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딜펀드, 血稅로 손실보전?... "대놓고 불완전판매 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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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딜펀드, 血稅로 손실보전?... "대놓고 불완전판매 조장"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0.08.14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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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안팎 수익 보장" 주장 놓고 업계 갑론을박
금융권 "강제로 금융사 돈 태우게 할까 걱정"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뉴딜펀드'가 위험자산에 대한 부담을 정부가 떠안는 방향으로 설계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뉴딜펀드는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리스크가 있는 출자금(equity) 비중은 높이고 원금보존 확률이 높아 안전한 선순위대출 비중을 줄일 방침으로 알려졌다.

뉴딜펀드는 정부여당이 기획한 관제성격의 펀드다. 5일 'K-뉴딜위원회 뉴딜펀드 정책간담회'에서 K뉴딜위원회 테스크포스(TF) 관계자는 뉴딜펀드에 3% 안팎의 수익을 보장하고 3억원 한도로 5% 세율 적용, 3억원 초과시 분리 과세 등 혜택을 주는 방안을 공개했다.

뉴딜펀드는 2025년까지 총 20조원 규모의 자금을 조성할 목적으로 당초 선순위대출(70~75%), 후순위대출(10~15%), 출자금(약 15%)으로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펀드 운용구조상 출자금 비중을 높이면 정부에서 돈을 더 투입할 수 있고 손실 발생시 출자금에서 먼저 제하게 된다. 정부가 리스크를 안고 시중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현재 금융권 안팎에선 관제 뉴딜펀드의 실효성을 두고 다양한 논란이 일고 있다. 수익성에 대해서는 긍정과 부정론이 엇갈렸지만 국가재정으로 펀드 손실을 보전해주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많았다. 

우선 펀드라는 간판은 내걸었지만 정부가 시중금리의 3배 이자를 보증하는 ‘관제 적금’에 가깝다는 의견이 나온다. 업계에선 정부 관계자들이 손실발생시 정부가 적극 나설 것처럼 '이미지'를 만드는 점이 특히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5일 현 여당 유력인사는 “뉴딜펀드의 안정성을 위해 정부와 신용보증기금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투자자 입장에서 손실 발생시 국가재정으로 보전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현직 여당 의원이 지난 5일 "뉴딜펀드는 원금을 보장한다"고 발표했다가 자본시장법 위반 논란이 일자 이틀만에 "원금보장을 추구하겠다는 뜻" 이라며 한발 물러선 것도 구설수에 올랐다. 

관계자들은 "뉴딜펀드는 선순위대출에 투자하기 때문에 원금 손실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하면서도 출자금과 후순위대출로 감당이 안될 만큼의 손실이 발생한다면 얼마든지 원금손실이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관제펀드'의 특성상 정국의 향방에 따라 사업동력을 잃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뉴딜펀드는 최소 3년 이상을 보고 운용계획을 잡고 있어 정권교체시 지속적으로 추진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취지다.

정부여당이 뉴딜펀드의 투자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는 데이터센터, 5G 이동통신,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향후 시중금리의 3배에 가까운 수익을 낼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해외에 본사를 둔 네트워크·보안 관련 IT업체 관계자는 12일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데이터센터 업계는 큰 호황을 맞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5G 경우도 최근 요금이 인상돼 ARPU가 올라갈 것이므로 좋은 투자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른바 ARPU(Average Revenue Per User)는 앱에 가입한 유저 1인당 평균 결제 금액을 지칭한다.

다른 해외 IT업계 종사자 역시 "앞으로 클라우드 컴퓨팅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전제하며 "이변이 없다면 데이터센터에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총평했다.

반면 금융업계 관계자는 "4차산업이 유망한 분야인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나라는 특히 불필요한 규제가 많아 수익성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인프라 투자'의 특성상 펀드 만기가 지나치게 길어지면 일반 투자자들에게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며 신중론을 전했다. 

실제로 이번 뉴딜펀드는 3억원 이상의 투자금에 대해 세율 14%의 분리과세 혜택을 줄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소득 2,000만원이 넘으면 최고 42%의 세율을 부과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저소득층 국민들 가운데 이 혜택의 수혜자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수익성과는 별개로 정계 유력인사들이 특정 펀드를 앞다투어 홍보하는 자체가 불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자본시장법 57조에 따르면 펀드는 운용 결과에 따라 투자원금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그 손실은 투자자에게 귀속된다는 사실을 알리도록 돼 있다. 이를 어기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사진=국가법령정보센터
사진=국가법령정보센터

한 법조계 관계자는 "금융투자상품은 금융투자업자만 광고할 수 있게 돼있다. 여당 의원들이 금융투자업 허가도 없이 펀드 광고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다른 야당 소속 법조인은 5일 SNS를 통해 원금보장 논란과 관련해 "여당이 대놓고 불완전판매를 조장한다고 비판했다. 

이번 뉴딜펀드에 퇴직연금을 활용하기 위한 ‘디폴트옵션'도 논란이 예상된다. 디폴트 옵션은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 가입자가 일정 기간 운용 지시를 내리지 않으면 사업자가 퇴직연금 자산을 운용하는 제도다. 결과적으로 국민의 노후자금을 정부 정책자금에 동원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뉴딜펀드가 기존의 민간 인프라펀드에 비해 얼마나 경쟁력을 가질수 있을지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미 시중에 수익률 연 6~8%를 목표에 최소 5%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펀드가 많기 때문이다.

12일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수익성만 좋다면 관제냐 민간이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여권 유력인사들이 원금보장 또는 그와 유사한 안전장치가 있는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시장의 룰을 어기는 것" 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뉴딜의 투자방향은 잘 잡혀있지만 관제펀드의 특성상 억지로 금융사들 돈 태우게 할 것이 우려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한편 다양한 논란을 의식해 최근 K뉴딜위원회 관계자는 "고려할 것이 많아 당초 계획보다 출시가 늦어질 수도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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