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만 고치는 전통시장 사업 이제 그만… ‘소프트웨어 사업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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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만 고치는 전통시장 사업 이제 그만… ‘소프트웨어 사업 확대해야’
  • 박진형 기자
  • 승인 2017.06.14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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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지자체들의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최근 정부의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에 새로운 방식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와 소상공인 단체들이 내놓은 자료를 살펴보면 최근 수 년 동안 수 천 억원의 예산을 정부가 전통시장에 쏟아 부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했고, 매출도 계속 급감 중이다. 또, 대형유통마트 의무휴무일에도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찾지 않는다는 설문조사도 나오고 있다.

◇ 전통시장 살리기 정책 방향 “소프트웨어에 집중해야”

정부의 전통시장 활성화 정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전통시장을 현대화 하는 '하드웨어 지원'이다. 간판, 화장실, 점포 디자인 등 전통시장 시설 개선이 대표적이다. 다른 하나는 시장경영혁신을 위한 '소프트웨어 지원'이다. 축제, 교육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한 중소기업청의 경우에는 2017년도 기준으로 소프트웨어 부문은 565억원, 하드웨어 부문은 753억원으로 책정돼 있다. 현재는 약 200억 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소프트웨어 사업의 예산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전통시장 살리기 정책을 소프트웨어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구전통시장진흥재단 장흥섭 원장은 “하드웨어 지원 위주의 전통시장 지원 정책에서 거점별 시장 특성화, 상인 역량 강화교육 등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원장은 전통시장 전문가다. 2007년 경북대 교내에 법정연구소인 ‘지역시장 연구소’를 만들었다. 2011년부터 상인최고경영자 과정을 운영 중이다. 매월 3~4차례씩 상인대학 교육을 하고 있다.

김정일 경남지방중소기업청장도 “정부는 전통시장 고유기능과 더불어 사람들이 이용하기 편리한 환경조성을 위해 아케이드 및 점포시설 개선, 주차장 확보 지원, 편의시설 확보 등 시설현대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러한 정부지원을 통한 하드웨어 구축 방식의 전통시장 살리기가 앞으로도 계속 효과를 발휘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한 번쯤 되짚어 보고, 활성화에 고민할 시점”이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 소비자들 ‘시설 보다 점포 운영 방식 지적’ 더 많아

김 청장의 우려처럼 소비자들은 전통시장 내 시설 등에 대한 불평보다는 점포의 운영 방식에 대한 지적이 더 많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시장을 찾지 않는 이유에 대해 최우선 순위로 꼽히는 것이 카드결제 불편이었다. 그 다음으로 상품의 신뢰성, 상인들의 불친절 등 순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대형마트 의무휴업 효과 소비자 조사(2014)’를 실시한 결과에서는 대형마트 휴점에도 전통시장을 찾지 않는 이유(복수 응답)로는 △카드 결제의 어려움(55.2%) △주차장 시설 없음(43.9%) △교환 및 환불 어려움(37.1%)이 꼽혔다.

정부 정책의 기본 방향과 소비자 요구의 불일치도 매출액 하락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조사 결과와 추정에 따르면 전통시장의 매출액이 지난 2005년 32조7000원에서 2013년 20조7000원으로 8년 사이에 63.3%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시장의 매출액을 시장별, 점포별, 종사자별로 살펴봐도 매년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 소비자들 대형마트 의무 휴무해도 전통시장 안 가

정부의 전통시장 정책 방향을 하드웨어서 소프트웨어 위주로 바꿔야 한다는 이유는 또 있다.

대형마트과 백화점이 의무적으로 휴무일을 갖는 것은 전통시장을 방문자 수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통계가 나왔다.

사단법인 E컨슈머는 2016년 9월 29일부터 2017년 5월 9일까지 7개월 동안 서울 광장시장, 서울 신원시장, 광주 양동시장, 부산 남항시장 청주 육거리 시장 등 5개 전통시장을 방문한 이같은 통계가 나왔다고 최근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우선 인근에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없는 서울 광장시장의 경우 대형마트 영업일에 5,683명이 방문한 반면 대형마트 휴무일인 2, 4째주 일요일에는 5,000여명이 방문했다.

월1회 백화점 휴무일의 경우 4,862명이 광장시장을 찾았으며, 백화점 영업일에는 평균 5,666명이 방문했다.

이서혜 E컨슈머 연구실장은 "백화점 주변, 대형마트 주변의 전통시장 방문 소비자 수는 백화점, 대형마트의 휴무일보다 영업일에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통계적으로 대형마트 , 백화점 휴무는 전통시장 방문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 하드웨어 성과 분명히 존해 “투트랙(하드‧소프트웨어) 전략 가야”

하드웨어를 통해 성과가 나타났다는 대목도 있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전통시장의 매출은 2005년부터 매출액 하락곡선을 그리다가 지난 2014년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2000억원 수준으로 전년대비 1.0% 증가한 수준에 그쳤지만 2005년부터 지속된 매출액 감소세가 반전된 점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 지점은 정부가 대대적인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하드웨어적인 사업에 대폭 예산을 투자한 시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협상력과 편의성을 갖춘 마트와 단순 경쟁하기보다는 전통시장의 특성을 살려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위기의 전통시장을 구하는 선결과제"라며 "특히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같은 경우에는 소비자로 하여금 전통시장에 대해 반발을 키울 수 있다. 때문에 하드웨어적인 사업과 소프트웨어적인 사업을 절묘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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