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초격차... 이재용 기소땐 '대규모 투자·M&A' 올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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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초격차... 이재용 기소땐 '대규모 투자·M&A' 올스톱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0.07.29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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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기소여부 내달 초 결론낼 듯... 삼성 '긴장'
新사업 도전 삼성 베팅, '사법리스크'에 발목
재계 "기소 강행땐 新사업 '용두사미' 위기"
최악의 경우 매주 2~3회 재판... 장기간 경영공백 불가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각별히 공들이고 있는 신사업이 속속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꾸준한 투자와 기술개발에 힘입은 ‘초격차’ 전략이 속도를 내면서 인공지능(AI)과 5G, 바이오, 자동차 전장부품 등 삼성전자의 신성장동력이 궤도에 안착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시선을 내부로 돌리면 사정이 다르다. 이 부회장에 대한 ‘사법리스크’가 수년째 이어지면서, 임직원들의 피로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삼성을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 30년을 책임질 신사업 분야에도 ‘불확실성’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 기소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경영시계가 다시 ‘제로(0)’에 놓일 수 있다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울리고 있다. 

27일 재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삼성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 여부를 8월 초쯤 결론지을 전망이다. 법무부는 이르면 이달 29일 검찰 고위 간부(검사장급)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고검검사급(차장검사 이하) 인사는 이 보다 5~7일 정도 뒤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 주변에서는 서울중앙지검장이 고검검사급 인사를 전후해 주요 사건 처리를 마무리 지을 것이란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달 26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중단 및 불기소’를 결정한 이후 한 달이 지났지만, 검찰은 아직 이 부회장 기소 여부를 결정짓지 못하고 있다. 수사심의위가 ‘불기소’는 10대 3, ‘수사중단’은 11대 2라는 압도적 표차로 이 부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검찰의 움직임도 한결 조심스러워진 모양새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시세조종 및 부정거래 혐의로 이 부회장과 삼성 전·현직 임원 등을 기소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수사심의위 권고를 존중해 기소 대상과 혐의가 축소될 여지는 남아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16일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에 위치한 전장용 MLCC 생산 공장을 찾아 MLCC 제품을 살펴보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16일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에 위치한 전장용 MLCC 생산 공장을 찾아 MLCC 제품을 살펴보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신사업 도전'에 베팅한 이재용... '사법리스크'가 최대 걸림돌

삼성전자가 미·중 무역분쟁과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검찰 수사 및 재판 등 대내외 악재로 시름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 부회장은 '신사업' 추진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 부회장은 올해 5월 6일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통해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증명하듯 이 부회장은 지난달에만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생활가전사업부, 삼성디스플레이를 잇따라 방문했다. 이달 들어선 사내벤처C랩과 전장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를 생산하는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을 찾아 현장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특히, 자동차 전장부품은 이 부회장이 2018년부터 미래 신성장 사업으로 점찍은 분야다. 이 부회장은 올해 5월 13일, 7월 21일 두차례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회동을 갖고 전장과 시스템 반도체, 전고체 배터리, AI, 5G 기술 등 미래 스마트모빌리티 협력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의 라이벌’이자 글로벌 기업인 삼성과 현대차가 전기차·자율주행차 분야에서 본격적인 협력에 나설 경우 시너지가 상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이 ‘포스트 반도체’로 육성하고 있는 바이오 사업도 순항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코로나19 악재에도 불구하고 올해 2분기 매출 3,077억원, 영업이익 811억원을 거뒀다. 이는 지난해 연간 기록한 매출 7016억원의 73.4%, 영업이익 917억원의 156.7%에 이르는 호실적이다.

최근 삼성바이오의 수주 실적을 고려하면 향후 실적은 더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세계 최고의 품질경쟁력과 최첨단 설비기술을 바탕으로 올해 비어바이오테크놀로지(Vir) 4400억원,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2800억원 등 글로벌 제약사들과 대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지금까지 수주액은 약 1조8000억원. 지난해 매출의 약 2.5배 수준이다.   

통신기술 분야에서도 이 부회장은 ‘10년 후’를 내다보고 있다. 2028년 상용화가 예상되는 6세대(6G) 통신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 선제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통해 6G 통신 기술에서도 ‘초격차’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삼성리서치에 차세대통신연구센터를 설립하고, 글로벌 인재 영입에 힘을 쏟고 있다. 이달 14일에는 ‘새로운 차원의 초연결 경험(The Next Hyper-Connected Experience)’ 비전을 담은 '6G 백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최악의 경우 매주 2~3회 재판... 장기간 경영 공백 불가피 

검찰이 이 부회장 기소를 강행할 경우, 삼성이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 추진은 차질이 불가피하다. 신사업 분야는 장기적인 안목과 대규모 투자를 관철시킬 수 있는 ‘총수 리더십’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기소되면 재판 일정에 발이 묶여 업무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구속 수감된 2017년 2월부터 2018년 2월까지 1년여 기간 동안 삼성전자의 M&A(인수합병)과 대규모 R&D 투자는 모두 ‘올스톱’ 됐다. 초유의 총수부재 상황에서 삼성은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한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이 부회장이 ‘옥중 경영’에 나섰지만 빈틈을 메우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 부회장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공여 및 횡령 등 혐의를 받았다. 이 사건은 지난해 8월 대법원이 원심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내면서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다. 현재 이 사건은 박영수 특검 측이 재판부 기피 신청을 내고 기각된 후 다시 재항고하면서 재판이 멈춘 상태다. 

여기에 더해 검찰은 이 부회장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행위) 혐의와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를 저울질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 이 부회장은 약 3년간 매주 2~3회꼴로 법원에 출석해 재판을 받아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선 대규모 투자와 함께, 무엇보다 단기적인 성과에 연연하지 않는 총수의 결단과 추진력이 필수적”이라며 “IT 분야에서는 경영 판단이 빠르게, 적시에 이뤄지는 것이 중요한데 이 부회장이 기소되면 타이트한 재판 일정에 매몰돼 삼성의 경영 시계가 멈출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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