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수수료의 불편한 진실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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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수수료의 불편한 진실②
  • 김흥수 기자
  • 승인 2017.05.03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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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마름’노릇으로 영세가맹점 착취
사진=픽사베이

10여 년 전 한 시민단체에 소속돼 금융소비자 운동을 하던 ‘권’모 변호사는 자신이 금융거래를 하다보면 가끔 미안한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한다.

자신에게 적용되고 있는 이자율이 일반적인 서민들에게 적용되는 이자율의 삼분의 일 수준으로 낮아 서민들에게 미안한 감정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신과 같은 소위 ‘사’자 들어가는 고소득 전문직들을 포함해 고액 자산가들이 누리고 있는 혜택이 서민들의 고금리 부담을 토대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권변호사는 소작농들의 피땀흘린 노력을 빼앗아 지주에게 갖다 바치는 봉건시대의 ‘마름’과 비슷한 것이 카드회사라고 비난한다.

요즘은 뜸하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백화점이나 대형할인마트 등 대형 가맹점과 카드사간의 가맹점 수수료 분쟁은 잊혀질만하면 언론의 한 지면을 장식하는 단골 뉴스거리였다.

대형 가맹점들은 자신들의 매출액을 볼모로 카드회사와 수수료협상을 벌이며 ‘결제거부를 하겠다’는 식의 으름장으로 버텨가며 수수료협상과정에서 ‘갑’의 위치를 선점했다.

카드회사들은 표면적인 수수료 외에 무이자할부나 카드사용금액에 비례하는 사은품 증정 등 프로모션을 제공해 가며 수수료 협상을 결말지어 왔다.

지난 해 8월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에서는 ‘A’카드사와 한 가맹점주 사이에 수수료분란이 일어 소송까지 발생하는 일이 있었고 법원에서는 가맹점주의 일부 승소로 판결을 내린 일이 있었다.

카드회사가 포인트 가맹점 계약을 맺은 가맹점에게 수취한 수수료의 일부를 프로모션 형태로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어겼고 가맹점주가 이의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법원은 가맹점주의 주장을 일부 인정 카드회사에게 1,000만 원을 배상해주라는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고 해당 카드사는 재판부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만일 해당 가맹점주가 백화점 등 대형 가맹점이었다면 이런 재판은 결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카드회사들이 대형 가맹점에게 지불해야 할 프로모션 비용을 ‘삥땅’치는 일은 발생할리 만무하다.

설령 ‘삥땅’사건이 벌어진다 해도 대형 가맹점이 절대 가만히 있을 리 없고 대형 가맹점의 항의에 ‘배째라’고 버틸 카드회사는 더더욱 없을 것이기 때문에 소송까지 가는 일은 결단코 일어나지 않는다.

카드회사들은 백화점이나 대형할인마트 등 대형 가맹점의 갑질이 수수료율 협상이나 무이자 할부 등 프로모션 과다제공 요구 등 혀를 내두를 지경이라고 비난한다.

본지가 취재도중 만난 몇몇 카드회사의 관계자들은 대형가맹점의 갑질에 대해 질문하자 ‘그거 말했다가 큰 일 난다’면서 언급을 회피할 정도였다.

대부분의 신용카드회사들은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 대형가맹점에서 소비자들이 카드결제를 하면 결제금액의 5~7%를(전월 실적에 연동해서 적용시키는 값으로 최대치일 경우) 포인트로 제공한다.

카드회사들은 빅데이터를 통해 소비자들의 패턴을 분석해내고 이를 토대로 주유, 통신, 대형마트 등 대형가맹점과 재벌이나 대기업 중심으로 특화된 카드상품을 설계한다.

이렇게 특화된 상품들은 소비자들이 특화된 가맹점에서 결제를 할 경우 카드회사는 가맹점으로부터 받는 수수료보다 더 많은 포인트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거나 할인을 해 준다.

카드회사에서는 손실이 발생할 것 같지만 ‘특화되지 않은 가맹점’에서 손실을 보전하도록 설계돼 있다.

카드회사들의 거의 모든 상품들이 이런 설계과정을 거치고 있으나 불행하게도 영세자영업자를 특화시킨 카드상품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카드 회사들은 영세가맹점에게 카드 결제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19조를 무기로 카드수수료를 일방적으로 책정해 통보해 버린다. 협상은 일체 없다. 가맹점에게 ‘마름’질을 하고 있는 대한민국 신용카드 회사들의 현주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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