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파업' 현대重 노조 '투쟁'만이 능사 아니다
상태바
'툭하면 파업' 현대重 노조 '투쟁'만이 능사 아니다
  • 임현호 기자
  • 승인 2016.06.30 16: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조조정 성격·강제성도 없는 상황에 사측만 진땀
ⓒ연합뉴스DB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에 대한 각종 기사가 언론에 끊이질 않는다. 임금 및 단체협상부터 시작해서 통상임금 소송, 파업 등 이슈도 다양하다. 요즘은 강성노조의 대표 격인 현대차 노조보다도 더 많은 화제를 만들어 내는 듯하다.

임단협이나 통상임금 관련 소송 등은 대부분 국내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현대중공업이 유독 주목받는 것은 회사가 눈에 띄게 부진한 실적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툭하면 '투쟁'을 부르짖는 노조원들 때문이다.

사실 투쟁, 파업이라는 것은 남발되어서는 안 되는 최후 수단적 성격을 갖고 있다. 도저히 협상이나 교섭의 여지가 없을 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서 결정을 내려야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대중공업 노조는 마치 "우리 요구 안 들어주면 우리도 일 안해"라는 식으로 파업을 반 협박성으로 남용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임금협상 문제가 여의치 않자 지난해 20년 만의 파업을 강행한 바 있다. 파업은 올 초까지 총 4번이나 진행됐다.

이번에 또 이들이 투쟁을 벌이겠다고 엄포를 놓는 것은 사측의 여직원 희망퇴직 접수 문제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4일부터 일주일 간 15년차 이상의 서무직 여직원 60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접수를 받고 있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올 초에도 과장급 이상 사무직원 150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바 있다. 현재 약 1000여명 이상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노조는 "희망퇴직을 가장한 정리해고를 중단하라"며 "지난달 2014년 임단협 체결과정에서 약속했던 고용안정 문제를 회사가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측은 "과장급 사무직 인원의 희망퇴직 과정에서 일부 여직원들에게도 희망퇴직에 대한 문의가 있어 희망자에 한해서만 실시되는 것이지 절대 강제성은 없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오죽하면 사측 한 관계자는 "사실 사무직  과장급 인원의 희망퇴직은 구조조정 성격이 반영되어 있었다고 볼 수 있지만, 이번 여사원 희망퇴직은 절대 동일 선상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까지 말하고 있다.

노조는 사측의 말을 믿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믿지 않고, 계속해서 멱살을 움켜지면서 차후 임단협, 통상임금 문제를 비롯한 모든 협상의 주도권을 움켜쥐려고만 하는 것 같다.

실제 희망퇴직 문제를 떠나 15년차 이상 여직원들의 경우 각종 육아문제 등으로 자발적으로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가 가장 많은 시기이다. 여태 다른 기업들의 희망퇴직 사례를 봐도 여직원들이 스스로 이를 결정하는 사례가 많았다.

연봉 등 각종 처우가 예전보다 크게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여 직원의 경우 승진기회가 상대적으로 적고, 특히 고졸출신의 경우 과장 이상 직책을 달기도 굉장히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잦은 야근과 치열해지는 경쟁으로 스트레스를 받느니, 어느 정도 가정경제가 안정됐다면 적지 않은 위로금을 택하고 가정을 돌보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이번 희망퇴직 신청자에게 최대 40개월 치 월급과 함께 자기계발비 1500만원을 일시금으로 지급한다. 장기근속 포상과 명예 승진 등의 인센티브도 함께 제공한다.

남녀 포함 현대중공업 전체 직원의 평균 근로기간이 18년, 여사원들의 경우 대부분 15년에 못미치는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희망퇴직에 긍정적으로 고려할 만한 여직원들이 다수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마치 모든 여사원들의 의견인 마냥 이를 철회하지 않으면 투쟁을 벌이겠다는 것도 사측을 압박하는 것도 웃긴 일이다.

더욱이 강제성이 없어 퇴직을 원하지 않으면 안하면 되는 문제다. 노조는 “희망퇴직 불응 시 윗선에 끌려가 압박을 받게 된다”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정말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명백히 증거를 잡아 회사를 꼼짝달싹 못하게 하면 된다.

현대중공업에게는 이러한 갈등보다는 노사 협심이 훨씬 더 절실한 상황이다. 노키아, 소니 등 세계를 지배하던 기업들이 한 번 삐끗하기 시작하더니 1, 2년 새 폭삭 주저 않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조선업이 유례없는 불황기를 겪는 상황에서 세계 1위 조선사 현대중공업이라고 꼭 그러지 말라는 법 없다.  밑도 끝도 없는 ‘투쟁’ 보다는 대화와 협력을 통해 이 긴 터널을 조속히 헤쳐 가길 바란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