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삶 술로 버텼다"... 지난해 酒稅 3.5조, 10년만에 최대
상태바
"고단한 삶 술로 버텼다"... 지난해 酒稅 3.5조, 10년만에 최대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0.08.31 16: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작년 주세징수액 3조5천억, 10년새 최고치
법인세 최고세율 OECD·G7 평균보다 높아
내년 국가채무비율 50% 근접 예상... 전문가들 "적신호 켜졌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지난해 술에 부과되는 '주세' 징수액이 3조5,000억원으로 최근 10년 중 가장 많이 걷힌 해로 집계됐다. 지난해 조세부담률과 법인세률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고단한 국민들이 술로 위안을 삼았다는 자조적 평가가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주세 징수액은 전년보다 2,000억원 늘어난 3조5,000억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주세 관련 과세 체계가 그대로 이어졌기 때문에 주세징수 증가는 주류 소비가 늘었음을 반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7일 발간한 '2020 조세수첩'에 따르면 이 수치는 2010년 이후 최대 규모로 지난해 전체 국세의 1.2%에 해당한다. 주세는 주류(주정, 알코올분 1도 이상 음료)를 제조해 출고·수입하는 자의 주류 수량이나 가격에 대해 부과한다. 주종마다 적용되는 세율이 각각 다르다.

올해 주세 징수액은 덜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부터 개정된 주세법 시행으로 맥주와 막걸리에 기존 종가세 대신 종량세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맥주는 1㎘당 83만300원, 탁주는 1㎘당 4만1,700원의 세금이 붙고, 생맥주는 세율을 2년간 한시적으로 20% 경감해 2022년까지 1㎘당 66만4,200원을 과세한다.

사진=국가예산정책처 '2020 조세수첩'
사진=국가예산정책처 '2020 조세수첩'

주세와 달리 지난해 담배소비세와 유류세 징수액은 전년보다 줄었다. 지난해 담배소비세는 전년보다 1,000억원 줄어든 3조4,000억원이 걷혔다. 전체 지방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7%였다.

담배소비세는 2015년 담뱃값을 인상한 다음 해인 2016년에 3조7,0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후 2017년 3조6,000억원, 2018년 3조5,000억원, 2019년 3조4,000억원으로 감소해 왔다. 담배소비세는 궐련의 경우 20개비당 1,007원, 전자담배의 경우 니코틴용액 1㎖당 628원, 연초고형물 1g당 88원(궐련형 20개비당 897원) 등의 세율이 각각 적용된다.

지난해 담배소비세 징수액이 줄어든 것은 담배 판매량(34억5,000만갑)이 전년보다 0.7% 감소한 것과 연관이 있다. 특히 궐련은 작년에 30억6,000만갑이 팔려 전년보다 2.4% 줄었다. 이에 따라 작년 담배 반출량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제세부담금은 11조원으로 전년보다 6.5% 줄었다. 반출량(33억6,000만갑)이 전년보다 6.2% 감소했기 때문이다.

사진=국가예산정책처 '2020 조세수첩'
사진=국가예산정책처 '2020 조세수첩'

담배 소비세가 덜 걷힌 것은 남성 흡연량의 감소세로 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흡연률은 2014년 남자 43.3%, 여자 3.3%에서 2018년 각각 37.7%, 3.5%를 기록, 남자는 6%p 낮아진데 반해 여자는 0.2%p 늘었다.

반면 법인세는 2018년 70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72조2,000억원으로 늘어났다. 2018년 최고세율이 기존 22%에서 25%로 높아지면서 세부담이 증가한 것이 배경으로 풀이된다. 지방세(2.5%)를 포함한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018년 27.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3.7%)을 넘어셨고 2019년에는 주요 7개국(G7) 평균(27.3%)보다도 높은 수치다.

부동산 공시지가 상승 여파에 따라 종합부동산세는 같은 기간 1조9,000억원에서 2조7,000억원으로, 지방세인 재산세는 11조5,000억원에서 12조7,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조세부담률은 20.0%였다. 역대 최고였던 2018년보다 0.1%포인트 높아졌다. 조세부담률은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국세·지방세 조세수입의 비율로 한 국가의 조세 부담 수준을 보여준다. 

조세부담률은 2010년 이후 줄곧 17%대였다가 2016년 18.3%로 오른 데 이어 문재인 정부 들어 2018년 19.9%, 지난해엔 첫 20%대를 기록했다. 반면 소득세는 84조5,000억원에서 83조6,000억원으로 감소했다. 부가가치세는 70조원에서 70조8,000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사진=국가예산정책처 '2020 조세수첩'
사진=국가예산정책처 '2020 조세수첩'

한편 올해 국가 채무는 839조4,000억원에 달해 GDP의 43.5%로 껑충 뛰면서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올해 코로나 여파로 올해 한국 경제가 역성장을 기록할 것이 거의 확실시되는 가운데 내년에도 수십조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한다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50%에 근접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학계 전문가는 30일 "코로나로 재정지출은 급증하는데 세수확보는 이에 못 미치고 있어 당분간 국가 부채가 늘어날 수 밖에 구조"라고 진단했다. 그는 "국가채무비율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닐지 몰라도 이것이 연쇄적으로 금융시장에 불안을 가중할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