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극 못 좁힌 2시간... 펀드 피해자 "先배상" vs 윤종원 "분쟁조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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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극 못 좁힌 2시간... 펀드 피해자 "先배상" vs 윤종원 "분쟁조정후"
  • 김태영 기자
  • 승인 2020.06.09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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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 "모든 피해자들에게 전액배상을 원칙으로 신속히 선지급해야"
기업은행, "금감원 분쟁조정 등 공식 절차 마무리돼야만 배상 가능"
11일 이사회에서 피해 대책 논의... 필요 시 추가 면담 진행
IBK기업은행을 통해 디스커버리자산운용 펀드에 투자했다가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피해자들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IBK파이낸스타워에서 윤종원 기업은행장과 간담회를 마치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김태영 기자
IBK기업은행을 통해 디스커버리자산운용 펀드에 가입했다가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피해자들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IBK파이낸스타워에서 윤종원 기업은행장과 간담회를 마치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김태영 기자

"대책위의 요구 사항과 기대 수준이 기업은행의 공식적 입장과 전혀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업은행은 현재 금융감독원이 조사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특히 오는 11일 이사회에서 피해자들이 직접 참관해 관련 발언을 할 수 있게 보장해달라는 요구를 은행 측은 거절했다. 매우 유감이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겠다. 앞으로 금감원 재항의 방문, 금융위, 국회, 기재부, 청와대에 피해자들의 억울한 입장을 계속 호소하겠다."

현직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와 피해자들이 대면한 첫 사례로 주목받았던 윤종원 IBK기업은행장과 디스커버리자산운용 사모펀드 투자자 간담회가 서로 입장 차만 확인한 채 큰 소득 없이 일단락됐다.

간담회는 8일 오후 3시 10분부터 서울 중구 을지로 IBK파이낸스타워에서 2시간에 걸쳐 비공개로 진행됐다. 은행 측 관계자로는 윤종원 행장, 김성태 전무이사, 임찬희 개인고객그룹 부행장 등이 배석했다. 대책위 측에서는 최창석 위원장, 신장식 변호사, 김학서 기획팀장 등이 참석했다. 

당초 예정된 시간보다 1시간 가량 더 길어지면서 분위기는 무거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양 측은 기업은행이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여 줘야 한다는 점은 동의했지만 배상 방식과 절차에 있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피해자 대책위는 △모든 투자자에게 전액배상 선지급 △기업은행장 주관 피해자 공청회 개최 △기업은행 이사회 참관·발언기회 보장 △펀드 도입 판매 책임자 2인에 대한 파면(중징계) 등을 요구했다.

무엇보다 초고위험 상품임에도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고객들에게 펀드 가입을 강요했고 이는 판매과정에서 기업은행 본사가 고객을 기망했다는 강력한 증거로서 계약 자체가 원천 무효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은행 측은 대책위가 제시한 4가지 요구사항에 대해 모두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책위는 기업은행이 국책은행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모든 피해자들에게 전액배상을 원칙으로 선제적인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은행 측은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 등 공식 절차가 마무리되어야만 배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피해자들이 이사회에 참석해 관련 발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요구에 대해서도 은행 측은 "윤종원 행장은 동의하나 다른 이사들이 반대하기 때문에 불가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은행은 오는 11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디스커버리펀드 피해자들의 투자 원금 일부 보상안 내용을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할 계획이다. 대책위는 이사회 개최일에 맞춰 5차 집회를 진행하는 등 규탄 시위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윤종원 행장이 면담 자리에서 일단 투자자 입장을 충분히 듣고 금융당국과 이사회를 통해 피해 최소화 방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향후 추가 면담도 진행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대책위의 추가 면담 요청이 있었고 필요하다면 윤종원 행장과 간담회가 추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디스커버리 펀드는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이 기획·운용한 사모펀드를 의미한다.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장하성 주중 대사의 동생인 장하원 씨가 대표로 재직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2017년부터 2019년에 걸쳐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의 '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와 'US부동산담보부채권펀드'를 각각 3612억원, 3180억원을 판매했다. 하지만 미국 운용사가 펀드 자금으로 투자한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각각 695억원, 219억원이 환매 지연되고 있는 상태다.

정치 특혜 논란까지 비화되는 가운데 피해자들은 지난 2019년 5월 15일 만기시점으로부터 1년이 지나도록 원리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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