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공정거래법 개정은 독배(毒杯), 기업 망치는 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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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공정거래법 개정은 독배(毒杯), 기업 망치는 악법"
  • 양원석, 김보라, 김태영 기자
  • 승인 2020.09.24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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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毒 든 성배, 공정경제법 개정을 경계한다' 토론회
강희주 "개정안 통과전 경제 미칠 영향 고민해야"
권재열 "다중대표소송, 헤지펀드 투기 악용 우려"
최승재 "전속고발권 폐지 앞서 형벌조항 대폭 삭제"
천재민 "주주대표소송도 외면... 실효성 재검토를"
주진열 "기업 지배구조 규제, 회사법으로 충분"
시장경제신문과 자유경제포럼이 공동주최하고 한국상장사협의회가 후원한 경제정책토론회가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장회사회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독(毒)이 든 성배, 공정경제법 개정을 경계한다’를 주제로 한 이날 토론회에는 강희주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권재열 경희대 교수, 최승재 법무법인 우리 대표변호사 등 상법, 공정거래법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사진=이기륭 기자.
시장경제신문과 자유경제포럼이 공동주최하고 한국상장사협의회가 후원한 경제정책토론회가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장회사회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사진=이기륭 기자.

“전속고발권 폐지를 포함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원안 그대로 통과된다면, 동물원의 사자를 길거리에 풀어놓는 것과 마찬가지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최승재 변호사

회사법 및 경쟁법 전공학자들이 상법,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과 관련해 ’원점 재검토‘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여야 정치권의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이들은 “법률안 통과를 서두르지 말고 부작용 등 역기능에 대한 충분한 시뮬레이션을 거친 뒤, 개정 여부를 다시 살피는 것이 타당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전문가들은 개정안 중 대표적 악법으로 꼽히는 다중대표소송제, 전속고발권 폐지를 해외 각국의 입법례와 비교하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가는 물론 우리보다 경제 수준이 낮은 개발도상국에도 없는 법제를 성급하게 도입하려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의 ‘원점 재검토’ 주문은 24일 오전 시장경제신문 창간 9주년 기념 경제정책토론회에서 나왔다. 시장경제신문과 자유경제포럼이 공동 주최한 이날 토론회는 '독(毒)이 든 성배, 공정경제법 개정을 경계한다’를 주제로, 상법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실물 기업에 미칠 영향을 집중 분석했다. 

한국상장사협의회 후원으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국내 상사법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한국증권법학회장을 맡고 있는 강희주 법무법인광장 변호사(사법연수원 23기·좌장),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장(제1발제 상법개정안 검토), 최승재 대한변협 법제연구원장(연수원 29기·제2발제 공정거래법 개정안 검토), 천재민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연수원 28기·1발제 지정토론), 주진열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2발제 지정토론) 등이 참여했다. 

강희주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한국증권법학회장). 사진=이기륭 기자.
강희주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한국증권법학회장). 사진=이기륭 기자.

좌장을 맡은 강희주 변호사는 “상법개정안의 ‘합산 3% 룰’과 같은 법제는 어느 나라도 도입하지 않았다”며 “이런 법제를 도입하는데 있어 타당한 근거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다른 국가의 입법례와 비교할 때 지나치게 많은 형벌조항을 갖고 있다”며 “개정안 시행에 앞서 그 개정안이 국민경제와 국가 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들여다 본 뒤 도입을 해도 늦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그는 “경제는 한번 무너지면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며 “정부와 정치권은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새 제도 도입 여부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재열 교수 “다중대표소송, 미국 일본 등 행사조건 매우 엄격”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사진=이기륭 기자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사진=이기륭 기자

