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고객 빅데이터' 판매 나선다... 해외 사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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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고객 빅데이터' 판매 나선다... 해외 사례는?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0.09.13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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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빅데이터 판매자격 신청... 업계 주목
해외 보험사들 90년대부터 빅데이터 활용
전문가들 "한국 AI기술력 충분, 규제가 걸림돌"
사진=시장경제신문DB
사진=시장경제신문DB

삼성생명이 보유한 각종 고객자료들이 빅데이터 상품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해외 보험사들은 이미 1990년대부터 상품개발과 고객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형 보험사가 제공하는 빅데이터가 업계의 신성장 동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최근 금융감독원에 '빅데이터 자문 및 판매 서비스 부수업무' 자격을 신청했다. 보험권에서는 KB손해보험에 이어 두 번째다. 생명보험사로는 최초다.

삼성생명은 이르면 18일에 해당 자격을 획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사 데이터를 외부와 융·복합해 가명정보·익명정보·통계정보등 비식별정보 형태로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이른바 비식별정보는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특정 개인의 정보를 식별할 수 없도록 가공된 정보를 말한다. 예를 들면 한 사람의 정보를 연령, 성별, 경제력, 학력 등의 세분화된 수치로 분류해 수집하는 것으로 주로 학술연구나 통계작성시 사용된다. 

보험연구원의 2018년 보고서 '빅데이터 활용 현황과 개선 방안'에 따르면 해외 보험사들은 이미 1990년대부터 빅데이터 기법을 이용해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오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빅데이터가 가장 많이 활용될 수 있는 분야로 보험·금융 분야를 들고 있다.

사진=보험연구원 보고서
사진=보험연구원 '빅데이터 활용 현황과 개선 방안'

자동차 네비게이션이나 스마트폰 앱을 통해 운전자들의 습관을 파악, 안전운전자에 해당할 경우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보험상품들이 대표적인 빅데이터 활용사례로 꼽힌다. 급정지, 과속 등이 잦을 경우 감점을 하는 방식으로 운전습관을 평가한다.

1990년대부터 '스냅샷'이라 불리는 운전습관 기록장치를 개발해온 미국 보험사 프로그레시브(Progressive)는 빅데이터 응용기술을 통해  후발주자였음에도 불구하고 2018년 미국 시장에서 10%를 점유하는 3위 보험사로 성장했다. 

빅데이터 기술로 '틈새시장'을 개척한 사례도 보고된다. 남아공 소재 보험사 올라이프(Alllife)는 에이즈(AIDS)나 당뇨병이 있는 환자들이라도 꾸준히 관리할 경우 건강한 삶을 유지한다는 사실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밝혀냈다. 올라이프는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치료를 받는 경우에 한해 이들에게도 사망, 장해 보험을 제공해 큰 매출을 기록했다.

보험사의 인수심사에도 빅데이터가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미국 대형보험사인 밀리만(Milliman)은 자회사인 인텔리스크립트(Intelliscript)를 통해 개인정보 활용 동의를 받은 200만명 이상의 처방전 기록을 수집, 사망률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인텔리스크립트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부신피질호르몬, 트라조돈 등 특정 약물을 사용하는 사람이 사망률이 높다는 점을 밝혀냈다. 밀리만은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리스크 점수가 일정 수준을 넘을 경우 인수를 거절하는 방식으로 인수자 사망률을 9% 개선할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영국 아비바생명(Aviva PLC)는 운동과 식습관 등 '라이프 스타일'을 빅데이터로 분석, 고혈압이나 우울증 발생 리스크를 평가해 인수심사에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인수심사 비용도 기존 250~1,000달러에서 125달러 수준으로 낮출 수 있었다.

하루에도 수만 건 이상의 고객 문의를 처리해야 하는 보험회사 콜센터에서 상담원과 고객의 통화 내용을 단시간에 모니터링하고 의미있는 정보를 수집하는데에도 빅데이터 기법이 활용된다.

통화내용 자동분석시스템(VAS)을 이용하면 통화내용을 단순히 기록하는 차원을 넘어 통화 내용 가운데 핵심 키워드를 선정해 고객 심리상태와 그 추이 등을 파악할 수 있다. 해외 보험업계에선 이러한 방식을 활용한 고객 관리가 이미 일반화돼있다. 전문가들은 VAS시장이 2015년 기준 5억9천만 달러에서 올해 1조6천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심지어 빅데이터는 보험사기를 예측하고 적발하는 데에도 기여하고 있다. 많은 경우 보험사기는 전·현직 보험회사 직원, 보험모집인, 병원 등이 일종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행해진다. 빅데이터 기술을 바탕으로 이러한 네트워크 상의 특이점(Anomalies)을 찾아 보험사기 여부를 판단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 외에도 빅데이터 기반의 목소리 자동인식기법을 통해 보험사기를 적발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 기업 네메시스코(Nemesysco)의 음성분석기법은 화자 음성을 통해 스트레스 정도, 감정상태, 거짓말 여부 등을 판단할 수 있다. 보험사가 고객의 음성을 분석해 사기여부를 판별하는데 참조할 수 있다. 보험업계 외에도 세계 각국의 군·경, 출입국사무소에서 네메시스코의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업계에서는 향후 삼성생명의 데이터가 신용정보원, 금융보안원 등 정보와 융합돼 시장에 나온다면 그 수요가 상당할 것으로 보고있다. 금융당국도 독려하고 있어 타 금융사들의 신청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해외 IT기업 관계자는 대형 보험사들의 빅데이터 상품 출시와 관련해 "일반적으로 가입자가 많고 장시간 경험이 축적된 금융사의 데이터가 보다 많은 상황을 분석하고 예측하는데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모수가 많을수록 데이터 분석의 신뢰도가 높다는 취지다. 

그는 "예를 들어 구글과 페이스북은 각종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면서 전 세계 사용자들의 행동패턴을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있다. 이렇게 축적된 대량의 데이터들은 자체로 강력한 경쟁력"이라고 지적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미 금융권에도 '데이터가 곧 원유(oil)'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활용은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총평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MD의 디지털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이 2019년 10위다. 업계 역량은 충분하다고 본다. 기술혁신과 함께 금융당국의 불필요한 규제와 업계 관행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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