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포제련소, '폐수 무방류' 신기원... 낙동강 오염원 시비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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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포제련소, '폐수 무방류' 신기원... 낙동강 오염원 시비 끝낸다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0.09.28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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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수 무방류시스템 가동 D-60... 국내 최초 도입
한번 쓴 공업용수, 정화 과정 거쳐 100% 재활용
올해 안 본격 가동 전망... 산업계 관심 집중
"폐수, 외부 유출 원천 차단... 불필요한 논란 종식"

영풍그룹 계열 석포제련소가 국내 최초로 도입한 무(無)방류 폐수(水)처리시스템(Zero Liquid Discharge, ZLD) 설치공정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ZLD는 석포제련소가 ‘낙동강 오염원’이라는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300여억원을 들여 도입한 설비로, 작업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오염수를 원천 차단한다는 점이 특장점이다.   

ZLD의 핵심은 ‘증발’과 ‘응축’이다. 공장에서 발생한 폐수를 자체 정화한 뒤 가열하고, 그 기체를 다시 응축해 재사용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공장 폐수를 단 한방울도 밖으로 내보내지 않으면서, 공업용수를 재사용하는 한다는 점에 방점이 찍혀 있다.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 등이 영풍의 도입 사례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을 만큼 산업계의 관심이 쏠려 있다.

기자가 현장에서 확인한 석포제련소 현장은 ZLD 시스템 설치로 분주했다. ZLD는 △정수공장(완료) △폐수 저장 탱크 2개 △열변기 △공기주입장치(Aaerator) △증발농축기(brine concentrator) △증발기(Eevaporator) △질소산화물 감소 장치(Recirculation) △냉매주입(Vapor Compressor) △결정화기(Crystalizer) △증기재압축기(Mechanical Vapor Re-compressor) △증류수 탱크(Distillate Tank) △탈수기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일부 작업구간은 핵심 장비 설치를 완료하고, 각 공정을 연결하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현재 공사 진행 속도면 올해 12월 안에 본격적인 ZLD 가동이 이뤄질 전망이다.

석포제련소에 장착 중인 '증기재압축기(Mechanical Vapor Re-compressor)'의 모습. 폐수를 끌여 발생한 수증기를 압축하는 설비로 ZLD의 핵심 설비로 꼽힌다. 사진=시장경제DB
석포제련소에 장착 중인 '증기재압축기(Mechanical Vapor Re-compressor)'의 모습. 폐수를 증기로 변환한 뒤 이를 재순환시키는 압축 설비이다. ZLD의 핵심 설비로 꼽힌다. 사진=시장경제DB.
ZLD 농축 결정기를 설치하고 있는 모습. 폐수를 사용하다가 만들어진 최종 찌거기를 이곳에서 배출하게 된다. 사진=시장경제DB
ZLD 농축 결정기를 설치하고 있는 모습. 폐수 사용 후 생성된 슬러리가 이곳으로 배출된다. 사진=시장경제DB.

ZLD는 오염된 물을 그대로 쓰는 장치가 아니다. 폐수에는 칼슘, 마그네슘 등의 성분이 포함돼 있어 철 구조물을 부식시킬 위험이 있다. 때문에 폐수는 반드시 정화 과정을 거친다. 정화된 폐수를 기화시켜 수증기를 얻고, 물로 환원해 재사용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종국적으로 남는 것은 수분함유율 15%미만의 슬러리(slurry, 흙과 같은 형태) 뿐이다. 오폐수 방류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ZLD가 도입되면 환경운동가들의 ‘석포제련소=낙동강 오염’ 의혹 제기는 종식될 전망이다. 지역 환경운동가들은 석포제련소에서 중금속이 함유된 폐수가 낙동강으로 흘러나온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폈다. 왜가리 집단 폐사, 낙동강 식수 오염 등도 석포제련소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그러나 왜가리 집단폐사, 낙동강 식수 오염 의혹은 석포제련소와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 연구 결과 왜가리 집단 폐사의 원인은 ‘낙사’였고, 석포제련소 인근 낙동강 상류에는 1급수에서만 산다는 버들치가 서식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수십 년을 제련소 인근에서 살아온 지역주민들도 일부 환경운동가들의 주장에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주민들은 환경운동가들의 언행을 ‘정치 활동’으로 규정하고, 그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ZLD가 도입되면 폐수 자체가 흘러나오지 않은 것은 물론, 폐수를 정화해 재사용하기 때문에 위와 같은 논란은 더 이상 재현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석포제련소의 ZLD는 '국내 최초'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크다. 미국의 템플 판다 발전소, 헤이즈 에너지 등이 도입해 사용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영풍이 처음이다. 공업용수 사용이 특히 많은 반도체 공장, 발전소, 기타 제조‧플랜트업계에서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기술이다.

석포제련소 이강인 대표는 ZLD 도입을 "환경 혁신을 위한 미래지향적 투자"라고 정의했다. 이 대표는 "무방류 공정 도입은 영풍 뿐만 아니라 한국 제조업이 국민들에게 수처리 기술의 혁신 자산화를 선보이는 워터 테크(Water-Tech)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ZLD를 도입하더라도 효율 극대화를 위해서는 ‘기후 변화’에 따른 ‘한국식 ZLD 운영 방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상지대 서용찬 교수는 “물 값이 계속 올라가는 상황에서 무방류 폐수처리시스템은 매우 필요한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ZLD를 먼저 도입한) 미국 텍사스는 무방류 폐수처리시스템을 운영하기에 매우 적합한 곳이다. 기후는 사막이 존재할 정도로 고온건조하고 땅은 우리나라보다 3배나 넓은데, 인구는 절반도 안 된다. 강수량도 연간 500mm여서 결정체 관리도 쉽다. 결정체에서 중금속도 나오지 않아 매립에 어려움이 없다”며 “한국은 땅이 작기 때문에 ZLD를 짓기 위한 부지와 결정체 매립지 확보가 매우 어렵다. 짓더라도 장비의 밀집도가 올라가고, 그만큼 운영 변수도 많아진다. 무엇보다 기후가 문제다. 한국은 고온다습해 건조한 슬러리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한국형’ 무방류 폐수처리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풍 측은 “우리 현실에 맞는 '석포제련소형 ZLD 시스템' 개발을 완료했다. 슬러리 처리 방법도 환경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최적의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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