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식용어 퇴출 이어 'AI 분석' 도입까지... 국민銀, 금융언어 개선 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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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식용어 퇴출 이어 'AI 분석' 도입까지... 국민銀, 금융언어 개선 앞장
  • 김태영 기자
  • 승인 2020.07.03 1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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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권 최초 'KB ALBERT' 개발
어려운 금융용어 변환·관리 프로그램
허인 행장, "고객 시선에 맞춰 낮은 자세로 감동 실현"
사진=시장경제신문 DB

설명을 봐도 알쏭달쏭한 금융용어들이 있다. 특히 불필요한 한자어와 어려운 언어는 고객 피해를 유발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금융 서비스 채널에는 일상에서 쓰는 말보다 전문 용어들이 많아 아무리 쉽게 써도 고객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최근 KB국민은행은 자체 인력과 기술로 자연어를 이해하는 인공지능(AI) 'KB ALBERT(알버트)'를 개발했다. 국내 금융권에서는 KB국민은행이 최초다. 

'KB ALBERT'는 어려운 금융 언어를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다. 지난 2018년 구글이 공개한 자연어 학습 모델인 'BERT(버트)'를 한글에 맞게 고친 후 KB국민은행의 내부 데이터를 학습시켜 탄생했다. 그 과정에서 KB국민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1억건 이상의 텍스트 데이터를 토대로 금융업에 특화된 언어 모델이 적용됐다. 금융 관련 언어의 특수성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KB ALBERT'는 기존의 다른 모델과 비교해 금융 관련 문장과 글을 더 잘 이해하는 것으로 검증됐다고 KB국민은행 측은 전했다.

KB국민은행은 'KB ALBERT'를 자행 모바일 금융 애플리케이션 'KB스타뱅킹'과 사내 업무용 '챗봇' 등에 도입해 금융언어 개선에 이용할 계획이다. 어려운 금융용어를 변환·관리하는 프로그램으로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금융과 IT를 융합한 모델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고객 입장에서 편의성을 제고하겠다"고 말했다.

허인 KB국민은행장. 사진=시장경제신문 DB
허인 KB국민은행장. 사진=시장경제신문 DB

무엇보다 이번 'KB ALBERT' 개발은 허인 KB국민은행장이 추진한 노력의 결과물이라는 평가다. 허인 행장은 고객들이 일상적으로 접하는 금융상품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생각으로 금융언어 개선를 위해 노력해왔다. 

KB국민은행은 복잡한 전문용어를 고객 눈높이에서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른바 '고객언어' 찾기다. '고객언어'란, 고객의 입장에서 더 쉽고 정확한 언어를 의미한다. 한결 더 바르고 친절한 말을 사용해 고객 권익보호에 나선 것이다.

먼저 KB국민은행은 글쓰기 원칙을 담은 'KB고객언어가이드'를 수립했다. 현재 KB스타뱅킹을 포함한 다양한 비대면 채널에 적용하고 있다. 이전까지 은행권에서 사용되는 언어에는 고시·통보·내점 등 전문용어와 일본식 한자어·외국어 투의 단어나 문장이 많았다. 

'KB고객언어가이드'는 맞춤법, 표기법, 띄어쓰기 등 기본적인 오류부터 일본어 투, 과도한 높임법 등 오랫동안 관습적으로 잘못 쓰여 온 표현까지 다루고 있다. 

은행 중심 용어를 고객 중심으로 바꾸고 고객의 눈높이에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만들기 위해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가이드북의 가장 큰 특징은 우리말을 사용하고 고객이 언어의 주체가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제공합니다'는 '~받습니다' 로 표현 △'고시'나 '통보'를 '안내' 또는 '알림'으로 대체 △'내점', '차기' 같은 일본식 한자어는 '방문', '다음'과 같은 쉬운 우리말로 순화 △'견양', '계약응당일' 같은 어려운 한자어는 '보기', '계약해당일' 등으로 쉽고 명확하게 바꿨다.

'영업점', '지점', '창구' 등 다양하게 쓰던 용어도 고객이 '지점'이라는 용어로 검색을 한다는 통계자료에 근거해 '지점'으로 통일했다.

또한 KB국민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국립국어원과 협약해 금융언어를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고객이 이해하기 쉬운 금융언어 사용을 위해 세심하게 완성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자체 언어 순화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부서별 교육과 게시판에 자료를 게시하는 방식으로 어려운 용어를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어려운 금융용어를 쉽고 친절하게 개선하면서 고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저금리·고령화 추세에 따라 어느 때보다 재산의 증식·관리 수단으로 금융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고객 권리보호 차원에서도 바르고 정확한 언어 사용이 필요한 상황이다. 허인 행장은 "항상 고객 시선에 맞춰 보다 낮은 자세로 고객감동을 실현하겠다"며 "앞으로도 고객 맞춤형 금융 서비스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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