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 3300평·건물 7채, 정문엔 자물쇠... 의문의 '영안모자' 청평 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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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 3300평·건물 7채, 정문엔 자물쇠... 의문의 '영안모자' 청평 콘도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0.12.07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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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안모자 가평 부동산 미스터리①]
계열사 법인 소유... 백성학 회장 개인별장 의혹
지도상 '호명콘도' 표기... 홈피 연락처도 없어
출입문에 '외부인 출입금지'... 담장엔 철조망
용처·구입 경위 알 수 없어... 영안모자 측 묵묵부답
별장 내 청평호와 맞닿는 수상시설물이 눈에 띈다. 사진=유경표 기자
별장 내 청평호와 맞닿는 수상시설물이 눈에 띈다. 사진=유경표 기자

영안모자그룹이 경기도 가평에 실체 불명의 별장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그 용처 및 구입 경위 등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이 별장은 표면적으로는 영안모자 계열사인 호명관광 명의로 등록돼 있지만, 사실상 영안모자 오너인 백성학 회장의 개인 별장이나 다름없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가평은 수려한 산세와 청평호를 아우르는 경치로 유명한 지역이다. 서울과도 비교적 가까워 대기업 오너와 유명 연예인들이 개인 별장을 소유한 경우가 많다. 이 가운데는 법인 명의로 된 별장을 총수나 그 가족이 사적으로 사용 중인 경우들도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별장을 법인 명의로 소유하면 기업 오너 입장에서는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별장은 '부의 상징'으로 통하기에, 국민 정서상 사치스럽고 호화로운 모습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별장의 소유자 명의는 회사명으로 하고, '연수원' 등의 시설로 등록하는 식이다. 회사 차원의 공적인 목적에서 이용하는 것이라면 문제가 없지만, 그 쓰임새가 총수 일가의 개인별장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영안모자는 일반인에게는 조금 낯설 수 있지만 단순한 모자제조 기업이 아니다. 세계에 65개 생산·판매 법인을 두고, 연 15억8400만달러(1조8800억원) 매출을 올리는 중견 기업이다. 이 회사창업주인 백성학 회장은 모자 생산·판매업으로 사업을 시작해 굴지의 기업을 만든 입지전적인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공격적인 문어발식 사업 확장 경영으로 오늘날에 이르렀다. 자일자동차와 대우버스를 비롯해 미국 클라크지게차 등을 주요 계열사로 편입했으며, 제조업 외에도 호명목장과 호명관광, 광고회사 다보컴, 방송사 OBS, 복지TV 등은 물론, 학교법인 숭의학원도 소유하고 있다.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에 위치한 영안모자 별장 입구. 사진=유경표 기자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에 위치한 영안모자 별장 입구. 사진=유경표 기자

 

철책으로 둘러싸인 '청평 별장'... 대지 3300평, 건물 7채 

백 회장이 실제 소유주라는 의혹을 사고 있는 문제의 별장 추정 건물은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호명리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은 북으로는 산세 좋은 호명산이 자리하고 있고, 남으로는 청평호와 마주하고 있는 '배산임수'의 명당이다. 

현장 취재 결과 해당 건물 입구에는 '외부인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으며, 출입문은 자물쇠로 굳게 닫혀 있었다. 출입문 양쪽에는 사람의 키를 훌쩍 넘는 높이의 돌담이 이어져 있었다. 출입문 폭은 SUV 차량도 충분히 드나들 수 있을 만큼 넉넉했다. 

별장 주변으로는 높은 철책과 철조망을 이중으로 둘러 마치 과거 정보기관의 '안가'를 연상케 했다. 그 안으로 나무까지 빽빽히 식재해 외부로부터의 시선을 철저하게 차단했다. 그럼에도 나무들 사이로 얼핏 보이는 건물의 모습은 호화로웠다. 

등기부등본 및 지도 확인 결과 별장 부지 면적은 약 1만600제곱미터(약 3300평), 건물은 모두 7채에 달했다. 

특히 청평호와 접해 있는 곳에는 상당한 규모의 수상 시설이 들어서 있었다. 2층으로 지어져 요트나 모터보트, 수상스키 등을 타거나 구경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물 위에 있는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녹이 슨 흔적 하나 없이 깔끔하게 페인트가 칠해져 있어 꾸준히 관리되고 있는 시설임을 알 수 있었다. 

