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석포제련소를 '그린뉴딜'로... 환경부, 역발상 필요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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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석포제련소를 '그린뉴딜'로... 환경부, 역발상 필요할 때
  • 노봉호 부산경제산업연구원장
  • 승인 2020.09.29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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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봉호 원장 / 디자인학 박사
노봉호 원장 / 디자인학 박사

강원도 동해시는 쌍용양회와 새로운 협력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석회석 광산으로 오염 논란이 많았던 무릉 3지구를 산업재생지역으로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산업재생은 공장이나 광산, 제작소 등을 완전히 부수지 않고도 재가공을 통해 시장성 있는 새로운 공간으로 바꾸는 일이다. 동해의 경우에는 무릉 3지구를 정원화하기로 했다. 산림은 자연성을 복구하고, 채석장 바닥에 만들어진 인공 호수는 그대로 두면서 전략적으로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대신에 쌍용양회는 관광자원화된 무릉3지구의 사용권을 40년 간 동해시에 넘기기로 했다.

바로 옆의 무릉 1지구, 2지구는 지금도 석회석 채석장을 갖추고 있다. 한때 쌍용양회 동해공장은 연간 대기오염배출물 배출량이 1만 4861톤에 달하는 사업장(2018년기준)이었으나, 지속적인 저감기술과 미세먼지 방지 기술 연구를 통해 질소산화물, 염화수소 등의 배출율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동해시 사례에는 공교롭게도 환경단체나 환경 관련 저널리스트들의 자극적인 ‘양념’이 없다는 특징이 있다. 기업과 시민 그리고 지방 정부가 매우 긴밀하면서 합리적인 소통을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는 효율적 거버넌스의 사례로 볼 수 있다.

반면에 동해로부터 아주 멀지 않은 경북 봉화의 영풍 석포제련소 사례를 보면 가슴이 답답해 진다. 이 공장은 지난 6년간 환경단체로부터 “1300만 영남인 식수원의 오염 주범”이라는 지적을 받고 각종 지상파, 핵심 일간지들의 비판 대상이 되어 왔다. 특히 영풍 측은 지난 2018년 폐수정화용 미생물 유출 논란, 2019년 이중옹벽조의 설치 적법성 논란 등으로 인해 조업정지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환경부 전임 공직자(문재인 정부 출신) “영풍 사례는 답이 없다”면서도 “환경 시민단체의 공고한 자세 때문에 환경부가 내부적으로도 상당한 곤경을 겪고 있다. 입장이 입장이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영풍으로 따지면 '쌍용양회의 동해시 격'인 봉화군과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경북 봉화군은 각종 당국의 눈치가 보여서 좀처럼 전면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석포제련소가 '전해공장의 현대화 신설과 기존 공장의 철거'를 전제로 일반 산단을 신청했음에도 불구하고 봉화군은 영풍 석포제련소의 증설을 절대 허용하지 말라는 환경단체의 프레임에 가로막혀 좀처럼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어쩌면 영풍 측이 제기한 1차 조업정지 행정 소송과 2차 조업정지에 대한 총리실 행정조정위원회의 결정이 어떻게 내려질지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정부는 코로나 때문에 디지털 뉴딜까지 발표하고, 환경 분야의 경우에도 ‘그린 뉴딜’ 예산을 편성해서 대규모 사업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판데믹 이후 경기 침체를 대비한 전략이다. 기왕이면 영풍 제련소 주변의 봉화군 석포면을 깨끗케 하고 새롭게 단장하는 일환으로 ‘그린 뉴딜’을 고민해 보면 어떨까. 기업은 일정 부분 사업비를 감당하고, 행정부는 석포제련소의 바람직한 경영을 도와주는 식이다. 우리 환경 당국도 조금 스마트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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