은행은 현재 26개로 이들의 중금리 대출 잔액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4조원에서 최근 8조원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중금리대출은 가중평균 금리가 연 16.5% 이하이고 최고금리가 연 20% 미만이면서 신용등급 4등급 이하 차주에게 70% 이상을 공급하는 비보증부 신용대출이다. 최근 정부의 법정 최고금리 인하 조짐으로 중금리대출이 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증가폭 역시 기록적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3분기 말 저축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29조5,913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조8,267억원 증가했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3년 1분기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이 외에도 국내 생명보험사 24사의 부동산담보대출 규모는 지난 9월 48조1,865억원으로 1월에 비해 11.3% 증가했고,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역시 29조5,913억원으로 전분기 말 대비 1조8,267억원 늘어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당국의 호통이 있자 업계 안팎에선 집 값을 잡지 못한 부동산 정책의 실패와 풍선효과로 인한 '불똥'이 은행권으로 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내 집 장만과 투자수익을 열망하는 시장을 인위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는 발상에 문제가 있다"면서 "만약 2금융권까지 조였다면 대부업체 등이 수혜를 입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제2금융 관계자는 "최근 늘어난 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 통장의 경우 용처를 알기 힘든 경우가 많아 반드시 부동산 정책에 의한 풍선효과라고 장담하기 어렵다"면서 "저금리 기조에 따라 상당 부분 증권가 등으로 흘러갔을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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