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免, 코로나 속 과감한 '베팅'... 독(毒)일까 득(得)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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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免, 코로나 속 과감한 '베팅'... 독(毒)일까 득(得)일까
  • 이준영 기자
  • 승인 2020.07.0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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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면세사업권 2곳 취득... 업계 4강 도약
'10년 계약·바잉파워'... "섣부른 판단 일러"
현대백화점 정지선 회장. 사진= 이기륭 기자
현대백화점 정지선 회장. 사진= 이기륭 기자

현대백화점이 올해 면세점 사업에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두산이 철수한 두타면세점에 시내 두번째 면세점을 개장한데 이어 무리한 임대료로 유찰된 인천공항면세점까지 진출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로써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명품브랜드 유치가 가능해졌지만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임대료 부담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두타·인천공항 입성... 패션잡화 전략적 입찰

현대백화점은 올해 두 군데 면세사업권을 따내며 단번에 4강 자리로 도약했다. 

먼저 올해 2월 두산그룹이 수익성 악화로 사업권 반납을 선언한 동대문 두타면세점에 들어섰다. 앞서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지난해 10월 두산이 면세점 특허를 반납한 뒤 해당 부지를 5년간 임차하는 계약을 맺었다.

현대백화점 두타면세점. 사진=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 두타면세점. 사진=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면세점은 기존에 강남점을 운영중이었지만 면세쇼핑의 중심인 강북 진출을 노려왔었다. 결국 강북에 입성했지만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리면서 단축운영 등 썰렁한 분위기에서 출발점에 섰다.

두타면세점 입점후 한 달 뒤 인천공항면세점 입찰에서도 현대백화점은 다소 무리라는 업계 시선을 뒤로하고, 베팅했다. DF7구역은 패션잡화를 판매하는 곳으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같이 입찰가격을 써낸 롯데, 신라보다 100억원 이상의 금액을 쓴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백화점이 마진과 인기가 좋은 향수·화장품이나 주류담배 판매 구역에 입찰하지 않고 패션잡화 구역 입찰에 나선 것은 여러가지 복안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향수·화장품과 주류담배는 마진과 인기가 좋은만큼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조금 덜한 패션잡화에 베팅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시내면세점 두 곳을 운영중이지만 아직 바잉파워가 약해 3대 명품 브랜드(샤넬, 루이비통, 에르메스)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인천공항면세점 패션잡화 구역을 운영함으로써 높아진 바잉파워를 바탕으로 3대 명품 브랜드 유치를 이끌어낼 것이란 전략이다.

◇최악의 시기에 과감한 투자... 코로나 이후 반등 기대

높은 임대료로 업계 탑2인 롯데와 신라가 유찰할만큼 이번 인천공항면세점 입찰은 '무리수'란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해당 입찰 기간은 코로나19 사태가 절정에 이른 시기였던만큼 향후 사업성 확보도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실제 인천공항은 전세계 공항이 임대료 인하 및 감면 정책을 펼쳤지만 기존 고정임대료 정책을 고수해왔었다. 그러다 지난달 업계가 유찰이라는 강경한 태도와 여론에 못이겨 고정임대료가 아닌 영업요율제로 변경해줬다. 하지만 여전히 남은 면세사업권은 주인을 찾지 못할 만큼 업계의 어려움이 크다.

더불어 패션잡화는 주류담배, 향수·화장품과 달리 시즌이 지나면 판매가 쉽지 않아 악성재고가 될 가능성이 높은만큼 코로나19 장기화가 지속될수록 부담을 커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두타면세점과 인천공항면세점 입찰 당시 코로나19 초기로 올해 여름쯤 종식될 수 있다는 전망이 있었다"며 "인천공항은 9월부터 운영이기 때문에 코로나 종식과 맞물려 반등할 것을 내다본 투자로 비춰진다"고 말했다.

반면,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글로벌 사태가 아니라면 현대백화점의 인천공항 입성은 더 많은 시일이 걸렸을 것이다. 면세사업이 레드오션이지만 인천공항은 글로벌 1위 공항으로 입점 자체만으로도 매출 이외의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 신세계면세점도 초기 인천공항면세점 3개구역을 석권했을때 무리수라며 손해볼 것이 뻔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지난해 이익률을 회복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인천공항면세점 입찰 계약은 기존 5년보다 늘어난 10년 계약으로 이번 코로나 시기만 견디면 반등할 기회가 길다. 운영 기간이 긴 만큼 수익성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의 면세사업 투자가 독(毒)이 될지 득(得)이 될지를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며 "10년이란 계약기간과 높아진 바잉파워를 바탕으로 코로나 이후 크게 반등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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