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만 허리띠 바짝, 여신협회는?... 김주현 회장 여전히 '4억 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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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만 허리띠 바짝, 여신협회는?... 김주현 회장 여전히 '4억 연봉'
  • 양일국 기자
  • 승인 2020.06.19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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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위기 속, 일 편하고 연봉높은 협회 '無風'
김주현 "불확실성 시대, 카드사 혁신적 변화 필요"
"막연한 희망은 살아나갈 전략 될 수 없어" 지적
금융권 관계자들 "'신의 직장' 여신협회부터 혁신해야"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 사진=시장경제신문DB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 사진=시장경제신문DB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이 17일 취임 1주년 기념사에서 4차 산업 시대 경쟁력을 위한 혁신을 주문했다. 금융권에서는 "역대급 불황에 당장 여신협회부터 혁신에 앞장서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정부의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 2년간 카드사 영업점포 125개가 문을 닫았다. 업계 안팎에서는 코로나19 확산세가 가라앉지 않을 경우 비대면 서비스로 업계 중심축이 이동하면서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올해 카드업계 전망도 좋지 않다. 코로나19 여파로 2월 기준 주요 7개 카드사의 대출 실적이 전년 대비 22%이상 급증했지만, 5월부터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이 지원되면서 카드대출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 이미 여신금융연구소는 수수료 개편 이후 3년간 1조5,000억원 상당의 당기순이익 감소를 예측한 바 있다. 

카드업계의 내우외환(內憂外患)이 계속되는 가운데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이 취임 1주년을 맞았다. 김 회장은 인사말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 카드산업이 핀테크사보다 더 핀테크스럽게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거대 핀테크 업체와 경쟁을 위해 카드사의 혁신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핀테크 업계와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도록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김주현 회장의 취임 1주년 인사 곳곳에선 핀테크 업종의 성장세가 기존 카드업계를 위협하고 있는데 따른 위기감이 감지된다. 그가 지적한 '기울어진 운동장'은 금융당국이 마이페이먼트(My Payment) 사업을 핀테크 업체에만 허용하고 있는 상황을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마이페이먼트로 결제할 경우 은행간 계좌이체 수수료 정도만 발생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요구하는 기존 카드결제 방식은 이제 존폐의 기로에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월 15개 여신전문금융회사 사장단은 금융위원장 간담회에서 카드사도 마이페이먼트 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달라고 강력히 요청한 바 있다. 

이달 12일 금융위원회 규제입증위원회는 네이버·카카오페이 등 기명식 선불전자지급수단의 충전금 한도를 최대 500만원까지 상향하기로 했다. 사실상 기존의 체크카드와 경쟁이 불가피해 카드업계의 위기감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김주현 회장이 1주년 인사말 말미에 '불확실성의 시대'를 강조한 것은 카드업계의 최근 위기감을 잘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김주현 회장 취임 1주년 인사말 전문. 사진=양일국 기자
김주현 회장 취임 1주년 인사말 전문.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여신금융협회의 역량은 카드업계의 '등대' 역할을 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18일 한 금융업계 종사자는 김주현 회장의 인사말에 대해 "알맹이 없는 공허한 말 잔치"라고 총평했다. 그는 "핀테크·빅데이터 등 4차 산업 인프라 도입은 협회나 공공기관이 주도하기 보다 각 회원사들이 필요에 따라 판단하고 추진할 문제"라고 꼬집었다. 

한 현직 IT업계 종사자는 "일반적으로 협회·위원회 식의 간판을 내 건 조직은 사실상 준 공무원 집단으로 IT업계 실무자들이 함께 일하기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과감한 혁신보다 면피와 무난함을 추구하는 특유의 문화는 IT업계와 상극"이라고 덧붙였다. 

김주현 회장은 행정고시 25회 출신으로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을 지낸 전형적인 관료(官僚)형 인물로 꼽힌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김주현 회장의 혁신 주문과 관련해 "당장 이런 불황에 금융권의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여신협회부터 혁신의 대상이 돼야 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실제로 카드업계의 역대급 불황에도 불구하고 여신금융협회는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매력적인 직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여신금융협회의 대졸 신입 연봉은 4,000만원 안팎으로 같은 조건의 대기업 평균 4,100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또한 사기업에 비해 업무 강도가 덜하다는 인식이 있어 취준생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월 여신금융협회가 2명의 신입직원을 채용하는데 192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심지어 기존 금융권 종사자들이 경력을 포기하고 신입으로 지원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여신금융협회장 선거에 10명의 후보자가 몰렸다.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임기가 보장되고 퇴임 후에도 일정 기간 예우를 하는 조건을 보고 지원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18일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현재 협회장은 임기 3년이며 연봉은 4억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퇴임 후 예우에 대해서는 "과거 퇴임 후 1년 정도 고문으로 예우한 관례가 있는데 (현 회장에 대해서는) 아직 협의된 바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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