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정기준 바꾸고 굴뚝 수 빼고... '석포제련소' 환경부 발표, 왜곡 투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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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정기준 바꾸고 굴뚝 수 빼고... '석포제련소' 환경부 발표, 왜곡 투성이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0.06.30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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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25시] 환경부 석포제련소 특별점검 팩트체크
기준치 변경... 지난해는 '공업용수', 올해는 '생활용수'
‘조사한 7개 중 5개에서 70% 배출' 표기... 실제는 총 92개
낙동한 수질은 실태 조사 안 해... 지난해는 수질 측정 결과 발표
환경부 기동단속반원들이 석포제련소 공장을 돌며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석포제련소 노조
환경부 기동단속반원들이 석포제련소 공장을 돌며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석포제련소 노조

환경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북 봉화 석포제련소 특별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그런데 이 발표가 이상하다. 과거와 달리 수치 표현이 자극적이고, 선정적으로 돌변했다. 다른 정부기관의 권고를 받아들여 회사가 이미 시정조치를 완료했거나 시정 중인 사안은 공개자료에 포함하지 않았다. 언론과 국민들이 기업을 판단할 때 기본자료가 될 이들 정보가 빠져있어, 자칫 왜곡된 시각으로 해당 사업장을 바라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특히 환경부는 지난해 실시한 ‘낙동강 하천수 수질정밀조사’를 올해는 하지 않은채 점검결과를 발표했다. 이같은 현실은 특정 기업에 대한 무차별적 비난과 부정적 인식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적지 않다. <시장경제>가 환경부의 특별점검 결과 발표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 봤다. 

◇환경부, 2019년 5월 15일, 2020년 6월 9일 2차례 발표

환경부는 2019년 5월 15일 ‘환경법령 위반한 영풍 석포제련소 강력히 조치’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석포제련소 특별점검 결과를 담은 보도자료로 사업장 곳곳에서 ‘환경 오염’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점검 결과의 핵심이었다. 취재 결과 환경부의 특별점검 후 석포제련소는 지적사항에 대한 자체 개선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환경부는 1년만인 올해 6월 9일 ‘영풍 석포제련소 특별점검, 11건의 법령 위반사항 등 적발’이라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환경부는 보도자를 통해, 특별점검 결과 상당한 양의 환경 오염 물질 배출 사실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환경부 발표 후 언론사들은 ‘발암덩어리’, ‘낙동강 좀 먹는’, ‘기준치 33만배 초과’ 등의 자극적인 수식어를 붙여 관련 기사를 출고했다. 이 가운데 한겨레는 환경부가 밝힌 수치를 인용해 "제련소를 폐쇄해야 한다"는 취지의 사설을 내보냈다. 환경단체들은 기다렸다는 듯 제련소 폐쇄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언론은 이를 다시 기사화했다. 그 사이 석포제련소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환경부의 위 보도자료는 팩트일까.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쟁점1. ‘공업용수→생활용수’ 측정 기준 변경

먼저 환경부는 석포제련소 지하수를 측정하는 기준을 지난해 ‘공업용수’에서, 올해 ‘생활용수’로 바꿨다.

환경부는 2019년 5월 15일 보도자료에서 “대구지방환경청이 33곳의 관정에서 지하수 시료를 채취하여 분석한 결과, 모든 시료에서 카드뮴이 공업용수 기준(0.02mg/L)을 초과(0.28~753mg/L)했고, 일부 지하수에서는 수은, 납, 크롬 또한 공업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올해 보도자료는 오염도 측정 기준을 '공업용수'에서 '생활용수'로 바꿨다. 환경부는 측정 기준치를 변경한 사실은 알리지 않은해 [“조사결과, 108개 모든 조사지점에서 카드뮴 농도가 수질기준을 초과하였으며, 특히 공장부지 내에서는 최대 33만2650배, 하천변에서는 1만6870배를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지난해 적발된 공업용수는 불법으로 사용하다 걸려 모두 막았다. 그러므로 올해부터는 생활용수 기준으로 적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석포제련소 운영 주체인 영풍 관계자는 환경부의 기준치 변경에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공업용수를 기준으로 정하고, 올해는 생활용수를 기준으로 정해 지난해 보다 2배나 강화시켰다”며 “환경부는 카드뮴 지하수 오염이 기준치의 ‘33만2650배’라는 수치를 본문에 직접 적었는데, 지하수 오염은 이미 지난해 단속(4.17~19)에서 적발해 지하수 정화명령(2019.5)을 내렸고 제련소는 이 명령을 이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업용수 기준으로 정화 명령을 이행 중이라는 설명이다.

