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패권 잡겠다"... 삼성SDI,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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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패권 잡겠다"... 삼성SDI,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박차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0.11.22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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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없는 전고체 전지... 전기차 '안성맞춤'
2027년 상용화 '가시권'... 자동차 업계 주목
리튬이온 배터리(왼쪽)와 전고체 배터리(오른쪽)의 구조. 사진=삼성SDI
리튬이온 배터리(왼쪽)와 전고체 배터리(오른쪽)의 구조. 사진=삼성SDI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삼성SDI가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좌우할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SDI가 개발하고 있는 전고체 배터리는 폭발 위험이 없고, 고용량·고효율 등의 장점을 갖춰 글로벌 배터리 업계에서 ‘꿈의 배터리’로 불리고 있다. 

삼성SDI는 전고체 전지 기술 분야에서 가장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SDI는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일본연구소 등과 협력해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고체 전지는 미래 자동차 시장의 주류를 차지하게 될 전기차의 ‘화룡점정’이나 마찬가지다. 전기차에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할 경우, 주행거리를 비약적으로 늘릴 수 있고, 충전 시간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폭발 위험이 거의 없어 현재 쓰이고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가장 유력한 주자로 꼽힌다. 

현재 광범위한 분야에서 쓰이고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 분리막을 놓고 액체 전해질을 채운 구조로 돼 있다. 리튬이온이 전해질을 통해 양극과 음극 사이를 오가면서 전기가 만들어지는 원리다. 

하지만 리튬이온 배터리가 가진 한계점은 ‘안전성’에 있다. 열이나 충격에 약해 폭발이나 화재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양극과 음극의 접촉을 막는 분리막은 매우 얇은 두께로 돼 있어 훼손되기 쉽다. 분리막이 망가지면 전해액이 흘러나오게 되고, 양극과 음극이 서로 반응해 열을 발생시켜 화재로 연결될 수 있다. 

그렇다고 분리막을 두껍게 만들기도 어렵다. 리튬이온이 원활하게 분리막 사이를 오가야 하는데, 이를 두껍게 만들면 배터리 효율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배터리 제조사에서는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배터리 안에 여러 안전장치를 내장하고 있지만, 이 역시 크기 대비 배터리의 용량을 줄이는 요인이 된다. 
 

고체 전해질 개발 실마리 잡은 삼성SDI... 기술난제 해결 '성큼'

이 같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단점을 보완한 것이 전고체 배터리다. 전고체 배터리는 말 그대로 배터리 전체를 고체화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전해액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분리막을 사용할 필요가 없고, 폭발위험도 사실상 ‘0’가 된다. 

안전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진다는 장점 외에도 전고체 배터리가 가진 이점은 많다. 배터리 내부의 안전장치를 줄일 수 있어 용량이 증가하고, 충전시간도 크게 단축된다. 충격이나 온도변화에도 강해 전기차에 가장 적합한 성질을 지녔다.  
 

사진=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사진=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올해 3월 삼성전자 종합연구원이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에너지를 통해 발표한 전고체 배터리의 원천기술 논문에 따르면, 현재 삼성전자가 개발하고 있는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용량은 커진 반면, 크기는 오히려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전기차는 배터리를 탑재할 수 있는 공간이 한정돼 있다. 따라서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높은 전고체 배터리가 더 유리하다. 같은 크기라도 용량이 두 배 이상 높아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비약적으로 늘릴 수 있다. 

삼성전자가 개발하고 있는 전고체 배터리는 전기차에 탑재 시 1회 충전에 약 800km를 주행할 수 있고, 충·방전 횟수도 1000여회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의 주행거리는 300~400km 수준에 그치고 있음을 감안하면 두 배 이상 긴 거리다. 내연기관 차량과 비교하더라도 장거리 운행에 손색이 없다. 

이처럼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전고체 배터리는 아직까지 몇몇 기술적 난제들로 인해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전해질을 고체로 바꿀 경우, 전극과의 저항이 커지는 문제가 있다. 액체인 전해액은 표면이 빈틈없이 매끄럽지만, 고체는 미세하게 울퉁불퉁하다. 이는 전류가 흐를 때 저항을 높여 효율이 떨어지는 결과를 낳게 된다. 고체 전해질의 가격이 높다는 점도 상용화의 발목을 잡는다.  

그러나 최근 전고체 배터리 개발 연구가 점차 진전되면서 상용화 시점이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SDI가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할 경우, 글로벌 이차전지 시장에서도 삼성이 ‘초격차’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SDI는 2013년부터 모터쇼와 배터리 관련 전시회 등에서 꾸준히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선보여왔다. 현재는 요소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단계다. 

올해 5월 이뤄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만남은 업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 만난 이 부회장과 정 회장은 전고체 배터리 개발 현황에 대해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전고체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2030년쯤 이르면 10%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기차 10대 중 1대가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시장 흐름에 맞춰 전고체 전지를 확보하기 위한 자동차 업계의 시선이 삼성SDI에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이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생산을 위해 ‘연합전선’을 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삼성전자는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고 현대차도 전고체 배터리 탑재를 통한 경쟁사 대비 비교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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