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전기 트럭' 개발戰 후끈... 치고 나간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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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전기 트럭' 개발戰 후끈... 치고 나간 현대차
  • 배소라 기자
  • 승인 2020.07.09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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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용차 대부분 미세먼지 주범 '경유' ... 친환경차 시급
현대차, 수소전기 트럭 양산 체제 구축... 스위스 수출
전남 광양시 광양항에서 세계 최초로 양산한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XCIENT Fuel Cell)' 10대를 스위스로 수출하기 위해 '글로비스 슈페리어'호에 선적하는 모습. 사진=현대차
전남 광양시 광양항에서 세계 최초로 양산한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XCIENT Fuel Cell)' 10대를 스위스로 수출하기 위해 '글로비스 슈페리어'호에 선적하는 모습. 사진=현대차

최근 자동차업계에서 트럭의 동력으로 수소를 사용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유럽이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를 강화하면서 기존 내연기관 트럭을 대체할 수소전기 시장을 선제적으로 공략하고, 부진한 상용차 사업에 돌파구를 찾으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미세먼지를 줄이는데 가장 강력한 방법은 트럭의 배출가스를 잡는 것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이 내놓은 국가대기오염물질배출량에 따르면 도로 이동수단 가운데 화물차의 배출량이 압도적으로 많다. 레저용차량(RV), 승합차, 승용차, 특수차 등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2020년 들어서 수소연료전지가 자동차 산업 내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수소연료전지는 고압 용기에 수소를 저장해야 하고, 연료전지 시스템이 무겁고 비싸다는 단점이 있어 상업화 과정에서 순수 전기차 대비 느린 성장 속도를 보여왔다. 수소 충전소를 건설해야 한다는 것도 만만치 않은 문제였다. 하지만 진정한 탈(脫)내연기관을 위해서는 수소연료전지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하며, 관련 산업도 변화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전문업체 맥킨지가 2018년 9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세계적으로 약 300~400만대의 운송용 수소전기트럭이 보급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유럽은 2025년 이후 노르웨이를 시작으로 주요 국가들이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를 추진 중이어서 경유차가 대부분인 상용차시장은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 도입과 확산이 시급한 상황이다.

수소전기 상용차는 물 이외 오염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는 무공해 차량인데다 대형 상용차에 필수적인 요소인 장거리 운행과 고중량 화물운송에 있어 배터리 전기차에 비해 유리하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수소전기트럭과 배터리 전기트럭의 운행거리에 따른 비용을 비교한 결과, 100km 이상부터 수소전기트럭의 비용 효율성이 배터리 전기트럭보다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의 경우 주행거리와 적재중량을 늘리려면 고가인 배터리의 용량도 함께 증가시켜야 하고, 그 만큼 충전시간도 길어져 운행 가능 시간이 줄어드는 등 효율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수소전기트럭은 충전 인프라 구축에서도 승용 수소전기차 대비 간편한 장점이 있다. 트럭과 버스 등의 상용차는 정해진 노선을 반복 운행되는 경우가 많아 화물 상하차 지역이나 차고지 중심으로 수소 충전소를 설치하면 운행에 큰 어려움이 없다.

현대차는 최근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 트럭 양산 체제를 구축하고 스위스 수출을 시작했다. 2013년 수소 승용차(투싼FCEV) 양산에 이어, 트럭 부문에서도 세계 최초 대량생산 체제를 갖춘 것이다. 현대차는 이달 6일 전남 광양항에서 수소대형 트럭 ‘엑시언트 FC(Fuel Cell)’ 10대를 선적해 스위스로 보냈다. 올해 말까지 40대를 추가 수출하는 등 오는 2025년까지 스위스에 총 1600대를 공급한다. 이 트럭은 34t급 카고 트럭으로 최고출력 350kW(476마력)급 구동 모터를 탑재했고, 완충 시 주행거리는 약 400km, 완충 시간은 8~20분이다. 현대차는 향후 독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등 유럽과 북미·중국 시장에서도 진출해 ‘친환경 상용차’ 시장을 선도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글로벌 수소전기트럭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향후 1회 충전 주행거리가 1,000km 이상인 수소전용 대형트럭 콘셉트카 ‘HDC-6 넵튠(Neptune)’ 기반의 장거리 운송용 대형 트랙터를 북미와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이 대형 트랙터에는 고내구·고출력의 차세대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이 탑재된다.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등과 같은 완성차 수출 외에도 지난해 엔진·발전기 분야 글로벌 리더인 미국 ‘커민스(Cummins)’사와 수소연료전지시스템 공급 협약을 맺는 등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통해서도 북미 상용차시장에 진출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화물 트럭의 경우 대부분 경유차이기 때문에 유럽을 중심으로 이를 대체하는 친환경 화물차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수소전기트럭은 충전 시간과 1회 충전 주행거리 등 장거리 운행에 강점이 있어 경유 화물차의 대안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뿐만 아니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일본 도요타는 자회사인 히노를 통해 미국 상용차 업체인 켄워스와 협력해 수소전기트럭을 개발 중이다. 2019년부터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항만청, 캘리포니아 주 등과 수소전기트럭 시험 주행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부턴 미국에서 시험 주행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요타는 지난달 초 둥펑자동차 등 중국 5개 업체와 상용차 수소연료전지 합작사인 RCRD도 세웠다. 2030년까지 100만 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중국 수소상용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 업체들도 수소전기 트럭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업인 독일 다임러그룹과 상용차 시장의 강자인 스웨덴 볼보트럭도 지난 8일 수소전기트럭의 연료전지시스템 개발을 위한 합작사를 출범시켰다. 20여 년간 수소연료전지를 연구해온 다임러와, 전기트럭 및 자율주행기술에서 강점을 갖추고 있는 볼보트럭은 2030년 이전에 수소전기트럭을 양산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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