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닥치고 규제'... 유통 대기업이 악(惡)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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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닥치고 규제'... 유통 대기업이 악(惡)인가
  • 이준영 기자
  • 승인 2020.06.20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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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옥죄는 '유통산업발전법', 巨與 앞다퉈 발의
배송·신규출점 다 막아놓고 '돈 더 내놔라' 압박
'반(反)기업 정책' 칼날 여전... 대량실직 불보듯
문재인 대통령 취임후 2017년 7월 기업인들과 호프미팅 이미지. 사진= 시장경제신문DB
문재인 대통령 취임후 2017년 7월 기업인들과 호프미팅 이미지. 사진= 시장경제신문DB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유통기업들에게 일자리 창출을 요구하면서 규제는 더욱 강화하는 이율배반적 태도를 보여왔다. 반시장·반기업 정책에 코로나 발(發) 경제위기까지 맞물려 유통기업들은 결국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지난 1분기 국내 마트 3사(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한 곳은 이마트 뿐이다. 이마저도 전년대비 영업이익이 34.8% 줄어든 수치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당기순손실 규모가 수천억원에 달할만큼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있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규제 강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번 21대 국회는 첫 문을 열자마자 '유통산업발전법'을 앞다퉈 발의했다. 대형마트 출점제한을 연장하고, 지역상권과의 상생 의무를 강제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현재 업계는 신규출점이 아닌 폐점을 고려하는 상황이지만 국회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더불어 대규모 점포 출점시 지역협력계획서에 대한 심의·의결권을 부여해 권한을 강화했다. 기존 '유통상생발전협의회'를 유통상생발전심의회'로 변경해 의안 부결시 기존 점포의 등록 취소나 이행강제금을 물릴 수도 있다. 사업은 축소시키면서 지자체에다 돈을 더 내놓으라는 반 협박이나 다름없다.

어떻게보면 대형 유통기업의 구조조정은 선택이 아닌 살기 위한 몸부림이다. 하지만 이를 놓고 인력배치나 대형마트의 비위로 여겨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온라인이 대세인 시대에 폐점 이후 배송도 막힌 대형마트는 이미 경쟁에서 밀린지 오래다. 신규 출점이 없는데 더 이상의 일자리 창출도 불가능하다. 고객들의 온라인 이탈은 더 가속화되고, 향후 추가적인 매출 하락은 자명한 사실이다.

롯데마트는 연내 120개 점포 폐점 계획을 내놨고, 홈플러스도 올해 3개 점포 매각을 검토중이다. 이마트도 전문점들을 철수하고 있다.

보통 대형마트 한 곳당 300~500명의 근로자가 일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수만명이 실직하게 될 수도 있다. 인력 구조조정은 없다고 밝혔지만 점포가 줄어들었고, 직원은 그대로인 상황에서 모든 사람의 구미에 맞는 곳으로 재배치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결국 대량실직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문재인 정부 초기 향후 5년간 50조원 투자와 신규채용 7만명을 약속한 바 있다.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도 매년 1만명 이상을 신규채용하겠다고 확언했었다.

그룹 전체를 놓고본다면 신규채용이 다소 늘어난 것도 있지만 유통계열사만 살펴보면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마트 임직원수는 2017년 1만3608명에서 올해 3월 기준 1만2883명으로 줄어들었다. 이마트도 지난해 239명의 임직원이 줄어들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신규출점이 불가능한데 신규 채용이 가능하겠느냐"며 "정부 눈치로 다른 분야 직원을 조금씩 늘리고 있지만 현재처럼 규제가 지속되면 이마저도 힘들 것"이라고 토로했다.

정부의 규제는 앞으로도 강화될 조짐을 보인다. 21대 국회를 압승한 여당은 복합쇼핑몰까지 규제 범위를 넓히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미 유수의 연구기관을 통해 복합쇼핑몰 인근 상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결과도 나왔지만 반(反)기업 정책의 칼날은 여전히 날카롭다.

이미 답은 나와있다. 규제는 공멸로 이어지고, 상생은 공생으로 이어진다. 대형 유통기업을 옥죄는 것은 일자리 감소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규제강화가 아닌 상생강화의 정책으로 돌아서는 것이 다함께 잘사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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