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중 이재용만 대통령과 대등한 관계"... 황당논리 편 특검
상태바
"재벌 중 이재용만 대통령과 대등한 관계"... 황당논리 편 특검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0.11.25 1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재용 뇌물 등 혐의 파기환송심 6차 공판
특검-변호인단, '뇌물 성격' 놓고 날선 공방
檢 "뇌물의 적극성 능동성 대법원 인정" 주장
辯 "사실과 다른 주장... 법원이 대통령 직권남용죄 인정" 반박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23일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6차 공판에서 특검과 변호인단이 '뇌물의 성격'을 놓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특검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은 '대등한 관계'에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뇌물의 적극성 능동성'을 강변했다. 반면 변호인단은 이 사건 파기 전 대법 상고심 재판부도 뇌물의 적극성이나 능동성은 인정한 사실이 없다며, 특검 주장은 사실에 반한다고 받아쳤다. 

박 전 대통령의 요구 내지 강요에 따라 삼성에 최순실 모녀에게 금품을 제공한 성격을 무엇으로 볼 지는 이 사건 본질을 규명하는 핵심 사안이다. 삼성 측의 금품 제공을 적극적 능동적 뇌물공여로 본다면, 양형에 있어 감경사유는 크게 줄어든다. 반면 절대권력자인 대통령이 직권을 남용해 기업 총수를 불러 금품 제공을 압박한 것으로 본다면, 뇌물의 적극성 내지 능동성은 인정하기 어렵다. 이 경우 금품 제공은 소극적, 수동적 뇌물공여로 판단함이 법리상 자연스럽다. 양형심리에 있어 피고인에게 매우 유리한 국면이 조성된다고 볼 수 있다.   

이 사건 뇌물의 성격을 규명함에 있어 그 전제조건으로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대등한 관계'가 형성돼 있었다는 특검의 주장은, 바로 이런 사정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는 23일 이 사건 파기환송심 6차 공판을 열었다. 특검은 증거조사에 앞서 양형 관련 입장을 밝혔다. 지난 기일 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후원을 요구받은 7개 대기업 중 삼성과 롯데 등 2곳 총수와 임원만 구속 기소하고 다른 5개 기업은 기소조차 하지 않은 이유를 석명하라"는 요구에 대한 답변이었다. 

우선, 특검은 "이 사건 성격은 2016년 11월까지의 검찰수사와 2017년 2월까지의 특검 수사결과를 종합해, 대법원이 판시한 사실을 기초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특검은 '대법원이 이 부회장 뇌물공여의 적극성·능동성을 인정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특검은 "재판부 석명사항은 2016년 11월 초동수사를 기반으로 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기초로 이 사건 기본 성격을 규정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 파기 전 1, 2심은 물론이고 전원합의체 심리로 진해된 대법원 상고심도 뇌물의 성격에 대해서는 명시적인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특히 파기전 상고심은 '포괄적 묵시적 청탁'의 법리 구성을 인정하면서도, 뇌물의 성격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했다. 

이런 사정을 종합할 때, 이 사건 재판부가 '뇌물의 능동성 적극성을 인정했다'거나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 관계는 대등했다'는 취지의 특검 주장은, 재판을 통해 드러난 사실과 다르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특검 "대통령과 이 부회장 대등 관계... 적극적 뇌물 공여" 
변호인단 "법원도 대통령 직권남용죄 인정... 팩트와 다른 주장" 

특검도 이런 사정을 의식했는지, 대통령과 기업 총수 사이 관계의 대등함을 강조하는 데 상당한 공을 들였다. 특검은 “시대상황의 변화에 따라 과거에는 정치권력이 우월적 지위를 가졌지만 최근에는 경제 권력이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다. 최소한 대등한 관계로 변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삼성은 국내 1위 재벌그룹 넘어 초일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며 “그로 인해 대통령과 삼성그룹 오너 사이의 관계는 최고 정치 권력자와 최고 경제 권력자로서의 대등한 지위를 갖게 된 것”이라고 했다. 

나아가 특검은 “다른 재벌 그룹 오너는 어떨지 몰라도 재계서열 1위인 이 부회장과 대통령 사이는 어느 일방의 강요에 의해 요구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라며 “상호 ‘윈윈’의 대등 지위에 있었음이 명백히 확인된다”고 덧붙였다. 

특검 주장에 변호인단은 "법원 심리를 통해 드러난 사실에 반한다"며 즉각 반발했다.

변호인단은 “대통령의 요구에 의해 기업의 의사결정 자유가 침해된 상태에서 동계영재센터 등의 후원을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변호인단은, 최순실(최서원)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서도 삼성에 대한 지원 요구와 관련해, ‘대통령의 직권남용죄 성립’을 인정했다는 사실을 인용하며 특검 주장을 일축했다.  

다음은 이 부분 변호인단의 항변 주요 내용.

“묵시적 부정한 청탁이라는 것은 사실상 삼성의 모든 현안에 대해 불이익이 없도록 해달라는 '막연한 선처'를 기대한 정도이며, 이것이 대법원의 판결 요지이다.

(명시적 개별적 청탁을 인정할) 구체적 증거가 없다는 점 역시, 통상의 뇌물사건과 달리 대가성이 미약하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대목.“

변호인단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의 무효를 주장하며 구 제일모직 주주 등이 제기한 1심 판결 주요 내용을 인용, '이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 양사 합병을 추진했다'는 취지의 특검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항변했다. 

"특검은 '승계작업은 이 부회장 개인을 위한 현안에 불과해 가벌성이 크다'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합병 무효 소송 1심 재판부는 '합병의 경영상 필요성'을 인정했다. '재배구조 개편 등 효과가 삼성 각 계열사 이익 증대에 기여했다'는 판단도 내렸다."

이날 특검은 재판부와 과도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특검은 “승계 관련 청탁의 동기와 배경, 목적, 진행경과 등을 밝힐 수 있는 증거를 제출했는데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이어 “재판부가 아쉽게도 대통령의 요구에 따른 뇌물공여라는 취지로 오해할만한 발언을 여러 번 언급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재판부는 “대통령 요구에 의한 수동적 뇌물공여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며 언성을 높였다. 그러면서 “재판부가 한 말을 자꾸 정의하고 문자화하는 것은 자제해 달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달 30일 예정된 차회 공판 기일에서는 특검 측 증거조사 관련 프리젠테이션이 진행된다. 다음달 7일에는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들의 준법감시제도를 살펴본, 전문심리위원 3인의 의견진술이 있을 예정이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