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돕기는커녕... IT 원천기술 뺏으려 한 교통안전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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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돕기는커녕... IT 원천기술 뺏으려 한 교통안전공단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0.11.05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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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 플래폼 구축 맡긴 뒤 '소스코드' 소유권 요구
"소스코드는 공단 것 아냐"... 법원이 갑질 제동
시스템 수익·운영비 6억5천만 원 배상 지급 판결도
공단 "항소 예정... 기술 탈취 주장은 과장"
한국교통안전공단 권병윤 이사장이 지난달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의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DB.
한국교통안전공단 권병윤 이사장이 지난달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의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DB.

국토교통부 산하 교통안전공단(이사장 권병윤)이 '자동차관리정보시스템 지원 플랫폼' 구축사업을 진행하면서 시스템 개발 업무를 수탁한 중소기업의 원천 기술을 빼앗으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달 16일 대구지방방법원은 “자동차관리정보시스템 지원 플랫폼 '소스코드'는 교통안전공단의 소유로 볼 수 없다"며 6억5천여만원을 배상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본소와 반소가 묶인 이 사건 1심 선고 취지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교통안전공단이 소유권을 주장한 위 시스템 소스코드는 개발자인 중소기업 C사가 보유하며, 공단은 C사에게 손해배상조로 위 금원을 지급하라는 것이다. 교통안전공단과 소송을 벌인 C사는 "프로그램의 설계도나 다름없는 소스코드를 내놓으라는 것은 기술 탈취나 마찬가지"라며 공단 측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반면 공단 측은 C사와 체결한 계약서에 따라 소유권 귀속을 요구한 것일 뿐, 기술 탈취 주장은 과장됐다는 입장이다. 

공단은 16개 시도지사로 나뉘어져 있던 자동차 민원 업무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서나 처리할 수 있도록 2010년 4월 28일 C사와 '자동차관리정보시스템 지원 플랫폼 구축 협약'(이하 1차 협약)을 맺고, 2011년쯤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 1차 협약에 따라 C사가 수탁한 업무는 ▲통합전자수납시스템 ▲이용기관정보제공시스템 ▲기업민원중계시스템 등 개발이었다.

공단과 C사는 1차 협약 이후 채권매입매도시스템, 채권콜센터운영시스템 이용료 수입 및 수익 배분방식 등을 정할 목적으로 2013년 1월 22일 '자동차관리정보시스템 지원 플랫폼 구축 관련 채권매입 시스템 운영 협약'(이하 2차 협약)을 추가 체결했다.

갈등은 1, 2차 협약에서 정한 구축·유지보수비용 지급기간 5년이 도래하면서 시작됐다. 공단은 계약기간이 만료했으므로 ‘소스코드’를 포함한 시스템 소유권이 자신에게 귀속된다고 주장했다. 공단은 위 소유권 주장을 바탕으로 채권매입매도시스템, 채권콜센터운영시스템에서 발생한 수익금과 운영비를 C사에 지급하지 않았다.  

C사는 1차 시스템 소유권은 공단에 귀속되지만 ‘1차 시스템 소스코드’까지 귀속될 수 없고, '2차 시스템 소유권' 이전에 관한 내용이 추가 협약에 포함돼 있지 않으므로, 공단 측 주장은 부당하다고 항변했다. 

소스코드란 컴퓨터 소프트웨어(프로그램)의 제작에 사용되는 설계도로 소프트웨어기업에겐 ‘핵심 기술’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소스코드를 ‘기술 자료’로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C사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변론을 종합한 결과 ‘소스코드’를 공단에 귀속시키기로 합의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인정할만한 증거도 없다”고 판결했다.

이어 “대법원(2016. 8. 29. 선고 2013다207903 판결)에 따르면 소프트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에서 생성·이용된 소스코드는 명백히 구별된다”며 “‘1차 협약에 따른 소프트웨어 소유권이 원고(공단)에 귀속된다’는 규정만으로는 ‘소스코드’까지 이전해야 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추가적으로 소스코드까지 이전해 주기로 약정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법원은 ▲통압전자수납시스템 ▲이용기관정보제공시스템 ▲기업민원중계시스템 ▲2차 시스템 등과 관련돼 "C사는 공단에 1억8600여만원을 지급하고, 공단은 C사에 8억36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최종적으로 법원은 소스코드는 C사의 소유이며, 공단은 C사에 6억5천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공단이 사전에 소스코드 관련 소유권 주장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과도한 요구를 했다는 지적도 있다. C사에 따르면 공단은 2016년 7월 20일자 내부자료에서, 2차 시스템 소유권 귀속 시점과 관련해 ‘비고’란에 ‘소유권 없음’이라고 기재했다.

특히 C사가 “2차 협약 시스템은 공단과 공동으로 추진한 성과물이 아니라 자체 자산을 활용한 시스템”이라고 주장하자, 공단이 이를 인정해 '1차 협약처럼 소유권 조항을 포함시키지 못했다'는 조사결과 보고서를 작성한 사실도 있다. 이같은 내용은 공단이 2017년 1월 진행한 감사 관련 문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기술 탈취 논란에 대해 공단은 “(소스코드 등)소유권 분쟁이 있어 법원의 판단을 받기로 한 것”이라며 “1심 판결에 대해서는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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