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비켜간 네이버, 통장 이어 '대출·보험'까지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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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비켜간 네이버, 통장 이어 '대출·보험'까지 노린다
  • 오창균 기자
  • 승인 2020.06.23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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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불결제 서비스도 내달 혁신금융 지정
금융사들, 각종 규제에 역차별... "형평성 무너지면 시장질서 무너질 것"

네이버의 금융권 진출이 무서운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은행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금융사업에 손을 뻗고 있는 모습이다. 

네이버의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NAVER FINANCIAL)은 지난 8일 포인트 적립과 예치금 수익을 내세운 통장을 출시하며 금융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네이버통장은 네이버파이낸셜이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출시한 환매조건부채권 기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상품이다. 예치금 보관에 따라 최대 3% 수익률과 함께 통장과 연결된 네이버페이로 충전∙결제 시 최대 3%의 포인트 적립 혜택을 함께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네이버 측은 통장을 기반으로 이용자들에게 커머스와 금융을 연결하는 새로운 서비스 경험을 제공해 테크핀 경쟁력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했다. 

네이버통장이 출시되자 즉각 은행권에선 "증권사 CMA 상품을 통장이라고 명칭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미래에셋대우를 빼고 네이버가 은행을 만들어 예금을 관리하는 것처럼 비쳐져 시장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출·보험시장 진출도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이달 4일 금융당국으로부터 스마트스토어 판매자 신용대출 지정대리인으로 선정됐다. 금융규제 샌드박스의 일환인 지정대리인은 기업이 금융사와 계약을 맺고 예금·대출 심사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네이버가 미래에셋캐피탈과 함께 네이버페이를 이용하는 개인과 소상공인들에게 대출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뿐만 아니라 네이버는 상용화된 통장을 기반으로 대출을 공고하게 한 뒤 하반기 보험상품까지 내놓을 계획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올해 3월 열린 이사회에서는 'NF보험서비스'라는 법인 설립을 의결했다. 

유안타증권은 22일 "네이버페이 사용 증가는 통장 이자 지급과 함께 잔고(Balance)가 더욱 증가해 증권·보험 등 향후 금융사업 성장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네이버페이 후불결제 서비스'도 다음달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앞두고 있다. 업계에선 "당장은 소액 후불 결제 수준이지만 향후 핀테크 활성화를 명목으로 여신사업 문턱까지 치고 올라올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문제는 규제의 불평등이다. 네이버·카카오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나날이 성장하는 동안 기존 금융사들은 각종 규제, 역차별을 받으며 공정 경쟁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초 금융당국은 대형 금융지주의 업권 독점을 방지하겠다며 핀테크 육성에 열을 올렸지만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아 상황이 역전된 모양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요지부동이다. 은성수 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대형 IT 기업이 금융업에 진출할 시 기존 업권 규제를 받지 않는 것은 일종의 역차별이 아니냐'는 질의에 "당연히 형평성·공정성 문제가 대두될 것으로 보이지만 리스크를 줄이면서 금융사와 빅테크 기업이 서로 상생하고 발전하는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기존 금융사와 빅테크가 상생하려면 이를 관리하는 금융당국이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형평성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빅테크들이 규제를 회피하면서 독과점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당국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시장 질서가 무너지고 새로운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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