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4차 공판서 위헌 논란... 法 "세타Ⅱ엔진 '결함' 의미 모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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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4차 공판서 위헌 논란... 法 "세타Ⅱ엔진 '결함' 의미 모호"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0.08.2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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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엔진결함 은폐 의혹' 4차 공판 분석
辯, 자동차관리법 31조·78조 위헌법률심판 제청
"'안전운행 지장 주는 결함' 의미 법조항 불명확"
재판부 "결함 정의, 제한적 해석여지... 위헌여부 먼저 검토 뒤 기술적 문제 다룰 것"
사진=시장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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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세타Ⅱ 엔진 결함 은폐 의혹' 재판에서 자동차관리법 처벌 규정의 위헌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변호인단은 위 법 31조 및 78조 1항이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한다며 이 사건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제출했다. 재판부는 "일부 위헌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며 엔진 결함에 대한 기술적 검토에 앞서, 위 조항의 위헌여부 심리를 먼저 진행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0단독(변민선 부장판사) 재판부는 신종운 전 품질총괄 부회장 등 전·현직 현대·기아차 임원 4명에 대한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 4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은 올해 4월 초 3차 공판이 열린 후 4개월 여만에 속개됐다.

변호인단은 "공소사실 중 개별적 사실관계를 다투지는 않겠다"면서도 “그렇다고 리콜 의무가 있는 결함이 세타Ⅱ 엔진에 존재함을 인정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말했다. 

이 사건 최대 변수는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에 대한 재판부의 인용 여부이다. 

앞서 변호인단은 '자동차관리법 31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재판부에 냈다. 재판부가 신청을 받아들이면 이 사건 공판은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심판결정이 나올때까지 중단된다.

자동차관리법 31조에 따르면, 안전기준에 적합하지 않거나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등 결함이 있는 자동차의 제작사는 지체 없이 해당 사실을 공개하고 시정조치를 취해야 한다. 위 규정에 위반해 ‘결함을 은폐·축소 또는 거짓으로 공개하거나, 결함 사실을 안 날부터 지체 없이 그 결함을 시정하지 아니한 자’는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같은 법 78조 1항). 동조가 정한 법정형은 징역 10년 이하 또는 벌금 1억원 이하이다.

이들 조항에 대해선 법조계와 학계에서도 위헌 논란이 분분하다. 핵심 쟁점은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결함’을 어디까지로 봐야 할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결함 사실을 알게 된 날’이라는 기준 역시 모호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결함을 인지한 주체'를 실무자로 봐야 할지 아니면 최고경영자로 봐야 할지 정해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사진=시장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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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도 심리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위헌 여부에 대한 변호인단 프리젠테이션(PPT)를 진행한 후, 기술적인 문제는 그 다음 살피겠다는 입장이다. 위헌 여부 판단에 있어선 해외 입법례 등을 집중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재판부는 “위헌 여부와 관련 문제될 여지가 있어보인다”며 “통상적으로 해당 법조항의 불명확성 정도는 재량에 따라 위헌으로 보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은데, 기술적 부분과 관련해선 따져볼 만 하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결함을 안전상 문제로 포함하면 법 적용 범위가 무한정 확장될 수 있으므로,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현대차는 2015년 미국에서 세타Ⅱ 엔진이 탑재된 차량에서 '주행 중 시동 꺼짐 현상', 화재 등의 문제가 발생하자 같은 엔진이 장착된 차량 47만대를 리콜했다. 회사는 2017년 4월 미국에서 119만대 차량에 대한 추가 리콜을 실시했다. 당시 리콜은 신 전 부회장의 지시로 이뤄졌다.  

엔진 결함 논란은 국내로 이어졌다. 현대차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의 청정도 관리를 잘못해 이물질이 유입되면서 발생한 문제”라며 국내 소비자들의 리콜 요구에 난색을 표했다. 회사 측은 국토교통부가 직접 조사에 나서는 등 파문이 커지자 국내에서도 리콜에 나섰다. 

시민단체 YMCA는 "세타Ⅱ 엔진 결함에 대한 의도적 은폐가 의심된다"며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등을 자동차관리법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고발했다. 국토교통부도 결함이 드러난 현대·기아차 12개 차종 23만8000대의 강제리콜을 명령하는 한편,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신 부회장 등 현대차 전현직 임원진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세타Ⅱ 엔진에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고도 그 사실을 은폐하고, 리콜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 검찰 기소 요지이다. 다만 정 회장에 대해선 건강 악화로 수사를 진행하기 어렵다고 보고 기소중지 처분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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