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머쓱'... 현대·신세계百 신임 CEO, 혹독한 신고식
상태바
코로나에 '머쓱'... 현대·신세계百 신임 CEO, 혹독한 신고식
  • 이준영 기자
  • 승인 2020.06.09 13: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百 김형종-신세계百 차정호, 코로나 덮쳐 '수난'
매출 뚝뚝... 빠른 '트렌드 변화' 백화점 이식이 관건
(좌)김형종 현대백화점 대표이사 사장, (우)차정호 신세계백화점 대표. 사진= 각사
(좌)김형종 현대백화점 대표이사 사장, (우)차정호 신세계백화점 대표. 사진= 각사

김형종 현대백화점 사장과 차정호 신세계백화점 사장이 이전 패션 계열사 시절 눈부신 성과를 인정받아 유통업계 꽃이라 불리는 백화점 수장으로 발탁됐지만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인사에서 김형종 한섬 대표는 현대백화점 대표이사 사장으로, 차정호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는 신세계백화점 대표이사 사장으로 각각 옮겼다. 백화점 출신이 아닌 패션계열사 대표 발탁이란 점에서 파격인사란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업계는 침체에 빠진 백화점의 변화를 요구하는 인사로 분석했다.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온라인의 물결에 밀려 점점 자리를 잃어가는 상황에서 뛰어난 실적을 보인 계열사 수장을 앉혀 이를 타개하려는 것이다. 

특히 그룹 오너들은 백화점이 이전과 다르게 매장으로 고객을 끌어와 물건을 파는 공간에서 복합적인 쇼핑체험공간으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었고, 이를 위해 패션전문가가 적합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업계는 트렌드에 민감한 패션업계 전문가들을 앞세워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백화점에 반영할 것으로 전망했다.

두 대표이사 사장의 이전 업적은 발군이다. 먼저 차정호 신세계백화점 대표이사 사장은 신세계인터내셔날 임기 중 매출은 23.7%, 영업이익 105.3%로 대폭 성장시켰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224% 증가하며, 사상 최대 분기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화장품 사업은 2016년 321억원에서 차 대표 부임 후 2018년 2477억원을 7.7배로 급증했다.

또한 차 대표는 중국과 베트남에 법인들 설립하고, 스튜디오 톰보이와 자주를 중국과 베트남에 진출 시키는 등 글로벌화에도 성공적이란 평가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대표 브랜드인 비디비치를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점에 첫 입점시키기도 했다. 

김형종 현대백화점 대표이사 사장은 현대백화점이 한섬을 인수한 2012년부터 대표로 재직하며 당해 4964억원이던 매출을 2018년 1조2992억원으로 대폭 끌어올렸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710억원에서 920억원으로 늘렸다. 

한섬의 대표 브랜드 '타임'은 2016년 국내 여성복 단일 브랜드 최초 매출 2000억원을 넘겼고, 시스템과 타미힐피거도 2018년 각각 1500억원, 22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특히 김 대표는 중국 바이롄 그룹과 영캐주얼 브랜드 'SJSJ'의 중국 진출 계약을 체결하며 해외진출에도 성공했다. 

두 대표이사 사장은 화려한 시절을 보냈지만 백화점으로 자리를 옮긴 후 곧바로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며 수난을 겪고 있다.

오프라인이 불황인 상황에서 코로나로 인한 휴점까지 잦아지며 매출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1분기 총매출액이 83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7% 감소했다. 올해 3월 매출액은 28.1% 떨어진 2402억800만원이다.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이 나온 탓에 대구신세계의 1분기 총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27.1% 감소한 888억원으로 집계됐다. 3월 매출액은 17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0.5% 급감했다.

현대백화점도 별반 다르지 않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1분기 매출액 4496억원으로 전년 동기(5210억원) 13.7% 줄었고, 영업이익은 149억원으로 지난해(751억원) 보다 80.2%나 감소했다. 당기순이익도 23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64.4%가 쪼그라들었다.

문제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올해 이러한 분위기가 지속될 전망이란 것이다. 온라인과 언택트 소비가 주류인 상황에서 오프라인 거대 유통업체인 백화점의 설 곳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코로나 확진자가 언제든 방문할 위험이 있고, 수시로 휴점과 방역에 매달려야 한다. 라이브 커머스를 도입하며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실적을 반등시키기에는 미미한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발군의 업적을 이루고 백화점 수장에 앉은 두 대표가 이번 코로나 사태로 시험대에 올랐다"며 "트렌드 변화가 빠른 패션업계를 이끌었던 만큼 이를 어떻게 백화점에 이식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제언했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