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경협株 동반상승의 함의, "김여정 변수 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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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경협株 동반상승의 함의, "김여정 변수 대비하라"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0.08.26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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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임통치' 소식 후 방산주·경협주 급등세
업계 "北 불확실성과 증시 악영향 비례"
전문가들 "美 정가서도 김정은 신변이상설... 北변수 상시 대비해야"
김여정 조동당 제1부부장. 사진=시장경제신문DB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사진=시장경제신문DB

북한 정권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측근들을 중심으로 '위임통치'를 한다는 소식에 방위산업주(방산주)와 남북 경협주가 동반 강세를 보이고 있다. 김 부부장의 영향력 확대에 시장의 해석이 엇갈린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당장 북한 급변사태가 올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북한 리스크가 금융시장에 끼칠 영향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과 대비가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20일 국회에 최근 북한 동향을 보고하는 가운데 “김정은 위원장에게 집중됐던 권한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박봉주, 김덕훈 등에게 일부 이양됐다”고 전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북한 정권의 '위임통치' 소식이 전해진 20일 오후 4시 40분경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은 종가 대비 4원가량 오른 1190원대를 기록했다. 환율은 이내 1180원대 중반으로 돌아왔고 대외건전성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역시 소폭 오른 뒤 안정세를 찾았다.

영국 FTSE100 지수와 프랑스 CAC40 지수, 독일 DAX30 지수가 1% 이상 하락했지만 이는 북한 이슈와 직접적 관계는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증시도 눈에 띄는 영향은 없었다.

그러나 이튿날 국내 증시에서는 방산주와 개성공단 관련주가 강세를 보였다. 이날 군용 전원 공급장치와 피아식별 장비 등을 생산하는 빅텍은 전 거래일보다 9.03% 뛰어오른 77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는 전장보다 24.68% 상승한 884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 외에도 휴니드(4.92%), 퍼스텍(3.74%), 한화에어로스페이스(3.63%), 스페코(1.04%) 등 다른 방산업체들의 주가도 올랐다.

20일 국회 정보위원회 업무보고에 출석한 박지원 국정원장.사진=시장경제DB
20일 국회 정보위원회 업무보고에 출석한 박지원 국정원장.사진=시장경제DB

북한 관광 관련 종목인 아난티(5.88%), 남북한 철도 연결 테마주 에코마이스터(10.08%), 푸른기술(3.95%), 대아티아이(2.85%)와 개성공단 입주사인 인디에프(5.23%), 좋은사람들(2.80%)도 동반 상승했다. 통상 방산주는 남북한 갈등 국면에, 경협주는 유화국면에 주가가 오르는 경향을 보이지만 이날 위임통치 소식은 양쪽 모두에게 영향을 주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KB증권 관계자는 당장의 금융시장 영향은 제한적일 가능성 높다고 전망하면서도 "지난 6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김여정 제1부부장이 주도하는 등 대남 압박 수위를 높여온 것을 감안하면 북한 관련 이슈가 추가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며 "증시를 비롯해 금융시장에선 이 같은 리스크를 반드시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지정학적 위험요인을 중요한 평가기준의 하나로 내세우고 있다. 2017년 하반기 북핵위기 당시 3대 국제신용평가사 모두 한국 신용등급의 잠재적인 하락 가능성을 점친 바 있다. 신용등급이 하락할 경우 연쇄적으로 금융과 기업의 조달비용이 상승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미 지난 4월 김정은 유고설이 나올때부터 김여정이 후계 구도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3월 3일 김여정은 단독으로 청와대 비판성명을 냈는가 하면 최근 대남·대미 협상에 조력자로 나서면서 두각을 보였다. 

증권가에선 김여정에게 정권이 이양될 경우 기존 김정은의 정책이 계승될 가능성이 높아 비교적 예측가능한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경우 기존 북한 권력 엘리트들이 기득권 유지를 위해서라도 김여정을 지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유력 증권사는 지난 4월 김여정이 아닌 미지의 제3세력이 북한 정권을 장악하는 '시나리오 III'가 증시에 가장 큰 악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 정권의 향후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국내 증시에 악영향이 커진다는 취지다.

사진=삼성증권 분석자료
사진=삼성증권 분석자료

실제로 김일성·김정일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날 국내 증시와 환율은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1994년 김일성의 사망 직후 원·달러 환율이 하락했지만 약 4일 만에 평상시 수준으로 돌아왔다. 2011년 김정일 사망의 경우도 당일 KOSPI가 3.4%p 급락했지만 2일 만에 회복됐다. 북한의 향후 후계구도가 어느 정도 예상되면서 이른바 '예측 불가능성'이 크지 않았던 것이 주된 요인으로 풀이된다.

사진=NH투자증권 분석자료

25일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김정은의 사망 또는 전격적 권력이양 정도 뉴스가 아니라면 증시에 끼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북한의 도발이 정례화되면서 상당수 투자자들은 이를 실제 위협이 아닌 투자에 있어 참고사항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이 사실"이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춘근 국제정치아카데미'의 이춘근 박사는 "계속되는 북한 리스크에도 국내 증시와 환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것은 한미동맹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춘근 박사는 "국가 안보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증시와 금융 자체가 존재할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안보문제는 항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대비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 역시 "미국 유력 정가에서 김정은 신변이상설과 아직 건재하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지만 북한 리스크를 예의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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