시야가 제한적이긴 했지만 잘 정돈된 정원과 오밀조밀한 석재로 치장한 건물의 모습은 확인할 수 있었다. 위치 상으로 볼 때, 탁 트인 청평호의 경치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뛰어난 입지였다. 

 

네이버 지도상 '호명콘도'로 표기... 홈피, 연락처도 없는 유령 콘도 

호명콘도. 사진=네이버 지도 화면 캡처.
호명콘도. 사진=네이버 지도 화면 캡처.

해당 건물들의 명칭은 포털사이트 네이버 지도에서 검색 결과 '호명콘도'로 나타난다. 명칭만 보면 일반적인 레저 숙박시설로 인식될 수 있지만, 취재 과정에서 드는 의문은 더욱 깊어졌다. 먼저, 관광객을 위한 콘도 시설이라면 예약시스템이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호명콘도'는 예약시스템은 물론 홈페이지나 연락처도 존재하지 않았다. 콘도를 소개하는 블로그 글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영안모자 홈페이지에 따르면, 영안모자 계열사인 호명관광의 존재가 확인된다. 이 회사는 가평군 일대에서 산장호텔 등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취재진은 해당 건물의 콘도 예약이 실제 가능한지 알아보기 위해 호명관광에 문의했다. 호명관광 관계자는 산장호텔과 카라반 등 2곳의 숙박시설만을 소개했다. 취재진이 문의한 '호명콘도'에 대해서는 안내를 받을 수 없었다. 

의문스러운 점은 더 있다. 부동산 등기부등본상 해당 토지를 (주)호명과 호명관광주식회사가 양분하고 있다는 점이다. 별장으로 추정되는 건물들이 위치한 대지는 (주)호명 소유로 2002년 7월 등기됐다.

건물의 경우 호명관광 혹은 주식회사 호명 명의로 등기돼 있었다. 

일부 건물은 2002년 (주)호명 명의로 등록된 뒤, 2011년 10월 말쯤 호명관광으로 소유주가 변경됐다. 이 밖에 다른 건물들은 소유권자가 호명관광이었다. 

위 건물과 부지의 용처는 확인할 수 없었다.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철저하게 차단된 구조, 인터넷 검색 결과 관련 정보가 거의 없는 점을 고려할 때 위 부동산을 상업용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기업 연수원으로 보기에도 찜찜한 점이 많았다. 그렇게 보기에는 건물 관리가 지나치게 폐쇄적이었다.

호명콘도. 사진=네이버 위성지도 화면 캡처.
호명콘도. 사진=네이버 위성지도 화면 캡처.
호명콘도. 사진=네이버 지도 화면 캡처.
호명콘도. 사진=네이버 지도 화면 캡처.

 

'주식회사 호명'도 실체 불명... 페이퍼컴퍼니 의심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주)호명과 호명관광은 별도의 법인으로 보인다. 영안모자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해 보면, 호명관광은 영안모자그룹의 계열사로 소개돼 있다. 그러나 (주)호명에 대한 설명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주)호명이 '페이퍼컴퍼니'가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의문스러운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호명관광의 경우, 주소지가 가평군 청평면 일대로 기재돼 있지만 (주)호명은 법인등기부등본상 본점소재지가 영안모자 본사와 같다. 호명관광이 관광사업 목적으로 해당 토지와 건물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라면, 무슨 이유로 실체가 확인되지 않는 (주)호명과 명의를 나눠 소유하고 있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국토교통부 부동산 공시지가 조회 사이트를 통해 확인한 결과, 올해 5월 기준 별장 추정 건물중 1개 동(2층 단독주택 구조, 대지 면적 약 80 제곱미터)의 토지분 공시지가는 제곱미터당 32만7900원이었다. 해당 토지의 2003년 공시지가는 1만4700원이었으므로 17년 사이 약 20배가 오른 셈이다. 나머지 토지와 건물 가격을 합산하면 공시지가만으로 수십억원대를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본지는 영안모자 측에 질의서를 보내고 취재협조를 요청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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