권재열 교수는 ‘상법 개정안 검토’ 발제에서 다중대표소송제의 해외 입법사례를 국가별로 비교했다. 권 교수는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호주 남아공 이스라엘 나이지리아 등 11개국 경쟁법제를 소개하면서 “개정안만큼 다중대표소송제를 광범위하게 인정한 입법례는 찾을 수 없다”고 했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 주식을 1%(상장사는 0.01%, 6개월 보유 조건) 가진 주주에게 부여한 권리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이들 주주는 자회사 주식 보유 여부와 상관없이 자회사 이사의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와 자회사 간 이익 충돌 ▲자회사 주주에 대한 권리 침해 가능성 ▲헤지펀드를 비롯한 국내외 투기자본에 의한 경영권 침해 위험 증가 ▲투기자본 및 적대적 인수합병 세력에 의한 남소(濫訴) 가능성 등 다양한 부작용 때문에 해외에서도 그 운용에 다양한 제한을 두고 있다.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100% 소유한 ‘완전 모자회사’ 사이에서만 예외적으로 인정하거나, 소 제기에 앞서 법원의 허가를 얻어야 하는 등 행사조건이 상당히 까다롭다. 이와 대조적으로 개정안에 포함된 다중대표소송제는 이런 제동장치를 거의 갖추지 않고 있다.

권 교수는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와 자회사의 이익 혹은 자회사 주주의 이익과 상충될 위험이 있다”며 “상법개정안상 다중대표소송제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완화된 제도”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은 다중대표소송의 제기가 모회사와 자회사 이익에 부합하는지에 관해 엄격한 입증을 요구하는 차원에서 ‘완전 모자회사’ 사이에서만 그 권리를 인정한다”며 “이처럼 미국에서는 다중대표소송을 매우 제한적으로 운용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최대주주 의결권 옥죄기... 국내외 투기자본에겐 빗장 풀어

권 교수는 상법개정안 최대 쟁점 가운데 하나인 ‘감사위원 분리선임 및 최대주주 의결권 제한’이 갖는 문제점도 분석했다. 

현행 상법에서 감사위원은 이사 가운데서 선임하도록 돼 있다. 반면 개정안은 감사위원 중 최소 1명 이상을 선출단계부터 이사와 분리할 것을 명시적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최대주주 의결권 제한을 대폭 강화했다. 

감사위원 선임시 최대주주 의결권은 특수관계인 보유 지분 포함, ‘합산 3%룰’의 제한을 받는다. 최대주주를 제외한 다른 주주들에게는 이런 제한이 없다. 다른 주주들은 각각 3%씩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해당 규정에 대한 학계의 비판이 집중된 이유는 따로 있다. 헤지펀드를 비롯한 국내외 투기자본이 동 규정의 허점을 이용해 적대적 감사위원을 선임, 경영에 직접 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총수는 특수관계인 합산 3% 의결권 제한에 묶이지만, 그 밖의 다른 주주들은 여전히 각각 3%씩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헤지펀드가 경쟁사나 또 다른 투기자본 등과 연합을 형성하는 경우(Wolf-pack), 적대적 감사위원 선임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헤지펀드에겐 매우 유리한 국면이 조성되는 반면, 최대주주의 경영권은 예상치 못한 위협에 노출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최대주주를 제외한 일반 주주는 '합산'이 아닌 '개별 3%' 이하로 의결권 제한돼 법익 형평에 반한다는 비판도 거세다. 

권 교수는 “감사제도의 모국인 미국에서도 시행하지 않는 제도”라며 "기업에 대한 적대적 인수를 꾀하는 세력이 감사위원회를 이용해 해당 기업의 내부 정보를 취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단기 차익을 노리는 기관이 개입하면 장기 투자는 어려워지고 근시안적 경영이 고착화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기업의 장기성장에 방해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천재민 변호사 ”주주대표소송도 외면... 다중대표소송 실효성 의문“ 

천재민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왼쪽). 사진=이기륭 기자.
천재민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왼쪽). 사진=이기륭 기자.

상법 개정안 지정토론자로 참여한 천재민 변호사는 실효성 측면에서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의 문제점을 살폈다. 

