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 先보상' 될 대로 돼라?... 예탁원과 치고받는 NH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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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 先보상' 될 대로 돼라?... 예탁원과 치고받는 NH증권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0.07.15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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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투자증권, 옵티머스 펀드 84% 판매
판매사 수수료율 0.65%... 업계 평균은 0.5%
NH증권 "예탁원이 공공기관 채권으로 바꿔"
예탁원 "운용사가 지정한대로 종목명 입력했을 뿐"
사진=NH투자증권 제공
사진=NH투자증권 제공

NH투자증권의 옵티머스 펀드 사태 피해보상이 지연되면서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전체 펀드의 84% 이상을 판매한 증권사로서 적절치 못한 처신이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의 핵심은 자산운용사의 투자자 기만으로 요약된다. 옵티머스는 투자금의 95% 이상을 안전한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해 연 수익률 3%를 보장한다며 투자자를 모았다. 실체를 알 수 없는 대부업체 등에 투자하고 이를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구입한 것처럼 각종 서류를 위조해 투자자들을 기만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후 옵티머스는 총 46개의 유사펀드를 만들어 돌려막기식으로 버티다가 지난달 17일 '옵티머스 크리에이터 25·26호 펀드'에 대한 환매 중단을 선언했다.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돈을 돌려줄 수 없다는 것이다. 한술 더 떠 전체 투자금 5,151억원 가운데 2,500억원 가량은 행방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옵티머스 전·현직 임직원들이 문재인 정권 실세들과 인맥으로 얽혀있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될지도 주목된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 최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옵티머스 운용사 김재현 대표에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옵티머스 2대 주주 이모씨와 윤모 이사에 대한 영장도 발부됐다. 

NH투자증권은 지난달 19일 기준 옵티머스 펀드 전체의 84%에 해당하는 4,407억원어치를 판매했다. 이어 한국투자증권 677억원, 케이프투자증권 207억원, 대신증권 45억원 순이었다.

자료=윤창현 의원실, 그래프=시장경제신문
자료=윤창현 의원실, 그래프=시장경제신문

이번 사태를 두고 펀드 운용 상황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수수료에 급급했던 판매사들에 대한 비난여론이 일고 있다. 특히 84% 이상의 펀드를 판매한 NH투자증권이 이 문제를 결자해지(結者解之)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옵티머스 펀드는 지난해 6월 NH투자증권이 참여하면서 판매가 큰 폭으로 늘었다. 2017년 491억원 수준이던 판매액은 2018년 1,598억원, 2019년에는 3,156억원, 올해 6월에는 5,151억원까지 늘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단기간의 이러한 향상폭은 대단히 이례적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예탁결제원이 공개한 옵티머스의 수수료율 현황을 보면 자산운용사 0.29%, 판매사 0.65%, 신탁업자 0.04%, 사무보조자 0.02%로 책정돼 있다. 이 가운데 유일하게 판매사의 수수료율만이 업계 평균(0.5%)을 상회하고 있다. NH증권투자가 이번 옵티머스 펀드로 상당한 판매 수수료를 챙겼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자료=예탁결재원, 그래프=시장경제신문
자료=예탁결제원, 그래프=시장경제신문

8일에는 2위 판매사였던 한국투자증권이 투자자들에게 조건없이 원금의 70%를 선지급하겠다고 나섰다. 한투의 옵티머스 펀드 판매잔고는 287억원이다. 

반면 NH투자증권은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보상의 방식과 규모를 신속히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보상 규모가 걸림돌이다. 5월 말 기준 NH투자증권의 옵티머스 펀드 판매잔액은 4,528억원으로 투자원금의 70%는 3,210억원이 된다. 지난해 NH투자증권의 연간 순이익(연결)이 4,764억원이었음 감안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NH투자증권은 당초 펀드 담보대출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유동성을 공급할 계획이었는데 금융투자협회 측이 규정을 들어 부정적 입장을 전해왔다. 이에 NH투자증권은 투자금 가지급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마저도 성사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가지급은 판매사의 자금으로 투자자들에게 원금 일부를 선지급하고 이후 펀드 자산 회수나 운용사에 대한 구상권 청구로 돌려받는 방식이다. 

문제는 현재 옵티머스 펀드 자산의 절반 이상이 부실화된 상태여서 환입이 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데 있다. 환입이 적으면 그만큼 대손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 이는 연쇄적으로 증권사 순이익을 잠식해 재무제표상 실적 악화로 이어진다.

NH투자증권이 상장사인 것도 선지급을 진행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번 한국투자증권과 마찬가지로 라임 사태 당시 선지급을 결정한 신한금융투자는 지주사가 지분 100%를 보유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신속한 결정이 가능했다. 

그러나 NH투자증권은 농협금융지주가 최대주주(49.11%)이지만 국민연금(11.92%)·우리사주(1.5%)·소액주주(44.37%)로 경영권이 분산돼 있다. 이러한 경영 상황에서 이사회가 실적과 주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선지급안을 쉽사리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이 와중에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 사태의 책임 소재를 두고 예탁결제원과 공방을 벌여 논란이다.

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 측은 "사무관리를 담당한 예탁원이 옵티머스 측의 요청에 따라 비상장기업 사모사채를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종목명을 변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진=시장경제신문DB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진=시장경제신문DB

최근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는 펀드 투자자들에게 보낸 안내문에 이 같은 내용을 적시하는 한편 영업점 직원들에게 "수탁은행과 사무수탁사에 법적인 책임을 지우겠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예탁원 측은 "우리는 사무대행사에 불과하며 운용사가 지정한대로 종목명을 입력했을 뿐"이라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금융당국은 NH투자증권이 옵티머스의 펀드 대부분을 판매한 점을 고려해 가교은행(배드뱅크) 보다는 NH투자증권으로의 이관을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피해보상을 위해 내부적으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논의 중이며 이 달 안에 구체적인 해법을 내놓겠다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옵티머스를 NH투자증권사로 이관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엔 "금융당국으로 부터 이관과 관련해 공식적인 통보는 받은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금감원과 예보 직원이 옵티머스 관리인으로 있고 판매사 직원들이 업무지원을 나가고 있어 이러한 형태로 수습해 나갈 것"이라고 답변했다.

옵티머스의 부실을 사전에 알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NH투자증권은 그렇게 부도덕한 기업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한 현직 변호사는 "NH투자증권이 사전에 옵티머스의 비위 사실 또는 그러한 의도를 알았는지 여부가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판매사가 사전에 비위 사실을 알고도 펀드를 팔았다면 공범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옵티머스 관련자들의 자금을 끝까지 추적해 피해 금액을 추징해야 한다"며 "일벌백계가 없는 한 이런 일은 또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금감원에서 판매사를 검사하고 있는데, 결과가 나온 이후 공식적인 채널로 입장을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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