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수첩] 왕서방이 된 신용카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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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수첩] 왕서방이 된 신용카드사
  • 김흥수 기자
  • 승인 2017.05.29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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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문재인 정부의 금융정책 기조가 서민 중심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이자율 인하와 채무탕감, 카드 수수료 인하 등에 연일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중 카드 수수료 인하부분과 관련해 카드업계의 고충과 대책마련 등도 함께 다뤄지며 언제나 그렇듯 소비자혜택을 줄인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카드사가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혜택은 소비자들의 요구에 의해 제공되는 것이 아니고 카드사들의 과당경쟁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챙긴 ‘어부지리’일 뿐이다.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카드시장은 카드사들의 과당경쟁을 불러올 수 밖에 없고 급기야는 치킨게임으로 변질됐다.

생존을 위한 카드사들의 치킨게임은 소비자들에게 각종 혜택을 ‘어부지리’로 안겨 주는 과오를 반복해서 저지르게끔 했다.

그 와중에 카드사들의 경쟁비용을 부담하는 쪽은 애석하게도 신용카드 가맹점들이었다.

카드사의 대폭적인 지원을 받는 일부 대형가맹점을 제외한 일반 신용카드 가맹점들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카드회원들이 누리는 혜택과는 전혀 무관하다.

매년 카드회원들이 누리는 혜택은 늘어나고 있지만 자영업자들의 영업환경은 그와 반비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세자영업자를 포함한 일반 가맹점들은 폭주기관차에 올라탄 카드사의 치킨게임 비용을 모두 부담해야 했다.

카드 수수료를 인하한다고 하면 카드업계는 입버릇처럼 소비자 혜택을 줄일 수 밖에 없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밑지고 판다’는 장사꾼의 말이나 ‘시집 안 간다’는 노처녀의 말보다 더 곧이 듣기 어려운 것이 카드사들의 소비자 혜택을 줄인다는 말이다.

카드사들의 과당경쟁이 2004년 카드대란을 불러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며 그 와중에 몇 개의 카드사는 문을 닫았음에도 불구하고 카드사들은 아무런 반성이 없었다.

과당경쟁은 계속하면서 단지 경쟁비용만 제3자에게 전가시키는 교활한(?) 방안을 연구해 냈을 뿐이다.

이 같은 방안의 피해자는 애석하게도 카드사에게 철저히 '을'이 될 수 밖에 없는 자영업자 중심의 카드 가맹점이었다.

가맹점을 재주 부리는 곰으로 전락시키고 자신들은 돈을 챙기는 왕서방의 길을 택한 것이다.

카드사들은 수수료를 인하하라고 하면 소비자 혜택 축소라는 반대급부를 내세우며 여론을 조작하려 들었다.

심지어 자영업자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경기침체나 상가임대료 등이라는 낯 뜨거운 설문조사까지 해 가며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려 애썼다.

카드수수료는 지난 10년간 모두 9차례에 걸쳐 인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혜택은 오히려 대폭 증가했다.

카드수수료 인하때마다 소비자 혜택을 줄이겠다는 카드사의 공언이 ‘밑지고 판다’는 장사꾼의 거짓말보다 믿기 힘든 이유이다.

이미 치킨게임에 몰입하고 있는 카드사가 소비자 혜택을 줄이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기자는 호언할 수 있다.

그들이 치킨 게임을 그만 두자고 담합을 하거나 ‘을’의 눈물을 측은히 여겨 개과천선을 하는 사건이 전제되지 않는 한 벌어질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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