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뛸 때까지 버티자"... 보험사, 재보험 열어줘도 '시큰둥'
상태바
"금리 뛸 때까지 버티자"... 보험사, 재보험 열어줘도 '시큰둥'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0.10.21 10: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동재보험 제도' 도입에도 업계 외면
"초저금리에 재보험?... 당국, 현실 몰라"
당분간 '저금리·저출산' 이중고 극복 관망세
ABL·오렌지라이프 논의중... 도입 미지수
전문가들, 내년 업계 성장세 둔화 예고

최근 역마진 부담이 큰 고금리 보험계약을 재보험회사로 이전할 수 있는 공동재보험 제도가 도입됐음에도 보험사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초저금리 장기화가 예상되면서 실익은 없고 대외 신뢰도에 악영향만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업계 성장세 위축을 경고하며 다양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주요 생보사·손보사들은 현재 재보험을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BL생명과 오렌지라이프 등 일부 업체가 공동재보험 가입을 논의중이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보험사들은 고객이 납입한 보험금을 통상 채권에 투자해 자산운용을 한다. 금리가 낮아지면 수익률이 떨어지지만 과거 고객에게 일정 금리를 약속한 상품에 대해서는 계속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보험사의 수익보다 지급할 보험료가 커지는 이른바 '역마진'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재보험은 보험사가 '역마진'에 따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고금리 보험계약을 재보험사에 넘기고 보험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문제는 초저금리다. 현재 기준금리는 지난 5월 이후 0.5%로 동결된 상태로 향후 이러한 기조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금리 계약을 떠안게 되는 재보험사 입장에선 저금리로 인한 손해를 감안해 원보험사에 높은 보험료를 요구할 수 밖에 없다. 반대로 보험사 입장에선 재보험사에 지급할 보험료 외에도 대외적으로 손실을 확정하는 부담까지 안게 된다.

20일 보험업계 관계자는 주요 보험사들이 재보험을 망설이는 이유에 대해 "미래 금리가 다시 오르면 현재 손실이 일부 만회될 여지가 있으므로 재보험보다는 일단 버티자는 심리"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현재와 같은 초저금리 하에서 재보험은 매력이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재보험사와 보험료 산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 아직 관례나 경험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보험업계 저금리·저출산 이중고 견뎌야"

저금리 기조로 내년 보험업계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졌다.

16일 보험연구원이 주최한 '2021년 보험산업 전망과 과제' 세미나에서 김세중 동 동향분석실장은 "내년 퇴직연금을 포함한 보험산업 수입보험료 성장률은 4%로, 올해 추정치인 5%에 비해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생명보험 수입보험료는 보장성보험 성장 둔화와 저축성보험의 위축으로 올해보다 0.4%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손해보험 원수보험료는 장기보장성보험과 일반손해보험 증가에도 불구하고 저축보험 부진과 자동차보험 성장세 둔화로 4.0%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세미나에선 코로나 사태가 오히려 보험업계에 잠시 '약'이 됐지만 그마저도 종전으로 회귀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16∼2019년 사이 생명보험료는 연간 -0.4에서 -5.1% 수준으로 역성장하다 올해 1분기 2.6% 성장했다. 손보사의 원수보험료는 같은 기간 연 2.2~4.4% 수준으로 늘다가 올해 6.9% 증가율을 보였다.

김세중 실장은 "올해 상반기 보험산업은 코로나 확산 후 정책효과에 힘입어 고성장했다"며 "내년에는 그러한 효과가 소멸하고 제한적 경기회복에 따라 종전의 저성장 추세로 회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안철경 보험연구원장은 "보험산업은 탈성장 사회로 진입하여 과거와 같은 사업모형으로의 회귀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따라서 수익성을 개선하고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사업모형을 조정하고 규제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보장성 보험의 성장둔화는 저출산, 고령화, 인구감소의 영향이 크고 저축성 보험은 주로 저금리로 경쟁력을 잃게 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당분간 보험업계는 인구감소와 저금리라는 이중고를 견뎌야 한다"고 말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