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쓱 잡는다"... 글로비스 손 잡은 현대百, 새벽배송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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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쓱 잡는다"... 글로비스 손 잡은 현대百, 새벽배송 도전
  • 이준영 기자
  • 승인 2020.07.16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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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배송까지 일임... "효율화 방점 둔 전략"
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 회장. 사진= 이기륭 기자
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 회장. 사진= 이기륭 기자

현대백화점이 올해 8월 '투 홈' 론칭으로 새벽배송 재도전을 예고한 가운데 범 현대가인 현대 글로비스와 배송 위탁계약을 맺으며 약점으로 평가받던 물류 경쟁력까지 확보했다. 이에 향후 쿠팡과 SSG닷컴 등과 새벽배송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현대글로비스와 새벽배송 사업을 위한 물류창고 업무와 배송을 위탁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백화점은 다음달 초 신선식품 배송 전문 온라인몰 '현대식품관 투 홈'을 론칭하고 새벽배송을 시작한다. 오후 11시까지 들어온 주문을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현재 새벽배송은 쿠팡, SSG닷컴, 마켓컬리가 경쟁중인데 이번 론칭으로 현대백화점도 가세하게 됐다.

현대백화점의 새벽배송 도전은 이번이 두번째다. 앞서 2018년 8월 국내 백화점 업계 최초 식품 전용 온라인몰 e슈퍼마켓을 통해 새벽배송 서비스를 선보였다. 하지만 별도의 마트가 없는 현대백화점은 물류 인프라를 해결하지 못해 서비스 대상 지역의 한계와 한정적인 제품으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투 홈'은 문제점을 개선해 기존 오후 8시 마감을 11시로 늦추고, 대상 식품도 1000여개에서 5000여개로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새벽배송 대상 지역도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으로 넓혔다.

현대식품관 전경. 사진= 현대백화점
현대식품관 전경. 사진= 현대백화점

하지만 새벽배송을 위해선 배송 인프라가 관건인데 이에 관한 발표는 없어 현대백화점의 재도전이 이전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다. 

현대백화점은 이런 시각을 범현대가인 '현대 글로비스'와 손잡으면서 모두 해결했다. 특히 물류와 배송 모두를 글로비스에게 맡긴 점은 의외란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물류는 위탁을 하지만 배송은 보통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쿠팡이나 SSG닷컴도 배송은 직접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류와 배송 모두 비용이 많이 필요한만큼 경영 효율에 방점을 맞춘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의 이번 새벽배송은 많은 부분에서 효율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란 분석이다. 물류와 배송을 모두 위탁한 것뿐만 아니라 각종 제휴를 통해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은 타 경쟁사와 달리 제휴를 통해 시너지 극대화를 노리고 있다. 더현대닷컴은 2017년 네이버 쇼핑과 제휴를 맺은데 이어 지난해 5월 위메프, 8월 쿠팡에 각각 입점했다. 또한 배달의 민족과 손잡고 배민오더에 현대아울렛 맛집을 입점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은 유통에서도 상당히 보수적으로 이커머스나 타 업종과의 제휴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데 부정적"이라며 "현대백화점의 각종 제휴를 통한 전략은 오로지 효율화만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현대백화점은 온라인몰 통합작업도 진행하지 않는다. 롯데의 '롯데ON', 신세계의 SSG닷컴처럼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자사 계열사 온라인몰을 한데 모으지 않고, 각각 운영하며 계열사별 강점을 살린 전문몰로 이어간다는 것이다. 현대백화점은 현재 ▲더현대닷컴 ▲현대H몰 ▲더한섬닷컴 ▲리바트몰 ▲그리팅몰 등을 운영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각 계열 온라인몰을 통합하는 것은 상당히 큰 작업이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며 "통합해 운영하면 편리한 점이 있지만 각 계열사 간 조율할 것들도 많아 당장의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고 제언했다. 

한편, 현대백화점의 이번 물류 계약은 현대글로비스에게도 상당부분 이익이 크다는 평가다. 

먼저 현대글로비스가 현대백화점의 물류·배송을 일임하게 되면서 기존 현대백화점이 운영중이 김포 물류센터를 현대글로비스가 임차해 운영한다. 이는 풀필먼트(물류일괄대행) 사업으로 최근 물류·유통기업들이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분야다.

또한 현대글로비스는 매년 지적돼왔던 내부거래 비중도 낮추는데 일조할 것이란 분석이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자동차그룹 산하 물류회사로 주로 현대자동차의 물류 배송을 담당하는 2자물류(자회사를 통해 물류서비스를 받는 것) 기업으로 현대자동차와의 거래가 매출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를 두고 '일감 몰아주기'라며 공정위 등에게 꾸준히 지적받아왔다.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외부 일감을 가져와 내부 거래 비중을 낮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이번 현대백화점과의 계약은 현대글로비스에게도 단비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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