천 변호사는 ”현행 상법에도 (다중대표소송과 유사한) 주주대표소송제도가 존재한다“며 동 제도에 대한 설명을 곁들였다. 그는 ”주주대표소송은 상법 제정시 도입됐지만 1997년에서야  최초 사례가 나왔고, 소송 건수도 통계상 총 38건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천 변호사는 “현존하는 주주대표소송마저 사실상 외면을 받고 있는데 굳이 다중대표소송까지 새로 도입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주주대표소송은 행동주의 펀드 등 특정 세력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용하는 법적 수단으로 전락한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최승재 변호사 ”전속고발권 폐지 전에 광범위한 형벌조항부터 정비“ 

최승재 법무법인 우리 대표변호사(변협 법제연구원장). 사진=이기륭 기자.
최승재 법무법인 우리 대표변호사(변협 법제연구원장). 사진=이기륭 기자.

공정거래법 개정안 검토(제2발제)를 맡은 최승재 변호사는 ’전속고발권 폐지‘가 안고 있는 부작용을 설명하는데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최 변호사 역시 해외 각국의 입법례와 개정안을 비교하면서, ”우리와 같이 광범위한 형벌조항을 두고 있는 국가는 없다“고 했다. 

최 변호사가 작성한 발제 자료를 보면, OECD 국가들 가운데 경쟁법상 형벌조항이 없는 국가는 14개국이며 이들 국가는 형사처벌이 아닌 당국의 행정제재로 사건을 종결한다. 처벌범위로 눈길을 돌리면 개정안과의 차이는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위 14개국을 제외하고 형벌조항을 둔 국가들도 상당수는 ’부당한 공동행위‘만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아일랜드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우리 공정거래법과 같이 ’시장지배력 남용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을 둔 국가는 프랑스 일본 덴마크 이스라엘 등 4개국에 불과하다.  

최 변호사는 헌법재판소가 전속고발권을 합헌으로 결정한 사례를 인용하면서 ”헌재는 공정위의 전문성, 당면한 경제 현상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현실적 필요성 등을 감안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그는 ”전속고발권 폐지를 논하려면 그에 앞서 공정거래법에 포함된 다수의 처벌조항부터 삭제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형벌조항을 대폭 삭제해도 공정위의 조사와 과징금 부과 등 제재처분, 손해배상 청구 소 제기 등의 방법으로 위반행위를 충분히 규제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최 변호사는 ”우리 공정거래법 처벌조항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광범위하다“며 ”이들 처벌조항에 대한 대대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현재와 같이 광범위한 처벌조항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면, 동물원의 사자를 풀어놓는 것과 마찬가지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 사이 거래 관계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게 과연 타당한가 다시 생각해 볼 문제“라며 기업 형사 법제에 대한 인식전환의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미국은 기업 거래 관련 위반행위의 90% 이상을 손해배상 소송으로 해결하는 데 반해 우리는 손해배상, 형사처벌, 경쟁당국의 행정벌까지 3중 규제를 하고 있다는 것.  

그는 사익편취 규제 대상 확대,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와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등과 관련해 ”종래 총수 일가 문제에 대한 반성적 고찰은 당연히 필요하다“며 ”다만 이런 규제가 초래할 심각한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최 변호사는 대기업 계열 공익법인 의결권을 15% 이하로 제한하는 개정안에 대해, 금융회사 의결권 제한보다 그 폐해가 더 클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총수 및 특수관계인과 관계된 공익법인 의결권을 제한하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공익법인에 대한 규제는 공정거래법이 아닌, 지금도 존재하는 세법, 공익법인설립등에관한법률 등으로도 가능하다“고 했다.  

 

주진열 교수 ”기업 지배구조, 공정거래법으로 규제하는 국가 없어“  

주진열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진=이기륭 기자.
주진열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진=이기륭 기자.

주진열 교수는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문제를 경쟁법으로 규제하는 나라는 한국을 제외하고 없다“고 했다. 그는 ”기업 지배구조 이슈는 경쟁법이 아니라 회사법상 이사의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나 충실의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에도 대기업집단과 계열사, 특수관계인이 있지만 한국처럼 경쟁법이 아닌 회사법으로 규율한다“고 했다.  

주 교수는 ”경제력 집중 자체가 위험하다는 인식이 있는데 이는 현실이 아니라 일종의 가설“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 상법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으나 이는 문제의 본질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며 ”근거가 잘못된 주장“이라고 했다. 

양원석, 김보라, 김태영 기자
양원석, 김보라, 김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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