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이사제 해보고 싶다"... 손번쩍 든 한전 사장에 재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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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사제 해보고 싶다"... 손번쩍 든 한전 사장에 재계 우려
  • 김태영 기자
  • 승인 2020.08.09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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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갑 사장 "성공·실패 떠나 해보고 싶다"
文정부 국정과제... 巨與 법개정 강행 가능성
노조의 과도한 경영권 침해 등 부작용 우려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 사진=시장경제신문 DB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 사진=시장경제신문 DB

"공기업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고려한다면 한번 손들고 해 보고 싶습니다. 성공사례가 되든 실패사례가 되든 한번 그 길을 가보고 싶습니다." - 4일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 페이스북 글 中

국내 최대 공기업 한국전력이 노동이사제 도입을 재추진한다. 노동이사제는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에 들어가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형식은 노조가 직접 사외이사를 추천해 기업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해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앞서 한국전력은 2018년 8월 노사 단체협약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명문화했다. 하지만 20대 국회 당시 제도 시행 근거를 담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개정안이 야당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도입이 무산됐다. 

그러나 이번 21대 국회는 여당이 압도적인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법 개정 강행이 가능하다. 어느 때보다 한전의 노동이사제 제도 도입이 실현 가능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근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한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한국전력이 노동이사제를 추진하면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 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도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국정과제가 공공부문에서 민간으로 노동이사제를 확산시키겠다는 목표인 만큼 민간기업에도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당선 직후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공공부문부터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고 민간기업에 확산시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노조의 지나친 경영 개입으로 인해 논의과정이 길어질 수 있고 의사결정의 비효율성으로 주주이익이 극대화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대다수의 기업들이 노동이사제를 추진하고 있지 않는 이유다.

340곳에 이르는 정부 산하 공공기관도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고 있지 않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한국수자원공사, 도로교통공단은 노동이사제보다 강도가 낮은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를 시행하고 있다.

재계도 노동이사제 도입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현장에서 힘의 무게가 지나치게 '노'쪽으로 기울지 않겠냐"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며 부담이 커지는 상황인데 노동이사가 직접 경영에 개입하면 회사 발전보다는 근로자의 생존과 이익을 위해 경영 결정이 진행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안 그래도 강성인 한국 노조가 궁극적으로 회사와 근로자 모두에게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독일 사례를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독일은 경영과 감독이 분리돼 있어 우리나라의 이사회와는 구조적으로 차이가 있다"며 "한국 노동이사제는 기업 신규 채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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