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법 없는데 정쟁만?... 암보험금·삼성생명법, '호통 국감' 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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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법 없는데 정쟁만?... 암보험금·삼성생명법, '호통 국감' 될라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0.08.3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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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주요 사안마다 사회적 대타협 강조
보험업계 "망신주기식 호통, 공감대 얻지 못할 것"
정무위 국정감사 모습. 사진=시장경제신문DB
정무위 국정감사 모습. 사진=시장경제신문DB

10월 국정감사에서 암 보험금 지급 등 보험업계 관련 이슈들이 뜨거운 쟁점이 될 예정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해당 문제들은 법원의 판단을 앞두고 있거나 업계의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들이기 때문에 국감에서 특별한 해법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선 "불러다 놓고 호통만 치는 식의 국감이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정감사에서 △암보험금 지급현황 및 해결방안 △보험업법 개정안(일명 삼성생명법) △보험설계사 고용보험 가입 등이 주요 안건으로 다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10일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간한 '2020년 국정감사 이슈분석'에 따르면 총 36개의 정무위원회 정책자료집 가운데 19.4%인 7건이 보험 관련 이슈였다. 

특히 요양병원 암 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자료집은 "직접적인 목적으로 수술·입원·요양한 경우에만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약관이 구체적이지 않아 사측과 소비자의 해석이 다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동일한 청구내용에 대해 보험사별로 약관 지급기준이 상이하게 해석되면서 분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보암모) 측은 이 문제로 지난해 9월부터 삼성생명 사옥 안팎에서 항의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12일 법원은 서초 삼성금융타운 소재 삼성생명 등 4개 금융계열사와 2개 어린이집 등 6개 단체가 지난 5월 13일 보암모를 상대로 낸 집회시위금지 가처분신청을 인용했다.

그러나 보암모 측은 현재 벌금을 감수하면서 삼성생명 2층 고객센터와 인근 도로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10월 국감까지 이슈를 이어가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국감에서도 마땅한 해법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입법조사처 자료집에 따르면 대법원이 합병증 치료 또는 후유증을 완화하기 위한 입원은 보험금 지급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세 차례 이상 판결한 만큼 소비자와 사측간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결론내고 있다. 사실상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명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 통과 여부도 국감에서 쟁점이 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이용우 의원 등이 발의한 이번 개정안은 보험사가 계열사 채권·주식 보유한도를 산정 시 기존 취득원가가 아닌 공정가액(시가)으로 변경한다는 내용이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은 보유중인 삼성전자 지분 23조원가량을 매각해야 하며 이로 인해 그룹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선 생명보험사가 안정적인 우량주를 보유한 것을 매각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해당 지분을 매각할 경우 삼성생명은 매각차익에 의한 법인세만 5조원 가량을 납부해야 한다.

보험설계사의 고용보험 가입도 뜨거운 쟁점이 될 전망이다. 현 정부는 전국민 고용보험을 목표로 2020년 하반기 보험설계사·학습지교사·택배기사 등 특수직 근로자의 고용보험 가입을 위해 고용보험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보험업계는 설계사들에게 4대 보험을 적용할 경우 관리비용 급증으로 월 소득 100만원 이하의 저능률 설계사 5만7,600여 명에 대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면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보험설계사는 가정주부, 경력단절여성들의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데 구조조정이 단행될 경우 이러한 계층의 여성들이 대거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 자료집은 우선 보험설계사들의 입장을 대변할 단체가 존재하지 않아 4대보험에 대한 설계사들의 진의를 정확히 확인할 수 없으므로 당사자들의 '니즈'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제로 2013년 고용노동부의 설문조사에서 보험설계사 중 고용보험 의무가입을 원한다는 답변은 23%에 불과했고 원하는 경우에만 가입하도록 해야 한다는 답변이 77%였다. 반면 2016년 8월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보험설계사중 74.6%가 고용보험가입을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돼 편차가 있다.

자료집은 "제도도입 초기에는 불편과 시행착오가 따르기 마련"이라고 전제하면서도 "고용시장의 균형이 붕괴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직종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보호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업계 안팎에선 올해 국감의 보험업권 관련 주요 이슈로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민식이법' 시행에 따른 운전자보험 절판판매(필요치 않은 보험을 판매하는 행위), 자동차보험 경상환자 과도 진료 등이 거론되고 있다.

28일 보험업계 관계자는 "요양병원 보험금과 보험설계사 처우 문제는 사회적 약자들의 권익과 관계된 사안으로 국감에서 비중있게 다뤄질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관례상 사법부의 판단이 이미 명확하거나, 아직 결정을 지켜봐야 하는 사안들에 대해 국감에서 특별한 해법이 나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일명 '삼성생명법'과 관련해 "입법절차를 통해 처리할 사안이므로 이 문제로 사측 관계자를 국감장으로 불러 호통을 칠 명분은 크지 않다"고 총평했다. 그는 "사안에 대한 충분한 전문성 없이 단순히 관계자 불러다 망신주는 식으로 국감이 진행된다면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관계자는 "국회 관련자료에서 어떤 이슈에 대해 사회적 타협을 대안으로 제시했다면 이는 '아직 특별한 해법이 없다'를 돌려말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올해 국감은 예정보다 이틀 늦은 10월 7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된다. 국회는 더불어민주당 출입기자가 최근 코로나 확진판정을 받으면서 이달 29일까지 방역을 위해 폐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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