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소명 부족' 이재용 영장 기각... "檢 수사권 남용"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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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의소명 부족' 이재용 영장 기각... "檢 수사권 남용" 후폭풍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0.06.0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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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개월간 50차례 탈탈 털고도... 편파수사 논란
8차례 소환 김종중 전 사장 구속영장도 기각
法 "불구속재판 원칙 반해 구속상당성 소명 부족"
辯 "혐의소명 안됐고, 구속 필요성 없다는 취지"
검찰수사심의위 결과에 영향 미칠 가능성 높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이 나온 9일 새벽 2시 40분경 서울구치소를 나오고 있다. 사진=이기륭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이 나온 9일 새벽 2시 40분경 서울구치소를 나오고 있다. 사진=이기륭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부회장,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사장 등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모두 기각됐다.

검찰은 '삼성 미래전략실 주도로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작업이 진행됐고, 이  과정에서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이 일어났다'는 밑그림을 그렸으나, 법원은 '혐의 소명 부족'을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난 뒤 2년 4개월 만에 재구속될 위기에서 벗어났다. 반면 검찰은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 부회장에 대한 혐의 적용은 물론이고 최지성 전 부회장, 김종중 전 사장에 대한 영장도 잇따라 기각됨으로써 '수사 부실' 논란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최 전 부회장을 4차례, 김 전 사장을 무려 8차례나 소환조사했으나 영장 발부에 실패했다. 

9일 오전 2시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은 상당한 증거를 확보했다”면서도 “불구속재판의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과 상당성에 관해 소명이 부족하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원 부장판사는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와 그 정도는 재판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수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4일 이 부회장 등 3명에게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행위) 및 주식회사등의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8일 진행된 영장실질심사는 검찰과 변호인단 사이에 치열한 공방이 오가며 8시간 넘게 이어졌다. 서울구치소에서 결과를 기다리던 이 부회장은 구속영장 기각 결정이 나온 9일 오전 2시40분쯤 귀가했다.   

변호인단은 법원의 기각사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기본적 사실관계 외에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등 범죄혐의가 소명되지 않았고, 구속 필요성도 없다는 취지.”

그러면서 변호인단은 “향후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절차에서 엄정한 심의를 거쳐 수사 계속과 기소 여부가 결정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사건 핵심 쟁점은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하는 자본시장법, 외부감사법 위반 행위가 존재했는가' 하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위법한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주가를 조작한 시세조종이 있었는지 여부', '삼성바이오로직스 재무제표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실제 분식회계가 행해졌는지 여부', '이들 위법행위를 이 부회장이 보고를 받았고, 묵인 혹은 지시를 했는지 여부'로 정리할 수 있다. 

검찰은 혐의 입증을 위해 최 전 부회장과 김 전 사장이 입안했다는 이른바 ‘프로젝트G' 관련 문건을 핵심 증거로 내세웠다.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입증한다면서 20만쪽에 이르는 수사기록을 재판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무엇보다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와 그 정도는 재판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는 기각사유는 앞으로 열릴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위 문구는 '검찰의 혐의 소명 부족'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의 혐의 소명 부족'은 위에서 설명한 3가지 핵심 혐의에 대해, 법원이 '다툼의 여지가 상당하다'는 점을 인정한 것과 같다. 

'구속을 하지 않는다면 기업 총수로서 증거를 인멸할 위험이 크다'는 검찰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참여연대 등이 이 사건 의혹을 처음 제기하며 고발장을 검찰에 접수한 시점은 2015년 5월, 박영수 특검이 동일 사건에 대해 수사를 시작한 시점은 2016년 12월이다. 박 특검의 유산을 그대로 물려받은 검찰이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2018년 12월이다. 박영수 특검부터 기산하더라도 이 사건 수사는 무려 3년 6개월 넘게 이뤄졌다. 그 사이 압수수색만 50여회, 소환조사는 삼성 전현직 임직원 110여명을 대상으로 430차례 진행됐다. 

법원도 "장기간 수사를 통해 증거를 상당 부분 확보했다"며 검찰의 증거인멸 주장을 배척했다. 

법원의 영장기각은 우리 법의 대원칙인 ‘공판중심주의’에 따라, 법정에서 증거조사와 심리를 통해 유·무죄를 가려야 한다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영장 기각과 함께 이 부회장 변호인단이 신청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개최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수사심의위에서 낸 의견은 강제력이 없지만 검찰 수사팀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있다.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회는 11일 수사심의위 소집 여부를 결정할 '부의심의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부의심의위에서 수사심의위 소집 결정을 내리면, 검찰총장은 수사심의위를 소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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