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硏 "빅테크 금융규제 필요"... 금융당국도 제재 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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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硏 "빅테크 금융규제 필요"... 금융당국도 제재 채비
  • 오창균 기자
  • 승인 2020.08.0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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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의 우월적 지위 남용 막아야"
'동일 기능 동일 규제' 체계 구축 본격화

금융업권 전면 진출을 노리고 있는 빅테크(Bigtech)의 공세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거대 플랫폼을 앞세운 네이버·카카오의 우월적 지위 남용을 두고 수많은 우려가 쏟아지자 정부가 빅테크를 대상으로 하는 규제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3일 한국금융연구원(KIF)은 정기 간행물 금융브리프를 통해 거대 온라인 플랫폼의 금융서비스에 충분한 규제·감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보미 연구위원은 금융브리프에 실린 보고서에서 "금융업을 직접 영위하기보다는 제휴 상품 판매 채널 역할을 하는 한국의 플랫폼 기업과 금융회사 간 직접 경쟁 뿐만 아니라 새로운 방식의 금융상품 판매 때문에 발생할 위험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이보미 연구위원은 "온라인 플랫폼의 금융상품 연계·판매 행위에 대해 별도의 규제·감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좌 관리나 서비스에 대한 책임과 관련 금융규제는 제휴에 적용되기 때문에 빅테크에 금융회사와 같은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정부가 빅테크에 허용해준 후불결제 서비스를 놓고 카드사들은 규제의 형평성을 문제 삼으며 크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최근 금융당국은 빅테크에 30만원 한도로 제한적인 후불결제 서비스를 허용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당초 카드사들이 우려했던 한도(50만원 이상)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졸지에 소액결제 고객군을 지켜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빅테크와 두터운 친분을 가진 정부가 곧 후불결제 한도를 50만원 이상으로 인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실 당국이 빅테크에 허용한 후불결제는 기존 카드사들이 판매하는 하이브리드 체크카드와 동일하다. 하이브리드 카드는 체크카드와 신용카드의 기능을 합친 것으로 평소에 체크카드처럼 사용하다가 잔액이 부족할 때도 한도금액 내에서 신용카드처럼 후불결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적용되는 규제는 극과극이다. 카드사들의 하이브리드 체크카드는 1인당 2장까지만 발급받을 수 있다. 반면 빅테크 후불결제 서비스에는 이러한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 

정부가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마이데이터 사업을 두고도 금융회사들은 역차별을 외치고 있다. 이달부터 마이데이터가 시행되면 금융사업자들은 고객 동의를 얻어 각종 금융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마이데이터 사업 참여 과정에서 빅테크가 일부 정보만 개방하는 반면 기존 금융회사들은 오랜기간 축적한 각종 데이터를 공유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에 이보미 연구위원은 판매 채널 지배력을 구축한 온라인 플랫폼이 소수의 금융회사과 협업하거나 불공정한 계약을 통해 금융시장의 경쟁을 저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정 온라인 플랫폼이 금융상품의 판매 채널을 독점하지 않도록 금융회사가 다수의 플랫폼과 제휴할 수 있는 환경 조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온라인 플랫폼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제도 설계를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금융당국은 뒤늦게 빅테크 기업에도 기존 금융회사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빅테크를 둘러싼 문제 제기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동일 기능 동일 규제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빅테크와 기존 금융회사 간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규제를 전면 재검토한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소비자 관점에서 동일 기능 동일 규제가 실현될 수 있도록 관련 사업의 성격과 규제를 하나하나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 

역차별 논란을 해소하고 빅테크와 기존 금융회사 공동의 발전방향을 도출하는 목적의 협의체도 이르면 이달 중 구성된다. 업계 전문가, 유관기관, 소비자 단체 등이 두루 참여해 빅테크 관련 문제를 점검하고 시스템 리스크 관리 방안을 폭넓게 논의토록 한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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