◇쟁점2. 석포제련소 굴뚝 조사 개수 7개 VS 92개

환경부 보도자료에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굴뚝수의 공개여부다.

환경부는 올해 보도자료에서 ‘전체 굴뚝 개수’를 공개하지 않은 채 ‘7개 굴뚝에서 채취한 시료를 분석한 결과 약 70%에 해당하는 5개 굴뚝에서 대기오염물질 배출허용기준을 최저 1.3배에서 최대 9.9배를 초과했다’고 했다.

보도자료만 놓고 보면 석포제련소 전체 굴뚝의 70%에서 오염물질이 배출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석포제련소 전체 굴뚝 수는 92개다. 굴뚝의 전체 개수를 밝히지 않고 '검사한 7개 중 5개'라고만 적시한 행태는 어딘가 석연치 않다. 총 92개 굴뚝에서 어떤 방식으로 7개의 샘플을 선정했는지도 불명확하다. 환경부 조사 결과 전체 신뢰도에 의문을 갖게 만드는 대목이기도 하다. 

전체 굴뚝 수를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환경부는 “고의로 공개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굴뚝 시료를 채취하고 분석하는데 하루에 최대 2개다. 100여개나 되는 굴뚝을 모두 분석할 순 없었다”고 했다. 

환경부의 해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기초사실인 굴뚝 개수를 표시하지 않고, '조사한 7개 중 70%에 해당하는 5개에서'라고 표현한 점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쟁점3. 제련소 하천수를 측정하지 않은 이유는?

이번 보도자료에서 가장 의아한 부분은 환경부가 낙동강 수질을 측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환경부의 지난해 보도자료와 올해 보도자료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낙동강 하천수 수질정밀조사’ 여부다. 지난해에는 했고, 올해는 안 했다.

지난해 조사 결과를 보면 석포제련소를 지나기 전 상류에서는 카드뮴이 검출되지 않았지만 제1공장 강안에서 채집된 물에서는 최고 0.0851mg/L(하천수 카드뮴 기준 0.005mg/L의 17배)까지 검출됐고, 하천 고인물에서는 22.88mg/L이 검출 됐다. 하천 건너 반대쪽 2공장쪽에서 채집된 하천수에서는 측정 수치가 기준치 이하로 내려갔다.

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환경부는 ‘낙동강 상류에서는 물이 깨끗하다가 제련소를 지나는 순간 중금속 함량이 급증하고, 제련소에서 멀어지면 수질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양상을 보였다’는 취지로 결론을 내렸다.

환경부 점검 직후 석포제련소는 “측정 주체와 측정 기준, 측정 지점 등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며 점검결과에 의문을 나타냈다. 반면 지역환경단체들은 “상세한 점검이 필요하다”며 서로 다른 분석을 내놓았다.

따라서 이번 점검 결과에서도 ‘제련소로 인한 낙동강 오염 진위 여부’는 최대 관심이었다. 하지만 환경부는 올해 점검에서 석포제련소 밑바닥만 조사했다. 가장 중요한 수질조사를 제외한 것이다. 환경부가 ‘무리한 점검’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오염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사업장 토양만 조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낙동강 수질을 조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환경부는 “이번 특별점검의 목적은 낙동강 수질을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제련소의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라며 “수질은 계속해서 체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영풍은 “낙동강 수질정밀조사는 환경부에서 하기 때문에 우리도 모른다. 지난해 환경부의 하천수 카드뮴 농도 지적을 받고 개선사업을 벌여 작년보다 수질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알고 있다. 석포제련소가 이곳에서 50년간 운영되고 있지만 인근 주민들의 건강에 특별한 이상 징후가 나타난 사례도 없다. 물고기 등 수생태에도 특이한 변화사례가 관찰되지 않았다. (점검을 다시한다면) 환경과 제련소의 공존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국무총리실 ‘행정협의조정위원회’은 ‘석포제련소 물환경보전법 행정처분에 대한 조정’을 안건으로 채택했다. 앞서 경상북도는 환경부의 행정 명령이 지나치다며 국무총리실에 조정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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