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판부 "후원금 낸 7곳 중 삼성·롯데만 기소...檢, 이유 밝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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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재판부 "후원금 낸 7곳 중 삼성·롯데만 기소...檢, 이유 밝혀라"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0.10.28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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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파기심 공판준비기일 쟁점 분석
재판부, 특검 및 변호인에 각각 석명 요구
檢에 "대통령 후원금 준 5곳 불기소 이유내라"
辯에 "방사청 사건과 이 사건의 차이점 내라"
"다음 기일 전까지 각각 의견서 제출" 명령
타당한 이유 못내놓으면, 특검 주장 설득력 잃어
法, '준법감시위' 평가 방법 등 특검과 조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신문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신문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사건이 9개월여 만에 재개됐다. 지난 공판에서 재판부가 삼성의 준법감시제도 운영 실효성을 평가해 양형에 반영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를 평가할 전문심리위원 선정이 급물살을 타는 모양새다. 특히, 재판부는 특검과 변호인단 양측에 이 사건 핵심 쟁점에 대한 석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가운데 [‘최순실 사건’에 연루됐으나 기소되지 않은 다른 기업과 기소된 삼성의 사례를 법리적으로 비교·검토한 뒤 그 이유를 설명하라]는 재판부 지시는, 양형 심리 중심으로 진행 중인 이 사건 앞으로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중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26일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 심리로 이 부회장과 삼성전자 전·현직 임원 등에 대한 뇌물공여 등 혐의 파기환송심 공판준비기일이 열렸다. 이날 재판부는 특검과 변호인단에 각각 석명요구사항을 전달하고, 다음 기일 전까지 의견서 제출을 명령했다. 

이날 재판부는 "이 사건 (본질)은 대통령의 헌법위반과 직원남용으로 인한, 기업 불법후원 및 뇌물사건"이라고 정의내렸다.

재판부가 석명을 요구한 사항은 특검과 변호인단에 각 1개, 양측 공통 1개 등 총 3개다. 

특검에 대해서는,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후원을 요구받은 7개 대기업 중 삼성과 롯데 등 2곳 총수와 임원만 구속 기소하고 다른 5개 기업은 기소조차 하지 않은 사실을 인용하면서, 그 이유를 정리해 제출할 것을 명령했다. 

변호인에 대해서는, 지난 공판에서 특검이 양형 참고자료로 제기한 방위사업청 뇌물사건 등 4개 사건과 이 사건의 유사점 및 차이점을 정리해 의견서로 제출할 것을 명령했다. 

특검과 변호인 양측에 대한 공통 석명 사항은 다음 이렇다.

‘대통령 요구를 따른 기업 총수의 불법후원행위를 처벌한 사례가 있는데, 양형 판단에 있어 그 사례와 이 사건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설명하라.’

이 같은 재판부의 석명 요구 사항은 이 부회장의 운명을 가름할 매우 중요한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5년 7월 24일부터 25일까지 이틀 동안 삼성을 비롯해 현대차·CJ·SK·LG·한화·한진 등 7개 대기업 총수를 잇따라 만나 문화·체육 분야 공익사업에 투자해 줄 것을 당부했다.  

대통령 면담 뒤 7개 기업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지출했고, 이는 '최순실 사건'의 도화선이 됐다. 특검은 삼성과 롯데 총수 및 임원만을 구속 기소하고, 나머지 5개 기업의 행위는 문제삼지 않았다. 

재판부는 바로 이 점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에 대한 양형 판단에 앞서, 특검이 불문에 붙인 5개 기업 사례와 이 사건 차이를 법리적으로 따져보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재판부 요구에 타당한 석명을 내놓지 못할 경우, '공정과 정의 실현을 위해서라도 이 부회장에 대한 엄벌은 불가피하다'는 특검 논리는 설득력을 잃는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재판부는 삼성의 새로운 준법감시제도를 평가할 전문심의위원 선정 및 심의항목 등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재판부는 "대통령 요구에 따른 기업의 불법 후원 및 뇌물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적 검증이 필요하다"며 "단순히 준법감시제도를 운영한다는 것만으로는 안되고, 실효적으로 운영돼야만 양형사유로 고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공판준비기일은 특검이 재판부기피신청을 한 이후 약 9개월만에 열렸다. 대법원은 "불공정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객관적 사정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특검이 낸 기피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기피신청 기각 결정에 의하면, 이 사건에서 준법감시제도 개선 등은 양형 대상이 될 수 있고, 형사소송법상 전문심리제도를 활용할 수도 있다"며 "올해 1월 재판부가 밝힌 입장과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지난 15일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을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평가할 전문심리위원으로 지정한데 이어 다음 주 중에 추가 전문심리위원 참여를 결정키로 했다.

이에 따라 심리위원은 법원에서 정한 1명과 특검·변호인단이 각각 1명씩 추천한 인사 등 총 3명으로 구성된다. 재판부는 다음달 16∼20일 전문심리위원 면담 조사를 진행하고, 같은 달 30일 위원들의 의견 진술을 듣겠다는 방침을 제시했으나 특검 측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향후 일정을 다시 조율하기로 했다. 

이 사건 차회 공판기일은 다음달 9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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