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대체투자 심사-영업부서' 분리?... 금감원의 뻔한 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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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대체투자 심사-영업부서' 분리?... 금감원의 뻔한 지침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0.11.27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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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대체투자 심사·영업 전면 분리 방침
"중대형 증권사 이미 적용... 새로울 것 없어"
"지나친 정부 개입으로 수익률 하락할 수도"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시장경제DB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시장경제DB

금융감독원이 증권사들의 무분별한 대체투자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앞으로 대체투자 상품의 개발·투자유치를 위해 독립된 심사부서에서 최종 투자심사를 받아야 한다. 기관·개인 투자자에 대한 보호 의무도 강화될 전망이다. 업계 안팎에선 금융당국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보여주기식 규제로 인한 시장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는 연내 '금융투자회사의 리스크관리 모범규준' 개정을 목표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우선 증권사 내 대체투자 심사 완료부서를 영업부서와 전면 분리하도록 할 방침이다. 증권사 셀다운 시기 자주 발생하는 투자자 피해 방지를 위해 자산을 사들인 기관이나 개인투자자에 대한 보호 의무도 강화된다. 자산 평가 역시 객관적인 평가조직과 절차·기준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난 5월 금감원이 공개한 '자본시장 위험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국내외에 투자한 대체투자 자산은 57조원에 달한다. 특히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에 대한 지분 재매각을 염두한 해외 부동산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해외 부동산 투자가 늘면서 투자자 피해도 늘고 있다. 지난해 3,200억원 규모의 '호주 부동산 펀드' 투자 실패가 대표적인 예다. 당시 판매사는 '호주 정부의 장애인주택임대사업'에 투자하는 'JB 호주NDIS펀드'를 판매했다. 그러나 호주 부동산시장 가격 상승으로 매입하고자 했던 아파트 부지를 사지 못해 결국 투자자 피해로 이어졌다.

5,000억원 규모의 투자 피해를 낸 독일 헤리티지펀드는 현지 문화적 가치가 있는 오래된 건물을 매입해 내부 리모델링 후 재매각하는 대체투자 상품이었다. 그러나 독일 당국의 내부 리모델링 인허가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했다.

금감원의 이번 가이드라인은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원장은 연내 대체투자 리스크 관리를 위해 상세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종합관리시스템 구축하고 업권별 대체투자 리스크에 대한 상시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6월 12일 '연기금의 대체투자' 심포지엄에서 "대체투자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경영실태평가 항목 마련하는 등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전문성, 객관성을 고려해 대체투자 피해를 줄이는 금융소비자 보호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금투협회 관계자는 "태스크포스에서 논의된 협의 내용을 바탕으로 회원사의 의견도 수렴할 예정"이라며 "연내 모범규준 개정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회원사의 준비과정 등을 고려해 시행 시기는 내년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금융당국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지나친 정부 개입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금감원의 조치에 대해 "대체투자 심사와 영업부서를 분리하는 것은 여러가지 면에서 합리적"이라면서도 "이미 중대형 증권사들은 대부분 영업과 심사가 분리돼있어 특별히 새로울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증권가 관계자는 "대체투자는 대부분 은행·보험사·연기금 등 기관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인다"면서 "사실상 최고의 전문가 집단이므로 수익성 만큼의 리스크를 안고 가도록 하는 것이 정도(正道)"라고 말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대체투자에 따른 리스크를 증권사에게 전가하면 판매를 하지 않거나 수익률을 낮출 수 밖에 없다"면서 "당국의 '보여주기식' 규제로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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