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릴 믿고 맡기세요"... 은행권, 510兆 신탁시장서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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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릴 믿고 맡기세요"... 은행권, 510兆 신탁시장서 격돌
  • 김태영 기자
  • 승인 2020.11.03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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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옵티머스로 홍역... 비이자 이익 강화
은행 신탁 수탁액 510兆... 전년비 8% 성장
상속할 때까지 전문가가 직접 관리 

라임·옵티머스 등 유례없는 사모펀드 사태로 은행권들이 홍역을 치르고 있다. 특히 비이자 부문 이익이 감소하고 있어 수익성 확보에 시중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신탁 시장을 둘러싸고 은행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이유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은행 신탁고는 509조699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8월 말 472조1766억원 대비 약 8% 수준 성장한 것이다. 지난 4월 500조원을 처음 돌파한 이후 신탁 규모는 5개월 연속 510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신탁이란, '믿고 맡긴다'는 의미다. 고객이 은행·증권 등 금융회사에 주식, 채권, 예금, 부동산 등을 맡기면 해당 전문가가 관리·운용·처분해주는 제도다. 1대1 맞춤형 종합자산관리 서비스인 셈이다. 

신탁업이 은행권의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에 은행들은 이자 부문 성장이 한계에 도달하자 비이자 이익을 확대하고자 신탁업을 강화하고 있다.

먼저 KB국민은행은 'KB내생애(愛)신탁' 상품을 출시했다. 'KB내생애(愛)신탁'은 초고령 사회의 진입과 저출산, 1인 가구 증가 등 사회 변화에 맞춰 출시된 상품이다.

평소에는 투자를 통한 자산 운용이 가능하고 건강이 악화될 경우 의료비나 생활비를 안정적으로 지급받을 수 있다. 사후에는 상속이나 기부 등 자산처리에 대한 설계가 가능하다.

신탁 가입 고객은 ▲건강검진 우대 ▲명의(名醫) 찾기 ▲질환맞춤 전문병원 예약 등 의료 편의를 위한 '행복건강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초고령사회 진입을 대비해 고객과 함께 든든한 노후를 고민하기 위해 출시된 상품"이라며 "앞으로도 고객의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대비하는 금융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우리은행도 '특정금전신탁 KRX골드'를 선보였다. 이 상품은 한국거래소(KRX)에 상장돼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거래되는 금 현물에 투자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최소 가입금액은 500만원이다. 가입 후 10만원 이상 추가 입금이 가능하다. 매매차익에 대해서는 비과세 혜택이 적용된다. 금실물을 원할 경우 한국조폐공사에서 인증하는 순도 99.99% 골드바(1㎏ 단위)로 인출할 수 있다.

특정금전신탁은 고객이 맡긴 돈을 채권이나 기업 어음 등에 투자하는 금융상품이다. 고객은 특정기업의 주식이나 어음, 회사채를 선정해 지정할 수 있고 일정기간이 지나고 원금과 수익을 돌려받을 수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상품 출시를 통해 자산배분과 절세에 관심이 많은 고객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IBK기업은행은 'IBK 안심상조신탁'을 출시했다. 'IBK 안심상조신탁'은 자유롭게 납입할 수 있는 적립식 신탁상품이다. 상조금을 기업은행에서 보관·운용하고 언제든 중도해지 수수료 없이 해지할 수 있다.

상품 가입 고객은 본인 유고 발생시 지정된 상조회사 서비스를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수탁자인 은행이 상속절차 없이 납입금액으로 직접 상조 비용을 결제해 유가족들의 번거로움을 줄였다고 기업은행 측은 전했다.

납입액이 350만원 이상이면 배우자, 직계존비속 유고시에도 모두 동일하게 할인된 가격으로 상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IBK기업은행 관계자는 "고령인구·1인 가구 증가로 웰다잉(Well Dying·존엄한 죽음)을 준비하는 고객 니즈에 착안해 상품을 출시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도 최근 비대면으로 신탁에 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신한은행 애플리케이션(앱) 쏠(SOL)에서 영상통화를 통해 가입할 수 있다. 

하나은행은 '사전증여신탁'을 출시했다. 공제 한도를 최대한 활용해 금전을 증여하고 이를 장기투자해 자녀의 재산 기반을 마련해주는 상품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신탁 시장은 저출산·고령화와 관련이 깊다"며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는 고객들의 욕구와 기업들의 자산관리 수요가 증가해 앞으로도 신탁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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